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동 하수종말처리장 해안에서 해녀들이 체념한듯 물끄러미 해안을 주시했다. 시선을 따라 해안 옹벽 하수구를 따라 이동하니 지독한 냄새가 콧등을 찔렀다.
노란색 펌프차가 등장하더니 호스를 연결해 해안에 쏟아진 슬러지를 연신 제거하기 시작했다. 바다로 밀려든 슬러지들이 줄줄이 탱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들이 작업에 열을 올렸지만 이마저 탱크 압력이 약해 해안에서 채 1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의 슬러지 제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수구에서 흘러내린 슬러지가 해안은 물론 해안 옹벽 수풀 사이에도 쌓이면서 청정 제주 앞바다가 순식간에 슬러지 천지로 변했다.
김씨는 “포구 안쪽, 바깥쪽 쉴틈없이 오수가 쏟아져 나오더니 이번에는 해안 하수구에서도 X물이 나오고 있다”며 “45년 해녀 생활해왔는데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해삼과 소라 등 종묘들이 앞바다에 방류됐는데 X물 속에 살아 남을 수 있겠냐”며 “항의 할 때마다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옆 제주하수종말 처리장으로 이동하니 시설 내부 하수관을 교체하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공된지 수십년이 지난 노후관을 들어내고 새로운 관을 매설하는 작업이었다.
1km 구간의 관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내부 슬러지가 맨홀을 넘치면서 불어난 찌꺼기가 우수관을 따라 밖으로 유출되면서 슬러지들이 해안으로 쏟아진 것이다.
제주하수처리장의 1일 평균 하수유입량은 12만2000t으로 시설용량 13만t에 육박하고 있다. 시설노후화와 용량 한계로 월별 수질검사에서도 매달 기준치를 초과해 운영하고 있다.
총질소(T-N)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치를 초과한 오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수년째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956억원을 들여 제주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13t에서 17만t으로 4만t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금껏 설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또 장기적으로 제주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1일 최대 23만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3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 확보 방안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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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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