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모험가 송경태, 《아내의 빈자리》 발간...“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에게 바친다”

사하라 사막, 남극 대륙을 누빈 강철의 시각 장애 모험가도 아내 앞에서는 한 없이 순한 양이 된다. 시각 장애를 무릅쓰고 오지 모험가이자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활약한 송경태 관장(전라북도 시각장애인 도서관)이 아내에게 바치는 새 수필집 《아내의 빈자리》(시음사)를 최근 발간했다.

전라북도 오수에서 태어난 송 관장은 20대 군 복무시절 예기치 않은 수류탄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장애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모험가로 우뚝 섰다. 사회복지학 박사로 전주시의원도 지냈다. 제주와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홍보대사로서 인연을 맺었다. 첫 해부터 빠짐없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저자는 350쪽 넘는 두터운 분량의 책 속에 평생에 걸쳐 자신의 눈이 돼준 아내 이용애 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한껏 담았다. 매일 자신의 외출복을 챙겨주는 아내가 급한 일정으로 깜박하자, 어쩔 수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입고 나선 일화가 대표적이다. 

“타오르는 사하라 벌판에도 겁내지 않던 내가 넥타이 조각 하나에 잔뜩 의기소침해져서 비에 젖은 생쥐 마냥 도망 나온 신세가 된 것이다. … 그래서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가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으로 삐에로가 된 것 마냥 주위의 굴절된 시선을 받곤 한다. 이런 일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종종 대인기피증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 아내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위대한 부인이고 위대한 친구이고 위대한 요리사이고 위대한 운전사이고 위대한 텃밭 인이고 위대한 조경사이고 위대한 합창단원이고 위대한 안내인이고 위대한 누나 같고 부모에겐 착한 며느리이고 아들에겐 자상한 엄마이고 손자에겐 너그러운 할머니이고 그리고 이런 내용이 100페이지는 더 계속되는 이용애를 나는 사랑하고 존경한다.” - <아내의 빈자리> 중에서

책은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함께, 극한의 모험을 마주하는 자세도 함께 담겨있다. 저자는 시각장애 1급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세계 최초 4대 극한마라톤(사하라, 고비, 아타카가, 남극) 완주, 그랜드 캐니언 울트라 마라톤 271km 완주, 남극마라톤 250km 완주 등 일반인도 하기 힘든 도전을 성공했다.

▲ 오지 모험가 송경태 씨가 새책 '아내의 빈자리'를 발간했다. 송 씨는 <제주의소리>가 '기부와 나눔'을 모토로 매년 주최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홍보대사를 10년째 맡아 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나는 한 치 앞도 못보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사막마라톤대회에 나가면 항상 꼴찌는 맡아둔 당상입니다. 주최 측에서 참가 선수의 30%는 의무적으로 탈락시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꼴찌는 하지만 70%안에 드는 영광의 월계관을 씁니다. 그 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결승점에 도착해 있습니다. … ‘인생은 마라톤이야’ 하고 생각해보세요. 훨씬 마음이 가볍고 편해질 테니까요. 출발이 늦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자기 만의 페이스로 최선을 다해 보세요. 분명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인생은 마라톤이다> 중에서 

아내,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이 재치있는 글솜씨로 녹아있다. 우석대·서남대·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저자는 현재 전라북도시각장애인도서관장, 한국산악회 전북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2년 3월 시인으로도 등단하며 시집 《삼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2008), 수필집 《아들의 눈이 빛이 되어)》(2013)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04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2009년 올해의 전북인상, 2016년 엄홍길 도전상 등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도전정신을 인정받았다.

《아내의 빈자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 문화예술향수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됐다. 책 페이지 마다 시각장애인용 바코드가 표시돼 있어 시각장애인 독자의 편의를 배려했다. 책 표지 제목은 저자의 소중한 손자가 쓴 글씨다. 시음사 출판, 351쪽, 값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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