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고정식 의원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허용, 소비자에 생사여탈권 줘야”

청정과 공존을 미래비전으로 선택한 제주에서 양돈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한경쟁 체제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15년째 유지되고 있는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를 해제해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소비자에게 주자는 얘기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고정식 의원(일도2동 갑, 바른정당)은 <제주의소리>와 가진 ‘이슈인터뷰’에서 “축산분뇨 불법폐기 사건의 본질은 육지산 돼지고기와 경쟁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안으로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 허용’을 제안했다.

문제가 된 농가에 대해서는 “다시는 불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축산분뇨 불법배출이 일회성이 아니고, 수년째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행정과 농가의 유착관계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도지사는 이러한 유착관계 사슬을 끊어내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농가들이 무한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육성 차원의 무조건적인 지원 대신 제주의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에 부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그는 제주도가 후속대책으로 발표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과 관련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무조건 허가를 취소하면 자칫 수급 불균형으로 돼지고기 가격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을 허용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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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하고 있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고정식 의원(일도2동 갑, 바른정당). ⓒ제주의소리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의정활동 평가를 해본다면.

10대 의회가 출발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 나름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모자란 부분도 많겠지만, 앞으로 7~8개월 남았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번 회기에서는 ‘축산폐수 불법 폐기’ 문제가 이슈였다. 주로 어떤 점을 지적했나.

축산분뇨가 도민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것은 농가의 비양심적으로 불법투기 때문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행정에서도 관리감독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농가들이 양심적으로 축산분뇨를 처리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인 불법투기를 선택했다.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몰지각한 농가에 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나.

큰 틀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관에서 나름 지원을 하면서 양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앞으로는 관이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문제가 된 축산농가 대표 2명이 구속됐는데, 이들은 계속 허가를 변경하면서 불법으로 투기하면서 행정을 속여 왔다. 도저히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벌어져서 도민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불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축산폐수 불법배출이 1회성이 아니라는 게 문제 아닌가. 관리·감독을 해야 할 행정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모든 책임은 행정이다. 농가를 관리할 수 있는 담당공무원이 지도 계도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성장 위주다 흐르다보니 관과 농가가 유착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사슬을 끊어야 하는데, 이번에 도지사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민-관유착 관계를 끊지 못하면 불법(축산분뇨 배출)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자의 불법행위는 물론 관리감독을 소홀한 행정의 책임을 묻는 데도 너무 관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사태를 키웠다고도 볼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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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식 의원. ⓒ제주의소리
그렇다. 지금까지 불법은 계속 이뤄졌지만, 허가가 취소된 양돈장은 한 곳도 없었다.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 양돈농가들이 점점 규모를 키우다보니 발생하는 축산분뇨 또한 많아졌다. 그런데 축산분뇨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으로 투기했다. 행정에서는 앞으로 전체 축산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공공처리시설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시설을 만들면 처리 비용을 110%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리비용이 농가에서 1톤당 1만6000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엄청난 조수익을 올리면서 분뇨처리와 관련해서는 관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행정은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 양돈산업의 조수익이 연간 4000억 정도다. 농가당 14억 정도 조수익을 올리면서 불법투기를 했다는 것 아닌가. 비양심적인 업자들이 돈을 너무 잘 버는 것이 문제다.

축산농가 전체를 대다수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불법을 저지르는 업자는 일부다. 2000두 미만 농가는 대부분 부부가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데, 1만두 이상 되는 대규모 농가에서는 외국인 인력을 고용해 일한다. 사육두수는 늘렸으면서 분뇨처리 시설은 늘리지 않고, 불법으로 투기를 한 것이다. 관리감독을 강화하다보면 소농가가 경영난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을 것 같다. 이들은 친환경 방식으로 운영해왔고, 처리시설도 잘 갖췄다. 이번 ‘축산분뇨 불법배출’ 사건을 계기로 불법을 저지른 양돈장은 도태될 것이고, 친환경 시설을 갖추고 양심적인 경영을 해온 소농가들은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개한 8월말 현재 돼지고기 경매가를 보면 100㎏ 짜리 제주산과 육지산이 평균 2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가.

그렇다. 육지 돼지고기 반입금지는 콜레라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돼지콜레라 때문에 육지산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산은 냉동·냉장 다 들어온다. 양돈농가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소비자들에게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요식업계와 유통업자들은 계속해서 육지산 반금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제주도는 여태까지 ‘콜레라 예방’ 명분으로 막아왔다.

가령 A농장에서 5000두 허가를 받고 8000두를 키워도 행정에서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 당연히 축산분뇨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또 어떻게 처리하는지 데이터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금지를 빨리 풀어야 한다. 소비자도 취향에 따라 고기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소규모 하면서 고급 브랜드를 키운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돼지콜레라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을 금지한 게 벌써 15년째다. 이제는 행정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과 지적이 있고 나서 제주도가 축산폐수를 한 번만 불법으로 배출해도 허가를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후속대책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을 허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을 저지르면 무조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사육두수가 줄어들면 고기가격이 올라간다. 1만원에 먹던 고기를 1만3000~1만5000원에 먹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허용과 함께 후속대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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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하고 있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고정식 의원(일도2동 갑, 바른정당). ⓒ제주의소리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을 허용해 수급 안정화가 선행돼야 제주도가 내놓은 대책들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예를 들어 제주에 한우가 고품질로 고가격으로 판매된다. 육지부 한우가 제주에 들어오더라도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제주산 한우를 먹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돼지고기 역시 반입을 허용해도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을 금지하니까 제주도민들은 수입산 아니면 제주산 밖에 먹지 못한다. 수입산보다는 제주산을 먹겠다고 하니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선택권을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본다.

원희룡 도정이 제시하는 비전은 청정과 공존이다. 그런데 양돈산업은 축산분뇨에 악취까지 심해 청정 제주 이미지를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 제주의 양돈산업,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제주 양돈산업에 대해서는 행정이 손을 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광과 양돈산업이 양립하기는 쉽지 않다. 폐수, 악취 등 민원이 2016년 한해에만 700건이 넘는다. 악취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준다. 지금까지 행정에서 개입해 예산을 지원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이번 축산분뇨 불법배출 사건이 벌어졌다. 경쟁력 있는 농가만 살아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큰 틀에서 양돈을 살리겠다고 하면 관광산업 발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행정이 손을 떼라는 의미는 지금까지와 같은 예산 지원은 그만해야 한다는 말이다. 잘하는 농가는 도와주고, 반면 기업형 농가면서 그에 걸맞는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결국은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마지막으로 축산폐수 불법배출 사건과 관련해 원희룡 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주도는 환경이 망가지는 순간 끝난다. 특히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면 회복 불능 상태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이 굉장히 분개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제주에서 다시 양돈업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도지사께서도 언론을 통해 후속대책을 발표했지만, 행정은 보다 강력한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 도내 양돈장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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