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3) 지속가능한 공간을 꿈꾸는 청년문화예술가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세 번째 순서는 제주 원도심에 터를 둔 예술공간 오이에 자리를 펼쳤다.

지난 2일 오후 3시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예술공간 오이 ‘지속가능한 공간을 꿈꾸는 제주 청년예술가들’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탐라순담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의 사회로 오상운, 전혁준 오이 공동대표와 이승택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과 안현준 팀장, 이재성 재밋섬 대표, 고성표 제주도 청년정책보좌관,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이현주 코디네이터, 황이새 학예사, 고동하 에디터 등이 둘러앉았다.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 맞은편에 터를 잡았던 ‘예술공간 오이(이하 오이)’가 8월 말로 떠나게 됐다. 입주해있던 건물이 최근 매각되면서, 새로운 건물주의 건물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오이가 원도심을 떠나야 할 처지인 것. 

지난 2011년 예술단체로 등록한 오이는 7년째 원도심에 손수 꾸린 공간에서 분투해 왔다. 연극문화 활성화와 무대공연 창작활동을 위해 세 명의 대표가 꾸준히 창작 작품을 선보여 왔고, 차츰 극단 규모도 안정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특별한 행정 지원 없이 키워온 원도심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이기에 오이의 예기치찮은 이전은 아쉬움이 더욱 크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속가능한 공간은 과연 언감생심일까?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금이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행정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오이가 행정의 지원을 구태여 받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이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생력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이의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보다 어린 청년작가, 특히 무대공연 창작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다.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10여개의 연극 극단 중 소극장을 갖고 있는 극단은 오이를 포함해 단 3곳뿐이다. 

대다수의 극단들이 공연 하나를 올리려면 제주 유일의 공공 소극장인 문예회관 소극장 대관이 가능한 날짜부터 뒤적여야 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제주도에 필요한 공간은 수백석 규모의 대형 극장이 아니라 소규모 연극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소극장이라는 것이다. 

오이가, 그리고 지역의 문화예술가들이 처한 이러한 현실은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다. 그렇기에 뚜렷한 묘안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행정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국민신탁운동인 내셔널트러스트처럼, 문화예술분야에도 행정이 다 뻗치지 못하는 부분은 민간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른바 ‘민-관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0분 동안 열띤 토론이 벌어진 가운데,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지속가능한 공간에 대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와 민간과 행정에서의 방안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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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삼도이동 소재 예술공간 오이에서 세 번째 탐라순담이 열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 탐라순담은 제주비엔날레의 한 프로그램이다. 소셜아트를 지향하는 제주비엔날레가 탐라순담으로 제주지역사회의 다양한 사람, 다양한 장소, 다양한 의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형식과 내용과 참석 인원 등 기본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잡담회, 집담회, 좌담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청년문화예술가들이 처한 대내외적 형편이 어렵다. 이런 장벽 때문에 창작 활동에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공간의 문제가 가장 크다. 공간(空間)이라고 하면 우선 스페이스(space) 의미를 떠올릴 텐데,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공유의 장, 즉 공간(共間)으로서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오상운 예술공간 오이 공동대표
: 오늘 참석자들 중 저희 공간에 처음 와 본 경우가 대부분일 테다. 2011년도에 이 공간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보다시피 열악하다. 조명, 무대, 객석도 직접 만들었다. 35석 규모의 관객석이 있다. 공동대표인 전혁준 대표가 모든 작품을 창작하고 있고, 관람객 중 제주의 연극이 관심이 있다고 새롭게 단원이 된 경우도 있다. 2011년에는 세 명이서 출발해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된 상황이다. 
건물값이 올라서 쫓겨나는 건 아니고 건물주가 건물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새로운 건물주도 사용 용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사유 재산이기에 당연하다. 얼마 전에 이런 우리의 처지가 소개된 언론보도가 나가니 여기저기서 연락 왔다. 여기저기서 공간을 보라고 연락을 준 경우도 있다. 연동부터 시청까지 다양했다. 빠른 시일에 새로운 둥지를 틀 것 같다. 그래서 8월 내내 급하게  우리끼리 ‘오이 축제’를 만들었다. “잘 있어”, “잘 썼어” 인사하고 이 공간을 떠나려 한다. 

김봉현 
: 오늘 탐라순담 주제를 처음엔 ‘지속가능한 공간을 꿈꾸는 가난한 제주청년예술가들’이라고 정했었다. 그런데 '가난한'이란 표현을 뺐다.(웃음) 예술가라고 해서 반드시 가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이의 입장은 아주 작은 소극장이지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난하다는 표현이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래서 뺐다. 그러나 오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예술가로 살고 있는 전업작가들이 작품활동으로 얻는 한달 고정수입이 기십만원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열악한 여건에서도 오이가 그 동안 제주에서 많은 작품들을 직접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창작활동에 꾸준히 임해왔다. 어려움이 많았을 터다. 

전혁준 오이 공동대표
: 처음에는 셋이서 오이를 꾸려왔다. 한 사람은 극본을 쓰고 두 사람은 연기를 했다. 갑작스럽게 건물이 팔리게 돼서 당황스럽다. 그러나 돈 때문에 연극을 못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거냐?’,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시련 같은 거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어려움도 꼭 극복할 것이다.

이재성 재밋섬 대표
: 청년예술인뿐만 아니라 다 알고있는 얘기지만 서울 대학로 같은 덴 소극장들이 잘 운영되다가 건물값이 올라가서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나가버린 경우가 많다. 오이의 경우에 건물주가 뭘 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35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에 작품을 올려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열정만으로는 사회의 어떤 문제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수예술 분야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기초적인 문화예술활동에서부터 지역의 문화가 성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이가 삼도이동 문화예술의거리가 형성되기 전에 들어와서, 행정으로부터 지원받은 것도 거의 없다. 문화예술의 거리에 작가들 유치하면서 이런저런 지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역차별이 있는 거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떠나가는 현실이 아프다. 지금 서울 대학로 초기 연극하던 사람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만약 삼도이동 문화예술의거리에 입주한 작가들도 행정이 지원하는 기간이 끝나버리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존립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오상운 
: 7년전,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임대료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제주시에서 문화예술의거리를 만들 때 우리처럼 이미 입주한 기존의 예술공간을 왜 지원할 수 없었냐면, 새로운 예술단체나 작가를 한 곳이라도 더 지원해 유치하는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행정 입장에선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하지는 않다. 지금은 더 후회가 안 된다. 입주작가들이 겪는 갈등을 보면 거기엔 건물주와 행정까지 끼어 있다. 지원을 받는 순간부터 단순하게 입주자와 건물주가 아니다. 우겨서 받을 걸 하다가도, 안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크다. (웃음)

“무조건 행정 지원만? 자생력도 고민해야”

김봉현 
: 오늘 탐라순담 자리에 이승택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센터장과 고성표 제주도 청년정책 보좌관을 초청한 이유가 있다. 청년예술가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 나름 건강한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기 위함이다. 두 분의 이야기도 토론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들어보도록 하겠다. 
 
이승택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오이와 문화예술의거리를 구분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문화예술의거리의 미래가 오이였던 거 같다. 오이가 자체적으로 공간을 운영할 노력을 했던 것을 보면서 지원받는 단체와 공간이 롤모델로 삼았어야 했던 것이다. 이들이 자생력을 갖기 위한 노력들이 3년, 5년 후를 전제로 갔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행정도 순수예술의 한계를 알고 있기에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지역의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한 만큼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그 지원이 영원히 이뤄지는 건 아니기에 오이처럼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이 전제돼야 하지 않나. 오이가 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 도시재생지원센터 입장에선 오이를 잡고 싶었다. 그러나 입주할 수 있는 건물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1~2년 짧은 기간으로 지켜봐선 안 된다. 이 지역에 대한 여러 매력이 생기면 어디로 갔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그 숙제가 재생센터에 있다. 지역의 활동가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들어서 예술단체들이나 예술공간이 들어오게 만드는 게 우리의 숙제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 그렇다면 오이가 지금까지 행정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전혀 없었나?

오상운 
: 아니다. 있다. 지하 극장 말고 1층 문화카페 공간 조성에 제주시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없어진 지원사업이다. 1층 공간을 조성하는데 약 15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 행정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페 오이에서 자발적으로 다른 곳보다 커피를 저렴하게 파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준기 
: 서울 홍대 일대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그 거리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봤다. 그리고 서울 문래동이나 성수동을 보면서 느낀 건 예술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후미진 지역을 눈부시게 만들고 결국은 쫓겨난다. 울면서 세상을 원망한다. 이런 걸 극복하는 방법은 차제에 소셜 펀드레이징이 필요하다. 공간을 멋지게 만들어놓으면 다신 쫓겨나지 않을 걸 전제로 계약서도 쓰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목표를 세웠을 때 공적 자금, 공적인 마인드들을 조직화해서 공용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원도심에서도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최종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쪽으로 귀착되는 건 뻔하다. 더디 가더라도 이른바 '공공 알박기'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사회 운동이자 캠페인, 공공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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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삼도이동 소재 예술공간 오이에서 세 번째 탐라순담이 열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 얘기를 좀 더 진전시켜보자. 청년문화예술지원정책, 또는 지원예산이 청년문화예술인들의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게 취지일 텐데 우리의 지원은 익히 경험하듯 소위 '좀비'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것이 아니라 가뭄에 콩나물 키우듯 지원을 하다 보면 자생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상운 오이 공동대표 대표가 행정 지원을 받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 만큼 행정지원이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앞서 말씀드렸듯 공간의 의미가 '함께 공(共)'으로서, 공유공간으로서의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 필요는 없을까? 절묘한 대안이 없나? 

이재성 
: 예술단체에 대한 리워드가 강화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한 공연이 끝났을 때 300명, 1000명 들어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명하지도 않고 스코어만 가지고 리워드를 주면 어떨까? 지금 정책을 보면 입주 작가들을 입주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은 있지만 그 뒤에는 액션에 대한 관리는 전혀 없다. 제가 삼도이동 돌아다니다 보면 문화예술의거리의 입주 작가 분 중 작업실에 출근하지 않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간편한 리워드가 있으면 좋겠다. 활발한 문화예술의 거리가 되는 것이 중요한만큼, 입주작가로서 창작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 좀 더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승택 
: 어찌 보면 공공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에 민간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공공에서는 거의 분배 방식으로 간다. 지원이나 민간위탁이라면 사적 영역을 넘나들어야 하지 않나? 그 넘나드는 것이 너무 어려운 거다. 그러나 공공에선 형평성 차원의 여러 문제가 있다. 정부 시스템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지역에서 시민들이나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주느냐도 중요하다. “지원했더니 너무 좋았다”, “리워드 팍팍 줘!” 서울시 교향악단이 후원금을 많이 받아서 양질의 공연을 만드는 것처럼, 제반의 시스템들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면 또 결과는 달라질 거다. 

문화예술 장르 다양해지는데, 행정 시야도 넓어져야...

오상운 
: 현재 제주도의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작가들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예술의 장르가 엄청 많아졌다는 점이다. 행정에서 생각하는 예술은 연극, 미술, 음악 등 너무 단순하다. 그러나 예술은 이미 우리 생활 깊이 들어와 있고, 매우 다양화되어 있다. 그런데 '순수'라는 말을 예술에다 억지로 붙여놓으면, 젊은이들이 향유하고 그들을 충족시키는 현실의 예술과는 사뭇 다른 것이 된다. 행정에서 예술 분야의 확대와 범위의 확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김봉현 
: 제주비엔날레 김지연 예술감독께서는 이미 전국 여러 문화예술 행사에서 기획활동을 해왔는데, 다른 지역의 청년 공간 지원사업 등 제주에 소개할 만한 사례는 없나?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 자생력을 갖거나 하는 사례를 본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오이처럼 시작 단계부터 행정 지원을 거절하고 가는 경우가 더 성공 사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지원 금액이 크고 프로그램도 많다. 그런데 수혜를 받을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부족이나 결핍을 느낀다면 지원 제도에 있는 거 같진 않고 좀 더 근본적인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승택 
: 기획력의 문제일 수 있다. 지원받는 시스템은 잘 돼 있다. 그러나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늘 받던 분들이 받게 된다. 경력이 기준이 아니라 참신한 기획으로 지원금을 받아가는 시스템을 행정이 만들어줘야 한다. 

이현주 제주비엔날레 코디네이터
: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문을 썼다.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전 세계의 아티스트가 모이고, 평생 지원이 이뤄지는 제도다. 그곳을 거쳐 가면 언제든지 제도를 누릴 수 있다. 이게 국력인가 싶기도 했다. 갤러리 입장료도 무료다. 국가적 분위기나 들인 돈이나 아주 막대하다 보니 사람들도 관심이 많이 생기고 신진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커야 돈을 써야겠구나, 쓸 만하구나 느끼는 것 같다. 런던 소호같은 덴 아티스트들이 공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도 아티스트들에게 공연을 하도록 공간을 내어준다.  

지속가능한 공간은 과연 불가능할까?

김봉현 
: 공간에 대한 걱정 없이 청년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상운 오이 대표는 굳이 쫓겨나는 건 아니라고 표현 하지만, 밖에서 보기엔 젠트리피케이션의 한 현상으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하다. 물론 이 건물이 사적 재산이기에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문화공간으로 변모될 지도 모른다. 깊이 개입할 수 없는 어려움은 있다. 그래서 원도심 내에 비어 있는 건물들에 공적기능이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관심 갖고 있는 원도심 빈건물이나 공간은 없나?

이승택 
: 예술공간에 한정짓는 건 아니지만 지역에서 나오는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다. 원도심 내의 지역주민-건물주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몇 군데 건물을 둘러봤다. ‘상생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건물주들의 역할을 유도하는 방식을 찾고 있다. 단 몇 곳이라도 8월에는 협약을 맺어서 공간 활용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공간이 될지, 창업공간이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기준으로 삼는 건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잡고는 있다. 이런 것들이 원도심의 집객 요인이 될 수 있다. 예술공간이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 사회경제적으로 본다면 경제적으로 활성화되는 기업이 들어와도 좋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 확보된 공간에 대해 논의를 같이 해보면 좋겠다. 

오상운 
: 공연하는 팀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제주시의 공연장 현황을 보자. 제주아트센터가 만들어졌을 때 연극인 일부에선 도청에 가서 제발 계획을 바꿔달라고 했었다. 이렇게 큰 무대만 지으면 제주도에선 공연하러 갈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취지다. 젊은 창작예술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소극장이 우선이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건 소극장이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문예회관 소극장 딱 한 곳이 유일하다. 그것도 연극무대 전용이 아니라 음악, 학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제주의 청년 극예술인들이 공공 공연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나마 우리는 이 공간이 있어서 지난 7년 동안 큰 어려움없이 공연해왔다. 그런데 제주도내 13개 극단 중 이런 공간을 갖고 있는 팀은 세이레, 미예랑, 그리고 오이까지 딱 세 곳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365일 공연하고 연습하다보니 다른 팀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제주에서 연극공연을 하려는 대부분 연극팀들은 문예회관 소극장에 대관예약이 없는 빈 날을 찾아 헤맨다. 
우리 극단도 열심히 하고 있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워 하지만 제주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작품은 아직 만들 형편이 안된다. 제주의 현실이다. 행정은 무조건 대규모의 공간만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황이새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사
: 근대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다. 근대문화재 중 역사성이나 학술적 가치 때문에 등록문화재 제도를 만들어서 미연에 훼손을 방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소유자 동의도 있어야하는 부분이다. 영국에서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공유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관에게만 있는 역할은 아니다. 시민들도 그런데 관심을 가져서 힘을 합쳐서 재원을 마련하는 등의 인식을 확산시키면 좋지 않을까? 

고성표 제주도 청년정책 보좌관
: 청년정책을 담당하면서 청년다락이라는 공간도 만들고, 원탁회의를 구성해 청년들도 만나고, 청년문화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여러 의견을 듣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공급과 수요의 문제도 있다. 행정 법령 테두리의 안에서 현실화까지 가는 단계가 정말 어렵다. 오늘 제기된 좋은 의견들을 통해 현실에 맞는 청년문화정책이 나올수 있도록 하겠다.

김지연 
: 이번 제주비엔날레 참여하는 작가 중, 이원호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제주에서 공유지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단돈 300만원을 가지고 제주에서 땅을 구입해 공유지로 만들려는 것인데, 당연히 어렵다. 부동산 폭등 등 여러 현실을 작업에 반영하는 의도로 읽힌다. 이런 과정이 작가들에겐 모두 작업의 일환이다. 

김준기 
: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그런 공유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할 것으로 본다. 광장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도 고민하신 걸로 알고 있다. 거대한 시설도 시설이지만, 작은 공간에 대한 개념에서 접근해 정책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공정책으로 공유지를 만드는 일과 내셔널트러스트같은 활동을 같이 굴러가야하지 않을까. 민관 협치 얘기 많이 하지만 땅 문제를 관이 풀어라? 어려운 일이다. 민간이 함께 풀어야 한다. 민관 협치 개념의 공유지 운동이다.

오상운 
: 연극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학교의 체육관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것처럼 강당도 예술인들에게 열리면 좋겠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학교가 연극 극장 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다 있다. 제주도 교육청이 제주의 무대 공연하는 예술인들에게 이런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예술공간 이아'도 24시간 대관을 한다고 얘기 들었는데 연습실은 밤 10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직장인들, 학생들이 일이 끝나고 나면 저녁 8시다. 여기 와서 연습실이라고 오픈하고 있지만 밤 10시에 마감하면 연습공간의 실제적인 의미는 없다. 그래서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신 무대 조명이 설치돼 있는데도 공연보단 전시장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리고 다행하게도 최근 오이가 입주한 건물이 매각돼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적정한 공간을 임대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청년문화예술단체 지원에 '조용히' 힘이 되고 싶어 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아직 계약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처럼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힘이 되어 주는 조력자들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오이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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