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 2017 작가·프로젝트 공개...70개 팀 참여, 전시·투어·배움 프로그램

제주도립미술관이 올해 첫 개최하는 제주비엔날레의 구체적 계획이 공개됐다. 비엔날레 주제인 ‘투어리즘(Tourism)’에 걸맞게 관광으로 인한 사회적 몸살을 앓고 있는 각국의 사례를 예술 작품으로 선보인다. 소셜아트(Social Art)를 지향하는 제주비엔날레를 기대하는 이유다.

도립미술관은 11일 간담회를 열고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정식 명칭 <제주비엔날레 2017>은 9월 2일부터 12월 3일까지 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알뜨르비행장, 서귀포시 원도심·이중섭 거리, 제주시 원도심에서 진행된다. 주제는 관광(Tour)에 ‘학설’, ‘상태’ 등을 뜻하는 단어(ism)를 덧붙인 투어리즘이다.

참여 작가는 도내 17팀, 도외 19팀, 해외 24팀, 프로젝트 10팀을 포함해 모두 70개 팀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인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씨도 포함됐다. 작품 유형은 기본적인 회화 작품부터 사진, 영상, 조소, 퍼포먼스, 규모 있는 외부 설치 미술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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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와 같은 고민하는 도시들

도립미술관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우리는 왜 관광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예술 작품들로 대답한다. 관광은 제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이슈이며, 관광으로 발생하는 폐해 역시 여러 나라에서 함께 나타나고, 대안으로 추구해야 할 새로운 관광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더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지만 주민 수십 만 명이 떠나며 빈 도시가 돼 버린 포르투갈 리스본을 찍은 다큐멘터리(파비오 페트로닐리 작가), 매우 높은 관광 산업 성장률을 보이는 독일 베를린을 통해 관광 산업의 명암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나나 렙한), 경제 위기로 황량한 관광지가 되버린 그리스를 찍은 사진(마리노스 사그라키스), 관광기념품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해석하는 가상의 브랜드 제품(마크 슈미츠), 실제 관광지와 관광 홍보 포스터 간의 괴리감을 느끼게 해줄 작품(뷀트포메트) 등은 오늘날 관광 산업으로 나타나는 홍역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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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노스 사그라키스(Marinos Tsakarakis)의 사진 작품.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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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 렙한(Nana. A. T. Rebhan)의 영상 작품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제주 관광을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

작가가 430km 제주올레 전 코스를 직접 걸으면서 촬영한 영상을 관람객은 안마의자에 앉아 관람하며, 관광객과 전시·관람 문화를 풍자하는 작품(강영민 작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네팔 ‘셀파’(산악 전문 가이드)들과 제주도를 관광하며 인터뷰한 작품(무늬만커뮤니티), 제주 관광 통계 수치로 디자인 작품을 만드는 인포그래픽(inforgraphic)·맵핑(mapping) 작업(바이스버사), 제주에서 운영되는 러브랜드라는 관광 상품을 재해석한 회화(박주애)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여기에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 탐라미술인협회, 재경한라미술인협회 소속 작가들의 한라산 그림 100여점을 한 데 모아 거대한 한라산 모양을 구현하는 프로젝트,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잘라낸 소나무를 활용한 조각 프로젝트(박금옥 작가), 작가가 제주에서 땅을 직접 구입해 가치를 부여하는 이색 작업(이원호), 고향 제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재일제주인들을 조명한 회화(이지유)도 눈에 띈다.

특히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는 다양한 설치작품들이 채워질 예정인데, 비엔날레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면서 예농(예술+농업) 복합단지로 만들어간다. 미술관은 이를 위해 국방부와의 협의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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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민의 영상 작품 중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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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팀(최창훈, 고윤식)의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작품.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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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철의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작품.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관광산업으로 인해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이슈임을 전시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fication, 관광+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현대미술과 연계해 당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시 작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엔날레를 계기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점은 꽤 인상적이다. 김 예술감독은 “다른 비엔날레의 경우 20~30%만 신작이고 나머지는 이미 발표된 작품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미술, 예술과 가까워지는 시간

도립미술관은 제주비엔날레의 방향을 ‘사회예술 프로젝트’로 정했다. 이는 제주 사회와 동 떨어지고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예술이 아닌, 현실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노력은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고, 여러 부대 행사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주부터 시작한 ‘하이!스쿨’이다.

하이!스쿨은 도내 고등학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다. 청소년들이 직접 비엔날레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술 교육을 실시한다. 단순 미술 체험이 아닌 ‘기획자’로서 시각을 키운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둔다. 하이!스쿨은 참가자 7명을 선정해 지난 주부터 시작했으며, 활동은 추후 전시로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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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처음으로 시작한 제주비엔날레 프로그램 <하이스쿨> 모습.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김 예술감독은 “하이!스쿨은 지속가능한 제주비엔날레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참여 학생 및 지역청소년들이 향후 ‘비엔날레 키즈’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목표를 설명했다.

제주도 곳곳에 있는 작가 작업실과 문화·예술 명소를 찾아가는 ‘아트올레’도 지난 3월 24일 시작해 비엔날레 기간까지 계속 이어간다. 7월 15일에는 구좌읍에 있는 박금옥 작가 작업실과 김녕금속공예 예술마을을 찾아간다. 아트올레 자세한 일정과 참가 신청은 미술관에 문의하면 된다.

여기에 비엔날레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 제작, 다양한 영역에서 관광을 다루는 강연, 50명의 사람들에게 50개의 제주 현안을 길어 올려 제주비엔날레가 앞으로 다룰 주제를 정하는 토크쇼, 학술컨퍼런스 등이 준비돼 있다.

김준기 도립미술관장은 “제주비엔날레가 신생 비엔날레로 도민이 비엔날레의 존재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시발점인 동시에 예술의 사회적 책무를 방관하지 않는 제주 밀착형 비엔날레를 일궈내는 것이 올해의 큰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의: 
제주도립미술관 064-710-4273, http://jmoa.jeju.go.kr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070-4548-4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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