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 끝내 무산...서귀포시 "법적 절차 아니" 해명 진땀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가 욕설과 거친 몸싸움 속에서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이상순 서귀포시장은 “국토부에서 나온 자료가 있으니 오늘 보고회를 마치겠다”는 말을 남긴채 자리를 떴다.

서귀포시는 18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를 열 계획이었다. 현장에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비롯해 안동우 정무부지사, 이상순 서귀포시장 등이 참석했다.
▲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 시작 전 보고회 개최 자체를 막겠다고 밝히고 있는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강원보 집행위원장.

보고회 시작 전부터 김정문화회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오후 2시부터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제2공항 중단' '부실투성이 용역'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반대 주민들은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설명회를 여는 것은 성산 주민들을 기만하는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정문화회관 강당 입장은 오후 2시30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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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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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막상 문이 열렸지만, 강당 좌석 383석 중 상당수는 이미 채워져 있었다.

반대대책위는 보고회 개최 자체를 막겠다며, 강당 맨 앞자리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제지하는 공무원들과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순간 설명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반대 주민들은 “왜 앞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느냐. 앞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공무원 아니냐”며 “분명 2시30분에 강당 문이 열렸는데, 어떻게 먼저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나”라고 동원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강당 앞자리를 메운 사람들 중 상당수는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거친 몸싸움이 계속되자 강원보 제2공항 반대위 집행위원장과 허법률 서귀포시 부시장은 오후 2시50분부터 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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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단상에 올라가지 않는 조건으로 공무원들도 제지하지 않겠다고 합의점을 찾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허법률 부시장, 강원보 위원장.
10분 정도 흐른 뒤 강 위원장과 허 부시장은 반대 주민들이 보고회가 진행되는 단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무원들이 제지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반대 주민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명회와 똑같다. 단상을 점거해 보고회 개최를 막아야 한다”며 "보고회를 열지 않겠다는 확답이 없으면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위원장과 허 부시장의 설득에도 거친 몸싸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또 처음에 강당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더러 일어나 공무원들과 함께 반대 주민들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욕설과 함께 거친 몸싸움 속에서 몇몇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넘어지는 등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1시간 가까운 몸싸움 속에 몇몇 반대 주민들은 기어코 단상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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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위로 올라가는 반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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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몸싸움 속에서 반대 주민이 넘어져있다.
주민들은 "성산 주민들이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의혹이 해소되지도 않았다. 왜 다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가. 의혹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23분쯤 허 부시장은 강 위원장과의 대화를 신청했고, 두 사람은 대화하는 동안 몸싸움 중단을 양쪽에 요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뒤 이어 오후 3시31분께 강 위원장이 “잠시 조용해달라”고 말하자 이상순 서귀포시장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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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점을 찾고 있는 강원보 위원장과 허법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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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회 중단을 선언하는 이상순 서귀포시장.
이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읍면동 마을투어를 다녔고, 많은 서귀포시민들이 제2공항 추진 상황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서귀포시 중심에 있는 김정문화회관에서 보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에서 나눠준 자료가 있으니 천천히 읽어보면 된다. 나중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성실하게 답해주겠다. 오늘 보고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반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제주도 차원에서 강정마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추진 상황 보고회를 열었고, 이 보고회를 법적 절차에 필요한 주민 설명회로 대체한바 있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필요한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단순하게 추진상황 정보를 알리기 위한 보고회”라고 해명했지만, 양쪽이 격렬하게 대치한 이날 상황은 앞으로 제2공항 추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8월 29일 예정된 '제주 제2공항 건설 동굴 등 현황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간담회 또한 반대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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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제2공항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제2공항 반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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