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교육 선배들과 교육자, 학부모 그리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제주교육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수장이다. 그러기에 풍부한 교육적 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관리자 모두의 입장에서 학교 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의 경영자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는 교육감이 단위학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지난 3년간 비록 자잘한 시행착오가 있긴 하였으나 각종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며 제주교육을 이끌어 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전교조 제주지부가 6월26∼30일 제주도내 교사 886명을 대상으로 한 제주교육 정책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감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교조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교육청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 둘째,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새로운 정책에 학교 현장에서 혼돈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간의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교현장의 비판적 목소리는 여전히 교육청의 정책이 학교현실과 동떨어진 채 집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학교의 단위는 교육청처럼 행정 단위가 아니다. 학교라는 사회는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없다고 해서 멈춰서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교육청처럼 행정위주가 아니라 교수·학습 활동 위주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님 입장에서도 우리 교장 선생님이 어떤 분이냐 보다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이냐가 더 중요한 가치 판단이 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도내 4개의 초·중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내부형 공모교장제의 표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대해선 많은 선생님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되짚어 봐야 한다.

‘교장승진 규정 완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월과 7월 모 지방 일간지의 기사들을 접하면서 교육감으로서의 균형감각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교육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육의 발전과 교육 관계자들을 위해 변화를 줘야 할 것과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사항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교원 승진과 관련해서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단계별 과정을 겪으면서 승진해야만 구성원들이 존경하고 잘 따르면서 조화로운 단위학교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크나큰 문제없이 잘 지켜왔던 교장 승진 규정을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급히 바꾸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기존 규정 중 ‘1년 이상 교감 경력’을 삭제해 교육전문직들이 교장 승진에 도전하기 쉽도록 하고, 임기가 만료된 공모교장도 도교육청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교장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자격교장공모제를 10%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막강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이 이런 말을 할 경우, 모두가 꼼수가 아니라 제주교육의 혁신을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오직 일선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교장과 교사들의 징검다리로 학교 경영에 몰두하는 많은 교육자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드 인사’를 위한 개정이라는 비판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궁색하다.

물론 교감 경력이 없는 평교사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 것도 잘 알고 있다. 허나 내부형 공모교장제도에 특정 교육단체 출신 이외에 다른 선생님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되짚어 봐야 한다. 혹시 많은 교사들이 공정성, 다시 말해 이미 내정되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요식적 행위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다수의 교사들을 반혁신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또 하나의 편 가르기로 지금까지의 성과는 물론 제주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제주교육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원칙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인사권자의 결단력과 지도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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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근. ⓒ제주의소리
인사 규정을 바꿔서 소수의 교육자들에게 칭찬받는 것은 작게 얻는 것이고, 규정을 준수해 다수의 교육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크게 얻는 것이다. 행정가가 아닌 진정한 교육자로 돌아가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교육적 사고로 성공한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 고창근 (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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