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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지난 17일 차기 서귀포시장을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임명직 행정시장인 이중환 시장의 임기는 아직 1년이나 남은 상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이중환 시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데스크 칼럼] 1년만에 갈아치우는 서귀포시장 공모 유감 / 김봉현 편집부국장

도민들은 손사래를 저었다. 이유야 어쨌든 제주도 4개 자치시·군을 폐지하고 특별자치도로 통합 출범한 2006년 7월 이후 행정시장 자리는 추풍낙엽에 불과했다. 시들고 쇠락해 하찮은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는 낙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도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믿었던 약속은 허언이었을까. ‘제왕적 도지사’의 말 한마디로 가라면 갔고, 오라면 왔던 자리다. 그래서 선출직 시장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한 젊은 도지사 ‘원희룡’의 약속은 신뢰가 컸다. 그리고 도민들은 그 약속을 믿었다. 철석처럼….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도민 유권자 60%가 젊고 개혁적인 원희룡 지사를 압도적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시 권한 강화 논의 '말짱 도루묵'

도민들은 혀를 찬다. 말짱 도루묵이냐며. 지난 민선4~5기를 거치면서 행정시장은 말 그대로 ‘도청 과장만도 못한 시장’이었다. 그리고 툭하면 바뀌었다. 시장의 잦은 교체, 그 앞에서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외치는 도민여론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오직 행정시장은 선거공신을 위한 전리품이었다. 또는 논공행상에 따라 돌려막는 자리에 불과했거나. 아니면 차기 선거를 대비한 ‘선거용 포석’이었거나. 다시 말짱 도루묵인가. 

도민들이 이젠 입을 닫으려 한다. 지나치게 똑똑한(?) ‘도정’이 도민여론 따윈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생각 탓이다. 겨우 1년 밖에 안된 서귀포시장을 새로 공모한단다. 이유도 배경 설명도 없다. 2014년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도민과의 협치를 강조한 원 지사다. 야당에 연정도 제안하는 의지까지 보여줬던 그다. 그러나 도민여론에 귀를 여는 시늉만 할뿐 진정성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은 지난 3년간 끊이지 않아온 터. 올 들어 연일 ‘현장 도지사실’로 발품을 파는데도 말이다. 몇 사람을 만났는지가 아니라, 몇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을 다해 귀를 열었는가를 헤아려보라. 

 특별도 출범 이후 시장 평균 재임기간 겨우 1년 남짓

도민들은 묻는다. 선출직 시장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겠다던 도지사의 철학이 바뀐 건지. 4개 시군 폐지와 함께 2006년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체제 이후 제주시장은 김영훈 전 시장으로부터 고경실 현 시장까지 총 8번 바뀌었다. 임기 중인 현직 고 시장을 제외한 7명의 전임 시장의 평균 재임기간 16개월. 서귀포시장은 고(故) 이영두 시장에서 이중환 현 시장까지 총 9번 바뀌었다. 현직 이 시장을 제외한 8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14개월로 더 짧다. 그동안 행정시장 임기가 2~3개월도 있었고 6개월도 있었다. 물론 교체사연은 갖가지다. 그래서 더 허망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도민들이 다시 묻는다. 시장이 진짜, 도청 과장만도 못하냐고? 항간에는 이번 서귀포시장 공모가 이중환 현 서귀포시장을 도청 기조실장에 발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시장이 도청 기조실장만 못한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겠다는 건가. 시장은 시민의 수장이고 시민의 자존심이다. 동사무소 동장 인사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 
 
도민들도 알고 있다. 행정시장은 엄연한 공무원 신분이고 임면권이 도지사에게 있다. 그래서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장이지만 도지사가 바꾸고자 하면 바꾸는 거다. 그런데 도민들은 기억한다. 원 도정 출범과 함께 원 지사가 도민사회에 약속했던 ▶선출직 시장 수준의 권한 부여 ▶조직·인사·재정권 행정시 이양 ▶읍면동 자치기능 보강 위한 예산요구권 부여 검토 등의 약속 말이다. 지금의 '시장 직선제' 논의는 차치하고도 말이다. 상황이 변했다고 취지마저 변하진 않았을 텐데. 

 혹시 공모 속내가 K씨 임명 수순?  

도민들은 그래서 당혹해 한다. 새로운 서귀포시장을 공모하는데 최소 40일 이상의 일정이 소요된다. 상황에 따라선 그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딱 1년 남았다. 새로운 시장을 임명하고 시정 파악에만 또 최소 반년이 흐를 거다. 그리고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있으니 선거를 앞두고 신임 행정시장이 할 수 있는 정책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선거를 염두에 둔 ‘친정체제 구축이냐?’는 색안경이 당연히 등장한다. 실제로 원 지사 측근이자 지근거리에서 정책보좌를 맡고 있는 K씨가 서귀포시장에 유력하다는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사실이라면 도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이자 독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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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기자・편집부국장 ⓒ제주의소리
이제 도민들이 ‘똑똑한’ 도정에 쓴 소릴 던진다. 자연세계의 엔트로피 법칙을 아느냐고. 정치란 생물이고, 정치인에게 지지도는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도 무너지는 매우 허약한 것임을 명심하라고. 큰 정치를 꿈꾸는 원 지사.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작은 정치’ 실험도 항상 무질서 상태로 향하려는 자연세계의 엔트로피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관심과 견제, 격려와 감시라는 씨줄과 날줄이 교직되지 않고 무관심과 냉소, 방임으로 채워지는 순간, 무섭게 작동하는 그런 법칙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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