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년 농가수입' 장담 제주도, 1년도 안돼 '좌초'..."새 사업자 공모 계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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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000만원 이상 돈을 벌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며, 전국 최초로 추진됐던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이 제대로 시행도 못해 보고 1년만에 좌초했다.

사업 무산 논란 배경에 대해 제주도는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과 관련해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한국테크, 원웅파워) 선정취소에 관한 청문을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28일 전국 최초로 감귤폐원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 보급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전기농사는 제주도가 농가의 수익이 20년간 보장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농가는 20년간 확정된 수익을 제공받으며, 사업자는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 ·운영해 농가에게 20년간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다. 

모든 사업대상지에 적용되는 농지전용 등 토지형질변경 부담금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해 토지주의 초기 부담은 없다. 다만 일부 대상지에 발생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비용 등은 토지주가 부담해야 한다.

태양광 전기농사를 짓는 농가는 발전설비 1MW 기준(평균 5000평)으로 연평균 5100만원의 수익을 제공받게 된다. 

지난해 9월22일에는 감귤폐원지 태양광 전기농사 프로젝트를 추진할 사업자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자로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에는 총 8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될 계획이었다.

제주도의 설명대로 됐다면 한마디로 제주도와 농가, 사업자가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 

하지만 태양광 전기농사는 정상적으로 되지 않았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전기농사 사업을 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당초 IBK투자증권을 통해 금융 PF(Project Financing)로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IBK투자증권과 대우건설컨소시엄은 당초 대기업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기로 했지만 대우 측이 중소기업 모듈을 사용키로 계획을 변경하자 협상이 결렬됐고, 자금 지원이 무산됐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게다가 SPC인 (주)제주감귤태양광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농가들과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특약조건으로 농가들에게 불리한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 임대차 계약 내용에는 민원이 생기거나 인허가가 지연되면 해결될 때까지 착공을 유예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착공지연 기한도 따로 없이 공사가 계속 늦어지거나 무산돼도 농가가 대응할 수 없는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 역시 PF 자금 조달이 무산된 것을 올해 4월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태양광 전기농사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일부 농가에서 민원을 제기하자 그제서야 제주도는 지난 6월30일에야 대우건설에 사업자 선정취소 예고를 하고, 7월13일까지 자본조달 금융약정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새로운 금융사를 섭외해 지난 13일 자본조달 금융약정이 아닌 '투자의향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금융사의 투자의향서는 법적구속력도 없고, 자본조달 계획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제주도는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강영돈 전략산업과장은 "대우건설이 20년 동안 책임지려 하지 않고, 3~4년 후 빠지려고 했다"며 "건설업체 마인드로 농가 이익을 과도하게 제안한 후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과장은 "SPC와 농민들간 임대차 계약도 특약 조건을 넣어 불리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법률 자문을 얻고, 민형사상 책임소재도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이 아직 좌초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사업자 청문 절차를 거친 후에 사업자 선정 취소 또는 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고, 제주도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취소되더라도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해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보증을 믿고 태양광 전기농사에 도전한 농민들만 1년 이상 허송세월한 셈이 됐다. 허술한 정책추진을 향한 농민들의 원성이 예사롭지 않다. 

사업자는 자기들 '돈벌이'에만 신경쓰고, 20년 농가 수입을 보장한다던 제주도는 불과 1년도 안돼 관리감독 실패를 경험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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