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조선 관료 아닌 오늘 제주인이 본 영주십경은?

김태연 기자 imty@jejusori.net 2017년 08월 07일 월요일 00:35   0면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4) 영주십경(瀛州十景) 기획전 연 제주미술연구회

제주미술연구회.jpg
▲ 제주비엔날레 탐라순담 네번째 순서로 제주미술연구회의 '영주십경' 기획전을 찾아갔다. ⓒ제주의소리
탐라순담[耽羅巡談] 네 번째 순서는 제주미술연구회 작가들과 만나는 자리로 진행됐다. 

지난 6일 오후 2시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서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현대적 의미와 재해석’을 주제로, 역사 속 '영주십경'을 현대의 작가들이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또한 현대미술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작업과정 등을 작가들로부터 직접 듣는 자리였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제주미술연구회(유창훈 회장)는 최근 영주십경을 현대미술작품으로 재해석한 ‘영주십경’ 기획전시를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서 열고 있다. 

영주십경은 성산출일, 사봉낙조, 영구춘화, 정방하폭, 귤림추색, 녹담만설, 영실기암, 산방굴사, 산포조어, 고수목마 등 제주의 열 곳 경승지이자 비경을 담은 그림이다. 영주(瀛州)는 제주의 별칭으로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옛 제주의 비경을 담은 그림들로는 이익태 목사의 탐라십경도를 시작으로 조선 숙종조 이형상 제주목사(牧使)의 영주팔경, 이후 부임한 이원조 제주목사가 남긴 영주십경 등이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강문석(조각), 고인자(서양화), 고은(한국화), 이성종(한국화), 이숙희(한국화), 이미성(한국화), 유창훈(한국화), 장여진(한국화) 작가가 참여했다. 

이날 탐라순담에는 고인자, 고은, 이숙희, 유창훈, 장여진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자신들이 바라본 영주십경의 의미와 해석에 대해 소개했다. 김준기 도립미술관장을 비롯한 미술관 관계자들과 전시관람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도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제주미술연구회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영주십경’으로 삼은 건 최근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과 시설에 밀려 정작 제주의 비경이 훼손되고 있다는 데에 착안했다. 조선시대 관료의 눈으로 본 영주십경이 아닌 작가들 저마다의 해석이 더해진 영주십경을 내놓은 이유다.

참여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는 직접 제주의 비경 열 곳을 직접 답사하고 탐방하며 재해석에 발품을 팔았다. 동틀 무렵 용눈이오름에 올라 성산일출봉 해돋이의 감동을 함께 공유했고, 늦은 밤 검푸른 바다의 한치잡이배에 몸을 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고민의 흔적은 작품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이번 전시가 내걸리기까지 제주출신 전업 작가로서의 고민이 흠뻑 묻어났다. 작가들은 저마다 '제주다움'을 화두로 삼고 있지만 쉽사리 작업으로 연결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제주미술연구회는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등 여러 분야의 전업 작가들이 모여 그동안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전업작가들이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작가 저마다의 창작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현대 제주에 걸맞은 영주십경을 고민하거나, 영주십경뿐만이 아니라 '영주이십경'을 그려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영주십경이 아닌 ‘탐라십경’ ‘제주십경’, ‘한라십경’이라는 이름에 대한 고민도 갖게 됐다. 이들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볼 이유다.

▲ 탐라순담 네 번째 순서에는 제주미술연구회 회원들이 둘러앉았다. ⓒ제주의소리

진행 김봉현 기자(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 ‘영주십경’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다. 조선시대의 제주목사 등 관료들이 예찬한 영주십경과 그곳의 현재 모습들을 비교해보면 매우 달라져 있는 곳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이 영주십경을 어떻게 재해석했을는지 궁금했다. 이번 주제를 어떻게 택하게 됐나?

유창훈 작가(한국화, 제주미술연구회 회장)
: 제주올레길이 생기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숨은 곳들이 알려지고 있다. 제주에서 걷고 쉬고 즐기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관광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게 있었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영주십경이라는 비경 열곳이 제주에서 손꼽히는 경승지이지만 故 양창보 교수님의 영주십경 외에는 작가들이 영주십경을 작업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제주미술연구회가 시도해보기로 했다. 영주십경도라고 하면 한국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서양화나 조각 분야에선 어떤 작품들이 나올까 궁금했다. 짧은 기획 시간과 소액의 예산은 어려움이었지만 보람이 크다. 앞으로 영주십경뿐만 아니라 '제주다운' 소재들을 많이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하려고 한다.

김봉현 기자 
: 잠시 언급이 있었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

고은 작가(한국화)
: 작가들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걸 어디까지 보여줘도 되는지가 어려웠다. 저만 하더라도 최근 7~8년간 꾸준히 작업해온 패턴이 있다보니, 반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다른 소재인 영주십경을 작업으로 표현하려다보니 힘들었다. 그러나 힘들었던 만큼 보람과 재미는 있었다. 

김봉현 기자 
제주도에 꼭 10경만 있었겠나? 당시 제주목사 등 관료들의 관점, 동선, 행사에 따라 그들의 눈에 비쳐진 비경인 것이지, 제주도의 진면목은 훨씬 그 이상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재해석이 궁금했다. 제주라고 하는 것은 탐라가 고려에 병합되면서 붙여진 지명으로, 건널 제(濟), 고을 주(州), 즉 '바다 건너 마을'이란 의미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에게 더욱 주체적인 지명은 탐라일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주호라는 지명도 기록에 나온다. 작가들도 조선시대 관료의 시각이 아닌, 자신만의 고민을 담지 않았을까?

이숙희 작가(한국화)
: 영주십경 외에 한라십경 혹은 탐라십경을 선정해보고 싶다. 과거 선배 화가들이 남긴 영주십경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더 아름다운 곳을 그림으로 남겨볼 수 있지 않을까? 십경이 아닌 '이십경'도 그릴 수 있다. 특히 기회가 되면 저만의 십경을 따로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제가 보는 탐라십경, 작가로서 재해석해보고 싶은 욕심이다. 

김봉현 기자 
: 이숙희 작가께선 정방하폭을 그리셨는데 과거에 목사나 판관, 문인들이 봤던 정방하폭과 뭐가 다른지? 

이숙희 작가
: 영주십경의 정방하폭은 여름 폭포다. 흔히 정방폭포는 여름 폭포가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이번 전시 작업을 위해 스케치하러 정방폭포를 여러번 다녀왔다. 여름에도 가보고 그전부터 사계절 다 가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가을 정방폭포가 가장 예뻤다. 그래서 사실, 여름 폭포가 아닌 가을의 느낌을 살린 정방폭포를 그렸다. 가을의 정방폭포이 너무 예쁘다. 

유창훈 작가
: 전시를 하기까지 작업 기간이 짧았다. 모든 비경 마다 사계절을 봐야하는데, 사실상 60여 일만에 작품들을 완성했다. 올해 영주십경을 그린 건, 회원들이 전부 전업작가인데 다양한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의 양과 기획이나 창의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요즘엔 현장에서 사생하는 작가들이 줄어들고 있다. 현장에서 자연의 기운도 몸소 느끼고 눈을 키우면서 작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전시를 직접 홍보까지 하려고 하다 보니 부족함이 있었다. 
전시를 하면서 느낀 건 좀 더 작가로서의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실경, 진경보다 다르게 그릴 수 있는 관점이 제주미술연구회의 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전시도 기존과 다른, 또 다른 해석을 해보고 싶다. 회원들 중에서도 이번 전시를 기회로 더 공부하고 체험해서 자신만의 영주십경을 그려보겠다고 하는 이도 있다. 다양한 에너지가 생기고 있다. 

장여진 작가(한국화) 
: 상상의 날개를 펼치려 하다가도, 스스로 ‘이래도 될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원작이 있다보니 가능하면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나만의 '희망'을 표현하려 했다. 한라산 너른 들판에 자라는 제주마 풍경, 그 말들 사이로 화려한 새들이 등장한다. 사실은 까마귀다. 까마귀를 바라보는 나의 내면을 등장시킨 것이다. 까마귀의 검은 색깔과 선입견 때문에 잘 보지 못하는 내면의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주십경을 준비하면서 제주도 같은 좋은 곳에 살고 있는 것이 작가로서 얼마나 행운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자원을 가진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작가로서 더 한국적인, 더 제주적인 작품에 매진하겠다.

김봉현 기자
: 그렇다. 까마귀는 원래 길조(吉鳥)다. 고구려의 국조였고, 제주 방사탑 상층부의 새부리 모양도 까마귀 부리 형상을 했다. 그렇다면 평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주적인 소재에 대해 욕심을 많이 내왔나? 

고인자 작가(서양화)
: 그동안 나무 작업을 많이 했었다. 제주 동쪽에는 거센 바닷바람에 순응해 자라나는 소나무가 특히 많다. 소나무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 제주도민들이 척박하게 살았던 그 모습과 많이 닮았다. 사시사철 푸르기에 소나무는 우리에게 강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나무를 소재로 작업을 많이 했고 특히 소나무를 즐겨 그렸다. 
이번에 영주십경 전시에 제가 그린 작품은 '성산출일'이랑 '고수목마'다. 내가 보던 나무가 아닌 새로운 소재를 접한다는 설렘이 있었다. 예전에도 성산일출봉 그림을 그린 적이 있긴 하지만 색다른 느낌이었다. 제주시에서 오전 3시50분에 출발해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용눈이오름에 올라 성산일출봉을 바라본 모습을 담았다. 5월말 경이었다. 아침 해는 일출봉을 약간 비껴 우도 머리 위로 올라왔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아침 일출의 여운과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작가로서 새로운 영주십경 작업에 더 욕심을 갖게 됐다. 

김봉현 기자 
: 이번 영주십경 전시의 핵심은 과거 관료들의 눈에 비친 영주십경이 아니라 오늘 제주를 살아가는 제주 작가들의 눈에 비친 영주십경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방폭포가 아무리 아름답지만, 4,3을 겪은 후의 정방폭포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그 폭포 밑에 수많은 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풍경을 담은 산포조어 역시 그렇다. 아름답지만 슬픔이 있다. 무작정 경치를 즐기기만 할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만약 ‘영주십경 시즌2’를 전시기획하게 된다면 제주의 아픔과 역사까지도 작업에 녹여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 이번 전시를 보면서 제주가 아닌 영주, 탐라라는 이름을 각인해 보고 새롭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영주십경을 보고, 그려냈다는 것에 대해서 주목할 수 있는 것 같다. 풍경화나 인물화 등은 현대미술에서 워낙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이기 때문에 뭐 새로울 게 있느냐? 식상하다, 진부하다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에 제주비엔날레에서 한라산을 그린, 제대로 된 '한라산' 작품을 전시해보기로 했다. 이른바 '한라살롱'이다. 생각외로 많은 작가들이 '한라산을 제대로 그려보지 않았네' 라고 자주 말한다. 
우리가 언제 풍경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작가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봤는가? 미술관에서도 제주도의 풍경을 제대로 소화해본 적이 있나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전시 주제인 영주십경의 풍경화를 통해서 '풍경의 뜻'을 다시 생각해봤다. 풍경을 다시 천착해 보는 일이란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170805-02.jpg
▲ 탐라순담 네 번째 순서에는 제주미술연구회 회원들이 둘러앉았다. ⓒ제주의소리

유창훈 작가
: ‘산포조어’를 그리기 위해 한치잡이배를 타고 밤바다에 나가봤다. 그 동안 바다를10년 이상 그려왔고 바다 근처에 살기도 하니 바다는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처음 한치배를 타고 직접 바다로 나가 보기로 했다. 밤 바다에 나가 보니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어부들의 치열한 작업 과정도 봤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한라산도 마찬가지다. 나는 먹을 주로 사용해서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아흔이 넘으신 제 어머니가 평소 녹색을 너무 좋아하시는데 어머니를 위해 늦었지만 지난해부터 녹음이 짙은 한라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라산에는 좋은 풍광이 너무 많다. 그 속에 들어가봐야 한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현장에서 스케치 하다 보면 작품이 나의 세계가 되고 더 많은 애정이 간다. 제주의 소재는 끝이 없다. 제주는 사시사철, 시시각각 바뀐다. 그 풍광들이 너무나 다르다. 열폭 병풍에 서양화도 할 수 있고 조각도 할 수 있다. 아주 다양한 작업들이 나올 수 있다. 단기간에 나오면 일회성에 끝나지만 물고 늘어지면 무궁무진하다. 
다른 고민도 있다. 작가들은 감각적인 건 상당히 뛰어나지만 전시기획이나 다른 작업에선 매우 어설프기도 하다. 전시기획하고 마케팅하는 그런 절차들이 어려웠다. 그래도 또 해보자고 이야기하게 된다. 전시 기획이나 예산을 다루는 부분에선 전업 작가들이 약하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늘 필요하다. 

김준기 관장
: 전업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다. 시민들이 작가를 후원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다양한 고민을 풀어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김봉현 기자
: 그렇다. 전업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를 고민하고 온전히 작업에 집중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경제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창작 의욕자체가 꺾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를 후원하는 지원그룹이 많이 생겨야 한다. 작가 한명 당 최소 수십명의 미술애호가들이 후원한다면 넉넉하진 않지만 경제문제의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요즘들어 작가들을 후원하는 협동조합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제주에서 작가들 중 누구라도 먼저 시도해 좋은 사례를 남길수 있다면, 물결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다. 유창훈 작가의 산포조어를 보면서 ‘뭘 표현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름답지만, 대단히 슬프고, 감정이 때로는 북받치기도 할 것 같은 그림이다. 녹담만설을 보면서 과거의 백록담과 지금의 백록담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1980년대 한라산 철쭉제 사진을 보면 백록담 분화구 안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얼마나 많은 훼손이 이뤄졌던가. 제주를 대표했던 '섬 속의 섬, 우도'가 교통, 쓰레기, 각종 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제주를 대표하는 섬일 수 있나? 보이는 아름다움, 그 너머의 아픔까지 담아내는 영주십경전과 제주미술연구회를 기대한다. 한라산과 백록담, 성산일출봉과 우도 등이 여전히 제주의 비경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제주미술연구회가 다시 재해석해 전시하게 될 탐라십경전이 궁금하다. 경치가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슬프다고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내면을 잘 읽어내는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

이재성 재밋섬 대표
: 저는 문화상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작품을 활용해 만든 2차 문화상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오늘 이 전시에 와서도 영주십경 각 작품을 보면서 어떤 건 부채로, 어떤 건 엽서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또 어떤것은 지갑이나 파우치를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저는 이렇게 작품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작가들은 작품에 몰입을 하고, 저같은 사람들은 그것을 더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유창훈 작가
: 제주미술연구회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좋은 작품과 작업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이다. 제주에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한 제주미술연구회는 분명히 좋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심과 협업으로 관계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봉현 기자
: 도립미술관에 대한 바람도 있다. 한 3~4년 전으로 기억한다. 홍콩의 어느 미술품 옥션에 제주의 탐라십경도가 경매에 나와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익태 목사 당시에 제작된 탐라십경도 원본보다 조금 늦은 18세기 전반기에 제작된 그림으로 '해외 소장 한국 고미술품' 경매에 나와 어느 중국인 컬렉터가 사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탐라순력도가 있어서 제주목관아의 완전한 복원이 가능했던 것 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탐라십경도의 숨은 가치와 비경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탐라십경도의 판매 경로를 추적해 제주로 다시 반환시키는 작업을 도립미술관이 해주었으면 한다. 제주로선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준기 관장
: 좋은 제안이다. 조선시대 그림이 미술관과 무슨 관계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미술관도 아트뮤지엄(Art Museum)이다. 미술관은 미술을 다루는 박물관이다. 현대 예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오래된 그림도 도립미술관이 같이 연구해야한다.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사이에도 종종 갈등이 일어난다. 간혹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럽을 보면 유물과 컨템포러리가 자연스럽게 섞여서 맥락을 유지하는데, 한국은 단절된 문화, 이식된 문화 때문에 그런 것들이 있다. 

고인자 작가
: 우리가 아예 영주십경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역사시대의 선배 화가들이 남긴 영주십경도 그림을 같이 전시해서 21세기 현대 화가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해석하는지 비교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다. 앞으로 시즌2, 시즌3을 하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유창훈 작가
: 끝으로 작가로서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 작가들은 작품 활동은 잘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활동은 잘 하지 못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도 더 귀를 활짝 열어 이야기를 많이 듣고, 다시 그 이야기를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표현해보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http://www.jejusori.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조선 관료 아닌 오늘 제주인이 본 영주십경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