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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도 애매한 수수께끼 문구에 시민들 ‘갸우뚱’...논란 속 제주도 버스 수백대 래핑 제거

제주 대중체계개편과 함께 등장한 버스 문구가 느닷없이 ‘수수께끼’ 논란에 휩싸이며 개편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부랴부랴 제거되는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8월26일 30년만에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새로운 버스 디자인을 선보였다. 업체별로 달랐던 버스 디자인을 통일화 하고 버스 번호와 노선도 모두 교체했다.

급행버스는 빨간색, 간선은 파란색, 지선은 녹색, 관광지순환 버스는 노란색의 래핑을 씌웠다. 버스내부도 노선도와 변경된 요금체계 등을 부착하는 레터링(lettering) 작업도 진행했다.

깔끔한 디자인의 버스가 149개 노선에 599대나 투입되면서 호평도 있었지만 애꿎은 곳에서 민원이 쏟아졌다. 버스 뒤에 부착된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제주시와 제주도 담당부서에는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며 “제주도 이웃은 관광객이나 육지사람이냐. 누구를 뜻하는 것이냐” 등 관련 민원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모두가 우리의 이웃이다. 서로 배려하자’는 의미라고 풀이했지만 이 설명대로 문장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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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윤모(56)씨는 “문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의도로, 무엇을 알리고자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의미도 전혀 찾아볼수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고경실 제주시장도 12일 간부회의에서 “버스 뒤에 적힌 문구가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더는 혼선을 주지 않도록 개선을 해야 될 사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문구는 버스 디자인을 맡은 현대카드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2010년 제주올레 이정표, 2014년에는 제주 버스정류장 디자인을 재능기부 형태로 지원했다.

당초 제주도는 버스 뒤에 문구가 아닌 제주버스 로고를 새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버스회사 사명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 문구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구가 수수께끼 같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제주도는 추가 래핑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각 버스회사에 이미 부착된 문구를 모두 뜯어내라고 요청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의 문구를 다시 새겨 넣기로 했지만 이마저 식상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자 당분간 문구를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민들이 지적을 받아들여 현재 버스 뒤 래핑은 모두 제거하고 있다”며 “새로 들어간 문구는 공모 등을 통해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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