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폭염 속에서 3박4일 일정으로 대만을 다녀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기 옴부즈맨의 자격으로 떠난 시찰 겸 여행이었다. 필자가 처음 마주한 대만은 참 깨끗한 나라라는 느낌이 가슴에 먼저 다가왔다. 길거리에 담배꽁초, 빈 플라스틱병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깨끗한 나라라고 하지만, 대만도 일본 못지않았다. 선진국의 도시는 분명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처럼 깨끗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답은 쓰레기정책에 있었다.

제주는 지금 쓰레기와의 전쟁 중이다.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종류별 분리수거를 통해 늘어나는 쓰레기를 줄이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대만은 신기하게도 불에 타는 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로만 분리수거하고 있음에도 쓰레기 처리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대만 국민들이 불편을 참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대만에서는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본인이 직접 쓰레기차 오는 시간에 맞춰 들고 가서 버려야 한다. 제주처럼 시간 맞춰 가져다놓을 수 있는 쓰레기통이 없다. 쓰레기차가 벨소리 비슷한 알람음을 울리면서 다가오면 그때 뛰어가서 차에 던지면 처리가 끝난다. 일반쓰레기 및 음식물쓰레기차는 노란색이고 뒤에 따라오는 흰색 차가 분리수거차라고 한다.

특히 분리수거는 한 구역당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밖에 하지 않아서 자칫 한 번 놓치면 집안이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되어버린다. 대만 국민들이 불편을 참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표현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때문에 대만에서는 쓰레기차 운행시간이 언제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시에서는 쓰레기차 운행시간을 공지하고, 모바일 어플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재활용 쓰레기의 완벽한 처리다. 대만에서는 한해 60억 개가 넘는 패트병이 생산되는데 97%가 회수되어 재활용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민간 쓰레기업자가 개입한다. 재활용 쓰레기가 돈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NGO들의 활약도 크다. 주로 공직에서 퇴직한 분들을 쓰레기 분리나 수거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여전히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긍지와 사명감을 심어주고, 국민들 또한 이 분들의 봉사를 높이 평가해 준다. 제주의 쓰레기정책이 참고해야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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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배. ⓒ제주의소리
마지막으로 정부의 쓰레기 소각정책이다. 제주는 매립정책을 펴지만, 대만은 소각을 우선하고 있었고, 소각으로 인한 대기오염 등을 철저히 감시·관리하고 있었다. 타이페이시정부 환경보호국 목책쓰레기장을 방문, 현장에서 쓰레기 소각 과정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쓰레기매립장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제주의 입장에서 대만의 쓰레기 소각은 분명 벤치마킹 대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기회가 되면 다시 대만을 찾아 쓰레기처리 정책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여운이 길게 남는 여정이었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옴부즈맨 운영위원장 김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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