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 총재, 글로벌 제주상공인 리더십 포럼서 ‘소득 주도 성장론’ 강조
18일 오후 제주 롯데시티호텔에서 진행된 2017 글로벌 제주상공인 리더십 개회식 직후 박 전 총재가 기조강연에 나섰다.
박 전 총재는 1960년대 산업화 과정 이후 모든 정권에 걸쳐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건설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직 등을 역임한 한국 경제발전사의 산 증인이다.
먼저 그는 지난 10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두고 “경제정책은 변하는 환경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걸 거부하고 수십년 전 산업화 시대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고,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민주화에 실패했고, 핵도 막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에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경제성장이 좌절되니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민족적 자각이 폭발한 게 바로 촛불”이라며 “국민적 염원과 기도가 대한민국의 물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그는 가계소득 증대를 핵심에 둔 ‘소득 주도 성장론’을 경제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더 이상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고 있는데, 수출이 안 되면 민간주도성장으로 가야한다”며 “한국도 세계의 선진국들처럼 민간소비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은 이익이 많이 나지 않아도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유보금만 늘리고, 고용도 늘리지 않고 있다”며 “낙수효과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게 고장났다”고 진단했다.
또 ‘뇌졸중’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거듭 “대기업을 성장시켜도 서민들에게 소득이 가지 않고 있다. 지금 막혀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성장과 투자를 막는 규제 철폐 △대기업 유보금에 대한 세금 부과를 제시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이란도 핵을 다 완성한 다음 결국 갈 데가 없어서 타협하고, 개방을 했다”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북한도 이 같은 말기(末期)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인사말에서 “‘쌀 서 말을 막지 못하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제주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강한 생활력이 바로 ‘제주정신’”이라고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