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도의원 선거구획정 향후 4개월 마지노선...29개 선거구 전면 재조정? 

192780_221599_1045.jpg
▲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7월 12일 오전 의장 집무실에서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사진) 당시 간담회에서 행정체제개편 논의 유보 및 도의원 선거구획정 문제를 도민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3자(제주도-의회-지역국회의원)간 합의해 파장을 일으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 및 선거구획정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지난 달 12일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논의를 무력화시키는 제주도-도의회-제주 국회의원 3인 등 소위 '3자간 합의'에 이어, 도민여론조사 실시와 '비례대표 축소'라는 결과가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치권이 '비례대표 축소 입법 포기'와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기 때문.  

지난해 12월14일 조례에 근거한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출범하고, 올해 2월 도의원 정수를 41명에서 43명으로 2명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권고안을 선거구획정위가 내는 등 현재까지 약 9개월 간의 논의가 다시 '물거품'이 된 것이다.

현재 제주도의회는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7명, 교육의원 5명 등 총 41명으로 구성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7년 지방의원 선거구와 관련, 평균 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를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지난 11월말 현재 제주도 주민등록인구수가 64만488명이고, 29개 선거구로 구분되는 만큼 1개 선거구의 평균인구수는 2만2085명이다. 여기에 헌재 기준을 적용하면 상한인구는 3만5338명, 하한인구는 8835명을 유지해야 한다. 

11월말 현재 제6선거구(삼도1·2동, 오라동) 인구는 3만5488명으로 150명이 초과됐고,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 인구는 5만1942명으로 1만6600명이 초과해 헌재 결정에 위배된 상태다. 

획정위는 도의원 증원, 교육의원 축소 및 폐지, 비례대표 축소안 3가지를 놓고 도민여론조사와 설문조사,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도민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2월23일 도의원 정수를 현행 41명에서 43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채택, 원희룡 지사에게 제출했다.

획정위는 당시 의원정수를 조정하지 않고 기존 선거구 획정방식인 분구·합병을 하려면 29개 선거구의 대폭 조정이 불가피해 도민 혼란이 우려된다며 아예 선거구획정 방식은 제외했다.

물론 도의원 정수 증원은 획정위의 권한 사항이 아니다.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치권 지원이 필수 조건이다. 

당시 권고안에 대해서도 획정위가 "특별법 개정이 안되면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입장에 그쳐, 구체적 대안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진전이 없던 도의원 정수 증원 특별법 개정 논의는 갑작스럽게 지난 달 제주도-도의회-제주 국회의원 등 소위 '3자 합의'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키로 하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원희룡 지사와 신관홍 도의회 의장,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 등은 7월12일 도의회 의장실에서 도의원 증원-교육의원 폐지-비례대표 축소 3가지 대안을 놓고 도민 면접 여론조사를 통해 결론 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가 후폭풍을 불러왔다. 여론조사 결과는 비례대표 축소가 압도적이었다. 2개 여론조사 기관 조사 결과 모두 비례대표 축소가 각각 49.1%, 44.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교육의원 폐지는 26.9%와 29.9%, 도의원 정수 증원은 24.0%와 25.9%로 각각 나타났다.

비례대표를 현행 100분의 20에서 100분의 10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현행 비례대표 7명에서 5명으로 2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다.

그러나 '비례대표 축소'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노동계와 여성계, 소수정당, 시민사회단체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각 정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시대 흐름은 물론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밀물처럼 쏟아진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정치세력, 전문가, 사회적 소수자 등의 의회진출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여성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3자 회동' 결정을 두고 "권한 없는 3자 밀실야합"이라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의당은 물론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소수정당에서 비례대표 축소에 대신 오히려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례대표 축소' 결정의 부당성을 성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영훈 국회의원은 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갑작스레 3자 합의를 파기, 비례대표 축소 입법 포기를 선언했다. 사실상 도의원 정수 및 선거구획정 논의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오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많은 분들이 예측했던 것과 다른 비례대표 축소라는 결과가 나왔고, 어찌됐든 3자 회동 결과에 따라서 제시된 비례대표 축소안을 저의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와 차이가 있더라도 약속한대로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의원은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7월24일 제가 대표발의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20명이 참여하는 개정 발의안 회람을 돌렸지만 민주당의 정책입장과 배치되고, 국회 정개특위에서 향후 선거구제도와 관련된 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 소속 의원들이 비례대표 축소 개정안 발의에 부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또, "비례대표 축소 안건을 다룰 행전안전위 소속 의원들과 지속가능발전 제주특위에 공동 발의 요청을 했지만 참여하는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며 "제가 판단했을 때 3자 회동에서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는 데 더 이상 진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의원입법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의원 입법이 어렵다는 것을 도지사와 도의회에 의견을 전달했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특별법 개정안이 진척되지 못할 경우 도지사께서 판단해야 될 문제다. 특별법 개정이든, 현행 법률에서 선거구획정을 하든, 책임있게 판단하면 된다. 정부입법으로 도의회 동의를 얻어서 법률안을 제출하면 된다"며 도지사에게 공을 넘겼다.

사실상 국회의원들은 도의원 선거구획정 논의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도의원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남은 '선택의 카드'는 두가지 뿐이다. 

우선 첫째, 선거구획정위가 현행 법률안대로 29개 지역구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획정위가 아예 논외로 치던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는 점이다.

물론 29개 선거구를 인구수에 따라 재조정하게 되면 일부 읍면 선거구는 통합이 불가피해 혼란을 감수해야만 한다. 

두번째 방안은 원희룡 지사가 획정위 권고를 받아들이거나 3자 합의에 따라 비례대표 축소나 아니면 교육의원 축소 방안을 선택해 정부입법을 추진하면 된다. 

그렇다고 이 방법 역시 쉽지 않다. 

국회의원들도 받지 않는 도의원 정수 증원안을 추진하자는 게 과연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또 비례대표 축소와 교육의원 존폐도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제 공은 선거구획정위와 원희룡 지사에게 넘어가게 됐다.

도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11월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또 선거구획정 전면 재조정 또한 12월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보고서는 지방선거 6개월 전까지 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마지노선은 12월12일이다.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구획정과 관련해 획정위의 권고안이 아닌, 느닷없이 3자 합의를 통해 진행하면서 시간과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제주도는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을 포기함에 따라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을 떠넘겨 받은 원희룡 지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도민사회의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