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4) 말 한 마리와 동등한 대접받던 제주개,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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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의 동물 제주개. 초복 하루 전날인 7월 11일 오전 10시, 축산진흥원 대강당에서 예정된 추첨을 통한 분양은 철회돼야 한다. /사진 출처=제주도 축산진흥원

지난 4일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제주의 토종견인 제주개 26마리를 10일까지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공개 분양 및 매각을 결정했다. 개 품종에는 워낙 무관심하니 제주개가 있다는 소식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상황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혈통견, 순종견 이런 단어는 내게는 익숙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내 주변은 온통 잡종견으로 분류되는 강아지, 개뿐이니 말이다. 아는 종이라곤 말티즈, 시추 그리고 아직도 말하기 어색한 요크셔테리어밖에 없을 정도니 말이다. 구태여 개의 품종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이해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될 만큼 '명견'으로 평가받은 제주개. 당시는 말 한 마리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도살과 공출 등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86년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제주개로 추정되는 개 세 마리를 발견하여 이들을 번식시켜 현재는 60마리까지 늘어났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도 제주개의 후손이라는 가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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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타길 좋아했던 환한 웃음의 경찰견 리모. 작년 여름 그를 입양했다. 까다로운 입양 절차가 오히려 보내는 사람과 새로운 가족 사이의 신뢰감이 커지게 했다. 리모를 함께 돌본다는 생각에 서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사진 제공=김란영.

제주도는 2015년 제주개 사육 및 실증연구 시설을 준공하는 등 지난 30년 동안 순종을 복원하고, 지속적으로 천연기념물 등록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일반인에게 2012년에서 2016년까지 125마리의 제주개를 분양했다.

이번 분양대상은 올해 4월생과 5월생 각각 5마리와 15마리, 매각하는 것은 수컷으로 나이가 든 4마리, 걸음걸이에 이상이 있는 2마리다. 신청한 사람이면 누가 됐든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5만원, 아니 나이 먹고 몸이 불편한 제주개는 단돈 3만원에 살 수 있다. 또한 앞으로도 체계적인 관리와 이용 가치를 높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견으로 알려진 진돗개도 높은 가격에 개를 사서 몸도 움직이기 힘든 짧은 줄에 평생을 묶어둔다. 그러다 키우기 힘들면 버리고 식용해 천연기념물이 무색한 현실에서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이용 가치인지, 또 어떠한 방법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양의 기준도, 절차도, 분양 후 후속 관리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마치 시간에 쫓겨 별스럽지 않은 물건을 급하게 헐값에 떠넘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제주개의 보존과 보호를 말할 수 있는지, 이럴 거면 차라리 제주개의 ‘제주’를 빼고 그냥 ‘개 분양’으로 홍보하는 편이 나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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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가 입양돼 막내 딱지를 땐 차돌 군과 리모. 덩치는 산처럼 커보여도 속은 어린 아이처럼 얼마나 순하고 여린지. 사람이나 개나 겉만 보고 판단하는 건 금물이다. / 사진 제공=김란영.

지난 해 몸이 불편한 경찰견을 입양했다. 언젠가 소개를 했던 경찰 수색견 ‘리모’, 그를 입양하기 위해서 얼마나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복잡한 절차에 속으로 ‘난 코코어멍인데’하고 같잖은 생각도 했었다.

담당자들이 집을 두 번 방문하여 집이며 마당이며 여기 저기 사진을 찍고, 면담을 하고, 증명사진을 넣은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리모의 목줄을 건네받을 때 타인에게 양도해서도 안 되고, 이사를 가면 주소지를 알려야 한다는 등 동의서, 각서에 사인을 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한다. 리모를 중심에 두고 경찰특공대의 멋진 복장을 한 팀장님과 후줄근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었다. 나의 아줌마 패션이 멋쩍어 웃으려 해도 이미 경직된 얼굴에는 어색한 웃음만 보였다.

담당자들은 몸이 불편한 리모를 보내며 돌봐주는 것도 감사한데 절차가 까다로워 어찌나 미안해하던지. 괜찮다고 해도 자꾸 미안해한다. 정말 그랬다. 오히려 깐깐한 절차에 감동까지 했었다. 생명을 보호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했던 경찰견을 나를 포함해 아무나에게 보낼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런 과정에서 경찰견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나 역시 리모를 더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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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의 단짝 고양이 하루. 서열을 정리하는 듯 무언가 단단히 전수하는 중이다. /사진 제공=김란영

제주개는 멸종위기의 동물이다. 이미 멸종되었다고 믿었던 개를 누군가의 지극한 마음으로 전 섬을 샅샅이 뒤져 세 마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복원에 성공하였다. 제주개의 용맹스러움과 충직함에서 변방의 고단한 제주의 역사를 다시 일으키는 제주의 기상을 찾아볼 수도 있으리라.

제주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제주개가 제주의 하나의 특산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짧은 줄에 꽁꽁 묶여 어찌하지 못하는 초라하고 가여운 모습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제주개의 이용가치를 따져 무엇하리. 다른 어떤 개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건강히 뛰어놀고 한때 수색견, 인명 구조견으로 생명을 위해 봉사했던 제주개로 기억하고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천연기념물 등재가 뭐 그리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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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중 “리모”하고 부르니 뒤돌아본다. 찐한 웃음 한방 날리며 가던 길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경찰견 리모의 입양처럼 ‘모든 개들의 입양도 그럴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사진 제공=김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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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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