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철수.

초등학생인 나는 수학 시험에서 56점을 받았다. 성적표를 본 엄마에게 혼났다. 그날 이후부터 엄마가 직접 나에게 수학을 가르쳐준다. 다음 시험에 나는 82점을 맞았다. 성적이 많이 올라서 기뻤다. 엄마에게 보여줬다. 엄마가 “거봐! 공부하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또 그 다음 시험에 97점을 받았다. 내가 97점이라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엄마는 “1개는 왜 틀렸어”라고 말해줬다. 드디어 100점을 맞았다. 그런데 엄마가 “시험이 쉬웠구나”라고 말한다.

난 칭찬 받을 줄 알았다. 

중학교에 들어간 나는 반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엄마가 전교 1등에 도전해보라고 한다. 나는 엄마 말을 잘 들으니까! 전교 1등까지 했다. 드디어 엄마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까? 엄마는 “서울 강남에 가면 너보다 잘하는 사람 더 많아. 더 열심히 해!”라고 말해줬다.

칭찬일까?

고등학생이 돼서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들어갔고, 내 전공에서 전 세계 최고라 불리는 해외 대학까지 가서 박사학위를 따냈다. 젊은 나이에 대학 교수가 됐다. 내 또래에 교수는 나뿐이다. 하지만, 마음이 허한 것은 왜일까. 난 언제나 열등감에 빠져 있다.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에게 정신 상담을 받은 실제 사례 재구성-

▲ 부모아카데미 강연자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가 청소년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부모아카데미] 이승욱 박사 "청소년에게 아버지는 '괜찮다' 말해주는 존재"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주 뛰어난 스펙을 가진 철수지만, 정작 본인은 열등감에 빠져있다. 이 박사는 철수의 엄마가 어린 철수를 다른 누군가와 계속 비교를 했기 때문에 나이 든 철수가 열등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다른 누구보다 열등할 수 있지만, 열등감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조언과 함께.


제주도교육청(이석문 교육감)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해 마련한  ‘나침반 교실 : 2017 부모아카데미’ 두 번째 강연이 14일 오후 7시 제주시 오름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강연자는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 부모가 실종된 대한민국 가정의 현주소를 진단한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으로 많은 공감과 메시지를 전해준 그다.

뉴질랜드 최고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오클랜드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메시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학위도 취득한 이 박사는 청소년을 ‘사회적 신생아’라고 규정했다. 중학생 연령대부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라는 얘기다.

청소년들은 2차 성징을 거치며 신체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정서적으로는 불안하다. 스스로도 자신을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이 박사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도 어린 시절 똑같았다는 말도 남겼다.

많은 부모가 사춘기, 청소년 자녀와 대립한다. 이 박사는 부모 때문에 대립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부모들은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때는 TV를 보는 자녀를 가만히 놔둔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TV 그만 보고, 공부해”라고 말한다. 자녀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부모가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해 불신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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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강연자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가 청소년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결국 자녀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일관된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스스로 매일 책을 읽는 등 부모들이 일관된 행동을 반복하면 자녀가 신뢰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박사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이들과 엄마는 이미 끈끈한 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어난 뒤 처음 하는 말이 “엄마”. 생존의 필요한 양분을 엄마의 젖으로 해결한다. 또 갓난아기는 자아성이 없기 때문에 엄마 품 속에서 엄마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행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한다는 것이 이 박사뿐만 아니라 학계의 분석이다.

이 박사는 “청소년 시기에 아빠라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인지하기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어린 자녀와 놀아줄 때 아이들은 울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애랑 10분도 못 놀아줘?’라며 잔소리한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 존재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가 판단하는 아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만약 엄마가 ‘네 아빠는 무뚝뚝해’라고 자녀에게 말하면 자녀에게 아빠는 무뚝뚝한 사람이 된다. 자녀들이 직접 아빠를 느끼고, 평가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FBI가 연쇄살인범들을 대상으로 공통점을 연구했다. 피부색, 가정환경 등 모두가 달랐지만, 딱 하나의 공통점이 나왔다. 13~18세 사이에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폭행은 신체적 폭행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 부부간 이혼, 방치 등도 포한된다”며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아버지란 존재가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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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강연자 이승욱 정신분석학 박사가 청소년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이 박사는 “나에게 상담 받은 어떤 청소년은 아버지와 같이 낚시를 갔을 때 미끼 끼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에 아버지의 존재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에 ‘이게 아버지구나’라고 인지했다. 결국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라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박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이 박사는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법, 예의 등을 누구에게 배우는가. 대부분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배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갓난 아이에게는 엄마의 존재가 중요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아버지가 중요하다”며 “아버지란 존재는 자녀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 생겨 엄마가 펑펑 우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뒤 돌아 눈물을 훔치고 자녀에게 ‘괜찮다. 잘 해결될거다’라고 말해줘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7 부모아카데미' 모든 강좌는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www.jejusori.net ) 소리TV에서 생중계되고 강연후에는 다시보기 할 수 있다.

바쁜 일정으로 강연장을 찾지 못한 부모는 제주도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 http://hakbumo.jje.go.kr )에서도 ‘다시보기’할 수 있다.

다음 강연은 많은 부모들의 여름 휴가를 고려, 오는 8월10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유동적)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사는 안순아 육아전문상담가로서 우리나라 부모들이 열광하는 조기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할 예정이다. 안 상담가는 ‘조기’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맞춘 ‘적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강연할 계획이다.

문의 = 부모아카데미 사무국(제주의소리) 064-711-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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