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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전 우려에 가령로 야자수 38그루 제거 시작...시범사업 후 제주도 전역 확대 추진

굴착기가 인도로 올라서더니 나무에 둘러싸인 넝쿨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좁은 폭의 기계식 삽이 나무 주변 땅을 연신 파내기 시작했다.

행여나 나무가 훼손될까봐 작업은 조심스레 이뤄졌다. 땅을 한참 파자 10m 높이의 나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전신주 고압선을 피하며 아슬아슬한 작업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제주를 알리는 관광자원으로 주목을 받는 워싱턴야자가 줄줄이 인도에서 뽑혀져 나가는 처지에 놓였다.

제주시와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는 20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동부경찰서와 연삼로를 잇는 가령로 구간에서 ‘고압선로 근접 워싱턴야자 이식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구역에 심어진 워싱턴야자는 도시계획도로 건설이 이뤄지던 1993년 뿌리를 내렸다. 지난 24년간 최대 20m까지 자랐지만 주변 전신주를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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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태풍 북상에 따른 강풍의 영향으로 워싱턴야자가 전신주의 전선을 강타하면 일부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최근 5년간 8건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한전은 특고압선과 접촉에 의한 정전과 안전사고를 우려해 제주시에 지속적으로 가지치기 협조를 요청해 왔다. 위험지역은 가령로 등 총 7곳으로 야자수만 230여그루에 달한다.

제주시는 해마다 민원이 제기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여차례 가지치기에 나섰지만 중간 부분을 자르면 고사 가능성이 높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제주시는 가령로 워싱턴야자를 우선 제거해 향후 여론을 청취하기로 했다. 총공사비 1억800만원 중 6100만원은 제주시, 나머지 4700만원은 한국전력 제주본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날 현장에도 한국전력 직원들이 방문해 전신주가 파손되지 않도록 공사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전문 인력과 사다리 차량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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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는 가령로 전체 야자수 70그루 중 전신주를 위협하는 나무 38그루를 제거해 해병대 제9여단 연병장에 옮겨심기로 했다. 전시주와 떨어진 나머지 야자수 30여 그루는 보존한다.

공사 상황을 지켜본 주민들은 야자수 이식에 대한 입장이 엇갈렸다. 한 주민은 “강풍이 불때마다 휘어지는 야자수를 보며 아슬아슬했다. 안전조치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주민은 “전신주 옆에 나무를 심어놓고 다시 뽑아내는 모습이 혈세낭비로 보인다”며 “지중화 사업 등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무작정 뽑아내니 아쉽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가령로 야자수 제거후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청취해 고마로와 노형동 일고~한라초 구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과 협의해 야자수를 제거한 후에 먼나무를 다시 심기로 했다”며 “안전을 위한 조치인 만큼 예정된 11월까지 서둘러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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