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자동차 줄이기와 제주도 일주 트램 

지난 주 가오슝 트램을 돌아보면서 제주 트램의 가능성을 찾아봤다. 그 후 필자는 반성을 하게 됐다. 제주 트램 얘기가 제주시에 거주하는 필자의 편익에 너무 치우쳤다는 점이다. 필자는 막연히 제주공항~노형오거리~도청사거리~시청사거리~인제사거리~동문시장~제주공항을 쌍방향으로 순환하는 트램이나 전철이 있으면 제주시 교통혼잡이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주시 주요 번잡로에만 치우쳐서는 제주 도임들의 이동권 확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트램이든 지하철이든 제주 교통의 목표는 자동차 줄이기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줄어들면 매연이 줄어들 것이고, 자동차 이동 시간도 빨라질 것이며, 도로도 현재 상태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 비용도 절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램이나 지하철 구성은 바로 자동차 줄이기와 함께 가야 타당성과 수용성이 커지리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자동차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자동차 줄이기가 어려우면, 먼저 시내·외 버스부터 전기차 버스로 대체하는 건 어떨까. 마침 올 8월 대대적인 버스노선 정비 등을 하는 차제에 제주도의 버스를 모두 전기차 버스로 바꿔 운용하도록 해서,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에서는 조금이라도 청정 느낌을 주도록 하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예산이 부족하면 단계적인 수급계획을 세워서 버스부터 전기차로 완전 대체하는 데서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여기에 덧붙여 항상 떠오르는 보완책은 자전거다. 자전거와 관련해 대만국립대학 방문 때 인상적인 경험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만국립대는 평탄하면서 광활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 필자가 일하고 있는 제주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노란 색을 칠한 공용 자전거를 누구든 쉽게 무료로 이용하고는 곳곳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거치소에 반환만 하면 되는 무료공공자전거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우리도 공공자전거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전거 활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자전거를 편안하게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경상남북도를 합한 것보다 조금 큰 면적에 남한 인구의 반이 안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데에도 대만은 어떻게 그렇게 도로를 널찍하게 조성해 단거리 이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도로가 좁다고 그냥 포기해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일단 어디서부터인가 시작해 보자. 그래서 시범으로, 관덕정을 중심으로 서문통과 동문통, 탑동을 아루는 일정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 이 곳에서부터 자전거 선용의 가능성과 방향을 찾아 나서보는 건 어떤지? 주지하다시피 탑동에서 제주대까지 자전거만으로 이동하는 건 선수가 아니면 거의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전거 전용 도로는 특정 지역 내부의 단거리 이동에 한정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신제주의 경우라면, 도청 사거리에서 노형 오거리까지의 도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동서남북 도로 사정을 참작하면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면, 이 지역에서도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번 의견조사 해 보는 건 어떤지?

다시 또 트램으로 돌아가 보자. 제주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서 해안도로가 하나로 다 연결돼 쭉 바다만 보면서 제주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곧 그러한 낭만은 잘못하면 제주 곳곳의 생태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곧 접어버리곤 했다.  

다시 해안도로를 살펴보면, 그곳은 거의 자동차 도로이고 자전거는 보조다. 자동차 전용처럼 되어 버린 해안도로에 트램을 설치하고 바로 그 옆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각 트램 역마다 자전거 거치소를 설치해 거기에 놓인 공용 자전거를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제주 섬은 자전거 일주 섬으로 명성을 날리게 될 것이다. 한 두 정거장은 트램 타고 오가고, 다음 정거장에서는 자전거 타서 오가는 그런 제주 일주섬! 생각만 해도 누구나 한 번, 아니 몇 번이나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아직 채택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어떻든 행정계층개편위원회가 제주도를 4개 행정시로 하자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 경우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등 각 행정시 관내를 연결하는 방식이 기존 버스와 자가용 등으로 하는 건 너무 구태의연하다. 제주도 전역을 쌍방향으로 오가는 트램이 도입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각 행정시 관내는 물론이고 타 행정시와도 쉽게 연결돼야 4개 행정시 체제가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순히 4개 행정시 시장을 더 뽑는 것만으로는 지역별 폐쇄와 분할로 끝날 우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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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도 해안도로를 자동차 타고 오가는 게 아니라 트램과 자전거로 오가는 게, 더 제주적인 여행과 휴식 및 힐링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한다. 군데 군데 해안도로가 없는 곳은 해저를 팔 수도 있고 지하로 갈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늘만 생각하는 제2공항보다는 제주도 일주 트램과 지하철 연결망이 더 유용하고 제주다움에 어울리는 이동권 제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점에서 최첨단 가오슝 트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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