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악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 /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언어는 영향력이다. 그리고 힘, 권력이자 소통의 매개체이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려고 하고, 한 국가의 형성을 위해서 언어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제주도에서는 음악이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제주국제관악제 이야기다. 음악을 통해서 나라, 나이, 성별, 악기, 역할에 관계없이 모두가 소통하고 있다. 이 소통의 즐거움을 참여자들이 느끼고 발전하는 것은 물론 관객들도 즐거워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라는 작은 마을에서도 음악은 소통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올해 처음 마련한 ‘밖거리 공연’이라는 프로그램이 지난 8일 금능 꿈차롱 도서관에서 펼쳐졌다. 이날 도서관에는 어린이들이 ‘Four Talks 앙상블’ 팀의 색소폰 연주를 들으려고 모였다. 어린이들에게 물어본다. “어떤 곡을 듣고 싶어요?” 대답이 없다. 쑥스러워한다. 대기하고 있던 연주자에게 조용히 말한다. “아빠 힘내세요.” 듣고 싶은 곡을 제안한 것이다. 소통이 시작되었다. 연주자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연주를 해준다. 모두가 좋아한다. 엄마와 아빠들도 좋아하고, 리듬의 명쾌함과 색소폰 연주의 화려함에 아이들도 박수치며 좋아한다. 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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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금능 꿈차롱 도서관에서 Four Talks 앙상블팀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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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소폰 연주를 경청하는 아이들.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외국인과도 음악만 있으면 소통한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 말이 통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일정수준 높은 음악수준이 중요할까에 대해서 궁금했다. 물어보았다. 지난 10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있었다. 한국어를 조금할 수 있는 스페인 지휘자, 일본인 호른 주자, 수원대학교 학생들의 연주다. 제주에서 만나서 리허설을 하고 무대에 섰다. 훌륭한 연주에, 완벽한 매너, 지휘와 독주자의 무대 위 모습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준다. 

학생들은 말이 통하면 좋겠지만 굳이 말이 능통하게 소통할 상황이 되지 않더라도 음악수준이 있으면 서로 화음을 맞추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음악용어가 있고, 악보가 있고, 지휘자가 보는 총보가 있고, 지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주자의 진행과 움직임, 지휘자의 요구, 그 외 리듬파트의 지원 등이 각각의 언어가 되어 연주자들을 하나로 만든다는 표현이다. 제주에서 이러한 소통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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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수원대학교 학생들의 연주, 스페인 지휘자, 일본 호른 주자의 모습.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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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추계예술대학생들의 연주 모습, 트럼펫 협연도 훌륭했다.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대학생들은 바다와 같은 제주국제관악제의 향연에 빠진 것만으로도 소통의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추계예술대학 학생들의 표현이다. 군대생활 할 때 국내외 관악제에 참석했고, 이제는 복학해서 다시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석했던 어느 대학생의 표현이다. 

“제주국제관악제는 다양한 외국의 지휘자, 심사자, 경연자, 합주단, 앙상블, 독주자 등이 모여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분들의 역할을 보고 음악과 귀로 소통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은 기술과 소양을 습득한다”고 한다. 제주국제관악제에서 많은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위상을 제주도가 높여주고 있었다. 금관중심의 앙상블팀을 초청하는 분위기에서 카자흐스탄 국립 목관 5중주 앙상블팀이 특별히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를 처음 와보고는 아름다운 풍광, 쾌청한 날씨, 친절한 제주도민, 외국인에 대한 배려심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이 끝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말을 여러 번 할 정도다. 또 카자흐스탄으로 초빙하고 싶다고 한다. 외교가 국가의 역할이지만 음악으로 소통하는 국제관악제도 중요한 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인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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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 국립 목관 5중주 앙상블팀과 제주도 씨밀레 색소폰 앙상블 팀과의 교류 모습.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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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한림 돌빛나 예술학교, 초기왓 동굴에서 카자흐스탄 국립 목관 5중주 앙상블 연주 모습. 사진=황경수. ⓒ제주의소리

▲ 황경수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언어를 굳이 권력이나 힘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언어를 초월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와 인종, 나이, 역할에 관계없이. 그 소통의 크기만큼 제주도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음악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세계적인 연주자들, 지휘자들, 합주단, 어린이 연주자들, 아마추어 참여자들 모두 제주의 친절함과 배려에 고마워한다. 제주의 자긍심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제주국제관악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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