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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원원 선거구 조정 문제는 도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합의한 지난 7월1일 제주도-도의회-지역 국회의원 간 3자 회동. ⓒ제주의소리
제주도의원선거 ‘비례대표 축소’ 입법추진 후폭풍…“여론조사 뒤에 숨는 비겁한 정치”

내년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의원 선거구 조정과 관련한 제주도-도의회-지역 국회의원 3자간 합의에 따른 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후폭풍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법정 위원회 활동을 무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도민의 뜻’이라며 여론조사 뒤에 숨으며 ‘꼼수 행정·정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경기도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뽑을 도의원 수가 16명 가량 증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입법 추진에 난색을 표명했던 지역 국회의원과 이에 부화뇌동한 원희룡 지사의 정치력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경기도지역 한 언론은 2018년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에 입성할 도의원의 수가 현행보다 16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물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정개특위의 조정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도의원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근거는 인구증가에 따라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뽑은 국회의원 수가 19대 총선 때에 비해 8명이 늘었다는 점, 공직선거법상 광역의원(도의원) 선거구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4년 전에 비해 16명 정도를 더 뽑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광역의원 정수가 늘어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전국적으로 21명(인천 4명, 경기 14명, 충남 2명, 경남 1명)이 늘었다.

의원정수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인구 증가가 원인이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0년 동안 8만4000여명의 인구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제6선거구(삼도1.2, 오라동)와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가 헌법재판소의 인구기준 상한선을 초과해 내년 지방선거 때는 분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2명의 지역구 정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월 도의원 정수를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는 권고안을 원희룡 지사에게 제출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민여론은 의원정수 증원에 부정적”이라며 사실상 ‘판을 뒤집기 위한’ 도민여론조사 실시를 요구했고, 원 지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1년여의 법정 위원회의 활동은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도정 최고책임자의 정치적 소신·철학은 실종되고, 여론조사로 정책결정을 하게 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론조사는 지역구 정수 2명 확보 방안으로 △제주도의원 정수 증원(41→43명) △비례대표 축소(7→5명) △교육의원 폐지(5→0명) 등 3가지 대안을 물었다.

조사결과, A기관은 비례대표 축소 49.1%, 교육의원제도 폐지 26.9%, 도의원정수 증원 24.0% 순으로, B기관 결과는 비례대표 축소 44.2%, 교육의원제도 폐지 29.9%, 도의원정수 증원 25.9% 순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 조사결과 모두 1~3순위는 같았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거센 후폭풍을 동반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과는 전혀 엉뚱한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 비례대표 축소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문항 자체가 편파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제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여론조사를 하려면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단순히 인구기준을 초과한 2개 선거구에 국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비례대표 축소 관련 문항은 “다른 시도에서는 비례대표 비율을 의원정수의 10%로 정하고 있으나 우리 도는 20% 이상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을 달아, 특혜성(?) 제도로 인식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다.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정치세력, 전문가, 사회적 소수자 등의 의회진출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되레 이를 축소하는 쪽으로 나오면서 사실상 적폐청산, 선거제도 개혁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게 됐다.

“도민들의 뜻”이라며 여론조사 뒤에 숨는 도정과 정치권도 비겁하다는 비판이 많다.

김명식 정의당 제주도당 사무처장은 “지역 국회의원들과 도지사가 현재 정치권에서 얘기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큰 물줄기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를 리 없다”면서 “설령 논란거리라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 없이 위원회나 여론조사에 정책결정을 맡기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비겁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의회가 폐지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 특별자치를 한다면서 앞서나가지는 못할망정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제주도가 7월20일 발표한 ‘비례대표 축소→지역구 증원’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제주도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7월 중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하고, 11월까지는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법률 개정이 마무리되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비례대표 의원을 몇 명으로 할지, 기존 29개 선거구를 어떻게 분구·조정할지 등을 조례로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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