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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17일 오전 10시30분 3층 회의실에서 제주 소방 납품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검찰, 9명 기소-5명 약식기소-88명 비위통보...업자와 손잡고 4년간 40여차례 1억원 꿀꺽 

제주도 소방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경찰의 금품수수 사건에 더해 소방장비 납품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현직 공무원 13명을 무더기 추가 기소했다.

비리 사건에 연루된 소방공무원 88명도 별도로 감사위원회에 비위 통보하기로 하면서 현직 공무원 102명이 무더기 징계에 내몰리는 유례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사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제주도 소방공무원 강모(49.소방령)씨 등 8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안모(45.소방위)씨 5명을 약식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금품수수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 된 소방공무원 강모(36)씨는 사기 혐의를 더해 추가 기소하고 소방장비 납품업자 김모(53)씨도 조세법처벌법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올해 1월 경찰이 진행한 소방본부 뇌물수수 사건을 넘겨받은 후 담당 공무원의 계좌거래에서 의심스러운 내용을 포착하고 소방장비 구매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당시 경찰은 업자로부터 2400여만원을 받은 현직 소방공무원 강모(37.소방장)씨와 소방장비 납품업체 대표 김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중 강씨와 김씨 2명이 이번 사건에 다시 연루됐다.

검찰은 납품업자인 김씨의 사무실과 주거지,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소방공무원 등 17명이 보유한 213개의 금융계좌를 추가로 압수해 거래 내역 일체를 들여다봤다.

검찰은 장비구매계약 담당 공무원들이 업자에게 허위견적서 제출을 요구하고 업자가 허위 견적서와 납품서를 넘기면 내부 결재를 통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이들이 40여차례에 걸쳐 허위서류로 부풀린 금액만 1억원 상당이다. 업자는 이중 2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넘겼다.

장비는 로프 등 인명구조에 필요한 것부터 공기충전기까지 다양했다. 일선 119센터 근무자나 업무를 총괄하는 과장 등도 이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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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계약법과 지자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는 계약담당자와 납품업자 검수.검사자가 입회해 검수절차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빼돌린 금액을 부서 회식비나 소방관서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할 비용도 이 같이 불법행위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02명의 지역 공무원이 연루된 점을 감안해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토론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 결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갖게 하는 사건이다”, “예산을 부풀려 이런 범행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시민위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범행 규모가 500만원 이상인 공무원 9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고 500만원 미만인 5명은 약식기소 하기로 결정했다.

장비구매 등 서류 부실 결재 등에 관여한 서장과 과장급 등 나머지 공무원 88명은 감사위원회에 비위 통보해 자체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20명 남짓한 소방공무원들이 도내 근무관서만 변경하면서 계속 계약 업무만 담당하는 구조였다”며 “업자와 유찰될 위험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차장검사는 “계약부서는 일정기간 근무를 금지하거나 순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도내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제주지방경찰청이 2016년 10월10일 소방본부를 압수수색해 계약부서의 거래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수사가 한창이던 2월13일 제주소방서 소속 장모(50.소방위)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장씨는 소방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2월17일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도로 차량에서 소방공무원 강모(50)씨가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기도 했다. 강씨는 음주교통사고를 내고 이번 비리에도 연루돼 조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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