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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사수정 오후 5시30분] '원활한 협의 불발' 이유로 2% 의결, 학생들 반발...28일 대학 평의회 때 시위 예고 

5년만에 총장 직선제를 선택한 제주대학교가 각 구성원 '투표 비율'을 놓고 진통을 겪고있다. 학생 대표가 학생 투표비율이 낮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비율은 더 낮아졌다.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고윤희)’는 지난 6월30일부터 8차례에 걸쳐 규정 개정을 논의했다.

특위는 총장과 교수회장 추천 각 3명, 공무원직장협의회(직원) 추천 2명, 대학노조 제주대지부 추천 1명, 학생 대표 1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10명 중 6명은 교수이며, 대학노조의 경우 옛 기성회 직원이다. 또 학생 대표는 총학생회장이 맡았다.

당초 특위 내부에서는 총장 직선제에 따른 투표 비율로 교수 선거인수 대비 직원 11%, 조교 2%, 학생 2%가 논의됐다. 

교수 선거인수 대비 비율이 적용되면 총장 투표권을 가진 교수를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직원들에게는 11표, 조교 2표, 학생 2표가 주어진다. 교수 100명의 11%, 2%, 2%가 각각 11표, 2표, 2표기 때문이다.

결국 교수 100명이라 가정하면 총 115명(교수 100명, 직원 11명, 조교 2명, 학생 2명)이 투표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제주대 전임교원은 지난 6월 기준 파견·휴직을 제외해 567명이다. 

당초 제시안에  직원과 학생 대표가 반발했고, 이에 따라 직원 비율을 13%, 학생 비율은 4%로 상향하는 안이 새롭게 제시됐다. 

직원들은 2%p 오른 13%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학생 대표는 지속적으로 8%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투표 비율에 대한 논의는 계속됐지만,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부산대의 경우 학생 투표 비율이 2%이지만, 이화여대는 최근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학생 비율을 8.5%로 적용했다.

지난 24일 직원대표(노조 포함) 3명 중 1명이 개인적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열린 8번째 특위 협의에서는 학생 대표가 “학생 비율 4%도 적다. 수용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직원 대표 2명도 뒤따라 나갔다. 결국, 특위 위원 10명 중 교수 6명만 남은 상황에서 교수 선거인단 대비 직원 13%, 조교 2%, 학생 2% 비율로 최종 의결됐다. 학생 투표 비율은 한때 논의되던 4%보다도 더 떨어지고 만 것이다. 

특위 위원장인 고윤희 교수는 26일 오전 10시 기자들과 만나 “당초 투표 비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협의가 안 될 경우 원안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학생 투표 비율 4% 상향을 논의하다 2%로 의결한 이유도 학생 대표와 원활한 협의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날 오후 2시 학무회의를 거쳐 오는 28일 대학 평의회에서  다뤄진다.

평의회까지 통과하면 대학 측은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게 되고,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투표 비율 등 세부 규칙을 다시 논의해 확정하게 된다. 

특위에서 의결된 방안이 총추위에서 확정되면 교수 567표, 직원 약 74표, 조교 약 11표, 학생 약 11표 정도다. 

'학생 비율 2%' 의결에 대해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평의회가 열리는 28일 투표 비율 상향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 등을 벌일 예정이다.

양은총 총학생회 회장은 이날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해 “학생 투표 비율 4%도 작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표 비율 상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또 이날 '총장선출방식 학생 대책위원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교육과 연구의 주체는 교원이 아니라 교원·학생·교직원이다. 교원들만 권력에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학생들은 피교육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교육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의 야합에 의해 결정된 학생 투표 비율을 인정할 수 없다. 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 허향진 총장의 임기는 2018년 2월18일 만료된다. 차기 총장은 2018년 2월19일부터 4년간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허 총장은 제8대 때는 직선제로 선출됐으나, 9대 때는 간선제였다.

늦어도 허 총장의 임기가 끝나기 180일 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장 선거를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특위는 이달 내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8월5일까지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총장 선거는 12월19일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다.

제주대 총장 선거는 교수들만 투표에 참여하다 지난 8대 선거에서 처음 직원들의 투표가 실시됐다. 

9대 총장 선출이 간선제로 바뀌면서 총장추천위원회에 학생이 포함돼 처음 투표하게 됐지만, 학생들에게는 단 1표가 주어졌다.

이번 10대 총장 선출에서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사실상 학생들이 처음 뽑는 총장 선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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