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노 정부에 직격탄-참다운 분권은 주민참여 보장에서부터.

<전국 시민운동가 대회 취재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시민운동단체 활동가 300여 명이 24일 목포에 모였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YMCA 등 전국 354개 시민운동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상설협의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최열 이학영 이오경숙 등)'가 주관한 '전국시민운동가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4∼25일 양일간 목포청소년수련관에서, '2003 소통과 통합 - 시민운동, 간격 줄이기'라는 주제로 열린 전국시민운동가대회는 이번이 3회 째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시민운동가들을 함께 격려하고, 전국 시민운동가간의 상호 정보교류와 의견교환을 위해 기획된 행사다.

대회 주제를 '시민운동, 간격 줄이기'로 정한 이유는 시민운동과 시민, 지역과 서울, 이른바 메이저 단체와 '등 단체(작은 단체)'간의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고 간격을 줄이기 위함이다.

대회 프로그램을 보면 24일 오후 '시민운동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첫 번째 모둠토론이 진행됐고, 저녘에는 주제별 워크숍이 벌어졌는데, '활동분야별 토론', '핫이슈 토론마당'등이 각각의 세션에 따라 열렸다.

이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세션은 '2004년 총선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와 '지방분권과 시민사회진영의 대응과제'로 각각 열린 핫이슈 토론마당이다.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총선관련 토론마당은 주제발표자 없이 '정치개혁을 둘러싼 시민운동의 분화 어떻게 볼것인가'와 '2004 총선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두가지 쟁점을 가지고 토론자들이 자유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세션에는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지훈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서형원 녹색정치준비모임 간사, 심상용 서울YMCA 팀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의 '허구성'은 극복하되 '진정성'은 계승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전자는 정치사회의 개혁적 인적 풀로서의 시민사회운동은 불가피하며 긍정적이라는 것이며, 후자는 정치적 중립성의 진정성을 계승하는 운동단체가 명확하게 분리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 시민운동 진영이 '정치제도개혁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대략적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총선시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는 직접적 후보전술에서부터 경선참여운동, 유권자정보공개운동, 낙천낙선운동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지만 합의를 이루지는 못하고 지역운동역량을 고려한 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편 이 세션에는 언급한 토론자 외에 박원순 변호사, 이오경숙 여연 상임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및 각 단체의 대표급 인사들이 참여하여 이 주제에 대한 시민운동 진영의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토론마당은 하승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의 주제발표 '지방분권 관련 동향과 주민참여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의 대응방향'이 있은 후 고유기(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재관(지역경실련협의회 사무처장), 김태근(울산참여연대 사무국장), 김현삼(경실련 경기협의회 사무처장), 민영창(지방분권국민운동 주민참여분과위원장), 송재봉(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윤미숙(거제환경연 사무국장), 이형용(부패방지위원회 시민협력팁장), 지금종(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하여 활발한 논의를 벌였다.

이 토론 마당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논의가 '주민참여'라는 기본 전제를 논의의 외곽으로 밀어 둔 채 진행되고 있어, 지방분권 논의가 기득권 세력(중앙과 지방)간의 다툼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공유했으며 "앞으로 지방분권 추진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활성화할 것인지가 최우선적 과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연배와 직위를 초월하여 모인 시민운동가들은 이 외에도 조직과 개인, 지역과 서울, 운동과 여성, 운동과 비전, 사이버 시민운동, 시민운동가의 교육과 전문성 등 온갖 내부적 문제를 성찰적으로 고민하였다. 당장 충분한 결론이 모아지지는 않았지만 활동가들은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소통과 통합, 우리 안의 통일과 간격 줄이기가 절실함에 합의하였다.

25일 시민운동가대회 프로그램 말미에, 참석한 시민운동가들은 아래와 같은 '목포선언'을 채택한후 다시 전국의 운동현장으로 흩어졌다.

<목포 선언문>

-제3회 전국 시민운동가대회에 참가한 시민운동가들의 결의-

한국 사회 진보와 개혁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땀흘려온 우리는 우리사회와 시민사회운동 앞에 제기된 도전과 실천과제를 공동으로 점검 하고 지역과 서울, 여성과 남성, 세대와 세대, 작은 단체와 큰 단체, 조직과 운동가 사이의 ‘소통과 통합’을 향해 서로의 간격을 줄여나가고자 한자리에 모여 성찰적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이러한 뜻 깊은 자리를 마감하면서, 우리 한국사회와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촌 차원에서 직면한 중요한 변화와 과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각 지역의 조화로운 발전의 조건이다. 진정한 분권과 균형발전은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 실질적인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의 보완과 지역혁신을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주민자치제도의 핵심과제들이 포함된 올바른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적 연대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다짐한다.

전국의 유권자들은 정치개혁을 강력히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적이고 가부장적인 부패정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현행 정치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진정한 정치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성숙한 유권자를 관객으로 전락시키는 낡은 정당․불공정한 선거․불투명한 정치자금 제도는 전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만약 현재와 같은 낡은 정치제도가 부여한 기득권에 안주하여 정치인들이 이를 스스로 뜯어고쳐야 할 임무를 방기한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는 전국 유권자의 힘을 모아 이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높은 시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낡은 이데올로기의 유산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저해하는 가부장제의 유물인 호주제,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위협하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상징되는 개발중심적 가치관, 생태적 사회와 미래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에너지 정책, 일상의 평화마저도 위협하는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등 약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과거의 악습과 낡은 가치를 극복하고 오도된 정책과 제도의 폐지를 위해 손에 손을 잡고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각국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의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WTO체제 등 신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반대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농업시장 개방 불가피론과 경제특구와 같은 천박한 경제논리를 반대한다. 이라크전쟁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거부한다. 정전 50년을 맞는 한반도와 지구촌은 미국의 불법적 침략전쟁과 패권적 대외정책으로 인해 인류의 평화염원과는 상반되는 전쟁과 테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유례없는 규모의 촛불집회와 파병반대집회로 나타난 국민의 평화 염원을 무시하고 ‘추가 전투병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는데 분노한다. 우리는 다른 지역과 국가 민중의 희생을 담보로 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드시 이라크 침략전쟁의 전투병 파병을 저지함으로써 평화를 위한 전 세계인의 실천에 당당히 합류할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공약과 시민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개혁전선에서 후퇴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정권이 재벌개혁과 교육개혁, 노동정책과 대미정책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보수기득권의 저항에 굴복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날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지속적이고 본질적 개혁은 여전히 우리 국민의 변함없는 화두이며 우리 시대의 절대적인 요구이다. 우리는 노정부가 이러한 개혁노선으로부터 후퇴를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더 나아가 사회개혁의 지속과 실천을 우리 스스로 담보할 것을 분명히 해 둔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연배와 직위를 초월하여 우리 시민운동가들은 함께 모여 조직과 개인, 지역과 서울, 운동과 여성, 운동과 비전, 사이버 시민운동, 시민운동가의 교육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과 2004년 총선 대응 등 온갖 내부적 문제를 성찰적으로 고민하였다. 당장 충분한 결론이 모아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소통과 통합, 우리 안의 통일과 간격 줄이기가 절실함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고민과 논의가 시민사회의 확산과 성숙에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지속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겸허히 고민할 것이며 그 해결을 위하여 전국적 차원에서 열정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오늘 유서 깊은 예향, 저항의 고장 목포에서 함께 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 제3차 시민운동가대회 참가자 일동은 위와 같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 실현과 해결을 위해 지역과 부문의 다양한 차이를 넘어 오직 한뜻으로 매진할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2003년 9월 25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3차 시민운동가 대회 참가자 일동

안현준님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이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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