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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전도사 도슨트 "제주도에 하고 싶은 말 있다"

이동건 기자 dg@jejusori.net 2017년 07월 30일 일요일 14:41   0면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2)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들과 만나다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 관람의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주는, 또는 질 높은 전시 관람을 가능케 하는 도슨트(docent).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도슨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9일 오후 1시부터 탐라순담[耽羅巡談] 두 번째 순서로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 5명과 함께 ‘궁금해요!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 이야기’가 열렸다.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탐라순담은 미술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또는 해설사를 가리킨다.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는 순수 시민 자원봉사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미술관에서 운영한 미술관대학과 미술사 아카데미를 수료한 시민들 중 6명이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박미선, 부애정, 오성범, 장원이, 진영옥, 최정희 도슨트 등 총 6명으로, 각각 직업도 전공도 다 다른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미술관을 찾아온 관람객들과 가장 가까이서 교감을 나누고 있다.  

이날 탐라순담 두 번째 좌담회에는 일정이 허락지 않은 최정희 도슨트를 제외한 5명의 도슨트들과 김준기 도립미술관장,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강효실 학예사, 이다겸 행정실 직원, 공연·예술 홍보기획사 ena 양진영 대표 등 미술관 관계자들도 참석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도슨트는 ‘가르치다’ 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전시회를 해설하는 사람을 뜻한다. 도슨트는 미술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전시 작품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통해 관람객의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흔히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를 급하게 둘러본 후 “뭐, 별거 없네!”라는 관람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볼게 없다거나 별게 없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눈이나 이해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이 경우에도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면 180도 다른 반응이 나온다.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들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을 만든 작가, 그리고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보다 더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생생한 날 것’이어서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식에 목마름을 갖고 있단 점이다. 그리고 유일한 바람도 갖고 있었다. ‘박물관 천국’이라는 제주도에, 체계적인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많은 박물관과, 많은 숲에 각각 도슨트, 해설사, 해설가 등등 이름도 제각각, 프로그램도 제각각이어서 아쉽다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들의 지식 갈증 해소와 균일하지 못한 해설사 양성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아쉬움의 토로였다. 왜 도슨트에 자원했는지? 현장에서의 소감과 보람, 제주를 정확히 알리려는 노력 등등 가공되지 않은 도슨트들의 목소리와 문화정책 당국에 바라는 제언까지 예정했던 9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더위에 지친 여름 한복판, 도민이건 관광객이건 관계없이 누구라도 자신의 감성이 메말랐다 느껴진다면 미술관으로 박물관으로 시원한 지식의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도슨트를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최상의 행운이다. 그들의 살가운 전시해설로 당신의 지식과 감성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소리가 가슴으로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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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1시부터 제주도립미술관 회의실에서 탐라순담[耽羅巡談] 두 번째 순서로 ‘궁금해요!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 이야기’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도슨트, 스스로 공부하는 계기 돼 

김준기 도립미술관장: 도슨트는 미술관의 문화예술 전도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화를 나눈다. 도립미술관을 다녀간 분들로부터 도슨트에 대한 칭찬이 상당하다.

진영옥 도슨트: 도립미술관에 도슨트라는 역할이 생긴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전시회 기획 의도를 듣고 스스로 이해한 범위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안내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젠 일반 시민들의 예술적 역량도 높아졌다.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던 중 김준기 관장 부임 이후 진정한 도슨트로서 활동하게 됐고, 현재 6명이 활동하고 있다. 도립미술관 도슨트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평가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외부의 평가를 듣게 되어 조금은 어색하다. 

김봉현 기자(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도슨트로 활동하다보면 스스로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어떤가? 

박미선 도슨트: 실은 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당시에는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실기에 비중이 더 높았다. 부산에서 약 20년 전 제주에 이사를 왔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생활 속에서 미술을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도립미술관 아카데미를 수강했고, (미술 전공자인 저도)모르는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도슨트로 활동하면서 예술과 관련된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 봉사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공부하는 계기 등 제가 더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도 든다.

김봉현: 도슨트도 전시가 바뀔 때마다 묘한 기대나 설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성범 도슨트: 새로운 전시가 시작될 때 흥분되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새로이 전시되는 작품에 대한 세부 자료를 찾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있지만 도슨트 끼리 전시해설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아내 공유하고 함께 공부한다. 예술도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공부할수록 더 예술을 깊게 이해하게 된다.

부애정 도슨트: 처음엔 도슨트를 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아이를 서울로 대학 보낸 후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때 미술관 도슨트를 알게 됐고 가족들의 적극적인 응원으로 시작했다. 처음 관객들 앞에서 서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우황청심환을 먹지 않고 간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웃음) 열심히 공부했지만, 관객들과의 첫 만남은 엄청난 긴장이었다. 첫날 첫 해설을 마무리하고 나왔을 때 동료 도슨트들이 “긴장했다면서 어떻게 긴장한 표정 없이 그렇게 잘할 수 있냐”고 했다. 그 날 이후 저에게 ‘포커페이스’라는 별명이 생겼다.(웃음)

장원이 도슨트: 사실 전 도슨트를 하게 된 것이…, 비유를 들자면 수영하려고 바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바다에 발만 담갔을 뿐인데 파도가 들어와서 파도를 타다보니 바다에서 놀게 된 꼴이다. 그렇게 바다에서 재미있게 잘 놀다보니 도슨트를 하게 됐다. 내가 미술 쪽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미술은 그저 감상하는 정도였다. 일전에 프랑스에 간적이 있다. 대학생이 가이드를 했었다. 미술관에서 작품 설명을 해주는데 가슴이 설렜다. 미술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연히 도립미술관 아카데미를 받았고, 무지가 용기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다. (교직에서)퇴임한 후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잘 왔다고 생각한다. 미술관 도슨트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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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의소리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차이…전시의 시작부터 끝은 항상 도슨트가

김준기: 나도 전문 큐레이터로 일해 왔다. 그런데 도립미술관 도슨트 선생님들을 뵈면서 도슨트들이 정말 열심히 작품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처음 기획하고, 세팅하고 마무리해 전시가 시작되면 일을 마무리했다는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도슨트들은 전시회 시작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작품을 전도하는 역할을 한다.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사실 큐레이터보다 도슨트들이 전시장에 더 오래 남아있는 것 같다. 큐레이터들도 전시회를 준비할 때 어떤 대중적 언어 등으로 관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할까 고민하고 전시가 시작되면 전시장에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도슨트는 직접 대중적 언어 등으로 관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전시 내내 관람객들과 전시 작품을 만난다. 최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제주도립미술관 도슨트들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전시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다. 

박미선: 저도 다른 곳에 전시회 등을 갔을 때 전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문화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들을 먼저 공부하고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다보니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또 똑같은 작품이라도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순발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아마 도립미술관 도슨트들이 나이가 지긋한 점이 도움 되지 않았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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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도립미술관 도슨트 박미선·진영옥·오성범·부애정·장원이 씨. 현재 도립미술관에서 활동 중인 6명의 도슨트 중 최정희 도슨트는 개인 일정으로 부득이 참석치 못했다.

 도슨트는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가교’
 
진영옥: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요리사와 비슷하다. 전시회를 음식으로 빗대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도슨트들은 그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과 같다. 가끔 관객들의 작품 해설이 놀라울 때가 있다. 배울 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과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도슨트가 큐레이터나 작가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관람객의 반응과 생각 등을 정리해 작가와 큐레이터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김봉현: 도립미술관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문화공간다. 그래서 작품에 따라서는 같은 작품이라도 제주다움이나, 제주인의 관점으로의 해석도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도립미술관 ‘광장’ 전시에 故 구본주 작가의 ‘갑오농민전쟁’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100여년 전 제주민중항쟁의 장두였던 대정읍의 ‘이재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시각’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탐라순담 기획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더 많이 전하려고 한다. 

진영옥: 그동안 제주에 많은 변화가 있다. 그 전에는 없던 숲해설사와 자연해설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도슨트들도 있다. 제주도립미술관도 있고, 소암기념관, 김창열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등도 많다. 오죽하면 제주가 ‘박물관의 천국’이라 불리겠나. 이제는 전문 역량을 갖춘 도슨트나 해설사를 체계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제주에는 전문적으로 도슨트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정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민들이 더 좋은 문화의 장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고, 결국은 더 질 높은 봉사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도립미술관 도슨트들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서 관람객들과 호흡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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