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개설 도시계획도로 두고 “옛길 보존해야” 민원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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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북금산지구 주거환경관리사업 위치도. ⓒ 제주의소리

제주시 화북동에 추진 중인 정비사업을 두고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꼭 길을 뚫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사업과 맞물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의 건설이 현실화 되면서 마을의 정취의 옛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제주시가 화북금산지구 내 2만8323㎡ 규모로 추진 중인 정비사업은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일환이다. 가로등 개선과 CCTV, 비상벨을 설치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 유니버셜 디자인이 주 내용이다.

이견이 나오고 있는 부분은 도시계획도로 개설.

화북금산지구 내에는 1976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뒤 장기간 미집행된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번 사업과 맞물려 착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산지구 내에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길이 뚫릴 토지 중 40% 정도의 보상협의가 진행됐다.

이 마을 토박이 김양희(61.여)씨는 “바둑판식 도로는 타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지역 특성을 전무한 획일적인 정비일 수밖에 없다”며 “올레 18코스가 지나가는 바로 옆인데다 화북포구에 인접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길들을 굳이 신작로로 만들어야 겠냐”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두고 주민들 사이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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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북금산마을에서 이번 도시계획도로 착공이 이뤄지면 이 골목길과 돌담은 사라지게 된다. ⓒ 제주의소리

한승훈 제주문화포럼 이사는 “1976년 지정 당시 개발 논리로는 타당한 사업이었을 지라도 4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도시의 역사문화 보존을 고려하면서, 마을 정취와 원형을 보존하는 다른 방안은 없는 지 고민하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오는 9월까지 정비계획에 대해 의회 의견청취와 관계기관 협의,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제주시는 주택이 밀집한 화북금산지구의 전반적인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이 열악한 만큼 정비사업 추진과 함께 도시계획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 주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요청 중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려 노력하겠지만 큰 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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