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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그린 동화책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속 주인공과 함께 한 김상남 작가. ⓒ제주의소리
[인터뷰] 4.3동화책 《다랑쉬 오름의 슬픈 노래》 작가 김상남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제주시 연갤러리에서는 동화책 원화 전시가 열린다. 2003년 나온 제주4.3 동화책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베틀북)에 실린 원화를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를 준비한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그림 작가 김상남(45)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스스로 고민해 4.3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의 씨앗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종료를 코 앞에 둔 20일, 연갤러리에서 만난 김 씨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조용하게 끝나는 전시가 있는 반면, <다랑쉬 오름의 슬픈 노래>전은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방명록은 꾹꾹 눌러쓴 어린아이 글씨부터 한자를 써가며 격려한 어르신까지 빽빽히 찼다.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는 동화작가 박재형 씨가 글을 쓰고, 애니메이터(animator) 김상남 씨가 그린 책이다. 초등학생 5학년 주인공의 시점으로 4.3 당시 제주를 바라본다. 1947년 3.1운동부터 시작해 학살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그해 겨울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씩씩한 성격의 주인공이 4.3에 휘말리면서 겪는 줄거리인데, 어른들 사연과 함께 4.3을 겪는 아이들 간의 관계는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4.3을 다룬 최초의 동화책으로 평가받는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의 그림이 14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김 씨가 작업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원화 자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3 70년을 앞둔 시기, 10여년 전 그림이 작가에게 가져다 준 의미를 고려하면 이번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전은 작가에게 기대 이상의 중요한 경험이 됐다. 김 씨는 제주시 광양에서 나고 자라 제주여자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다. 그 중에서 어린이집 아이들, 초등학생, 학교 교사들이 상당수 찾아왔다. 원화로 만든 5분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학교 4.3교육에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해왔다”며 “4.3 항쟁 7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서울에서 전시할 생각이다. 제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는데, 제주가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장소가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픈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돌이켜 보니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그림이 시기에 맞게 나에게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림 속 앙증맞은 어린이 모습과 옛 제주도 생활상은 어린 세대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각자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요소이다. 원화와 함께 애니메이션, 동화책 속 주인공 또래인 아버지 친구들과의 인터뷰, 나무액자·손수건 스탬프 만들기 같은 볼거리, 즐길 거리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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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원화. 제공=김상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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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원화. 제공=김상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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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원화. 제공=김상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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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원화. 제공=김상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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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모습. 제공=김상남. ⓒ제주의소리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아버지에게 의견을 물으니 ‘그 끔찍한 이야기를 왜 다시 하느냐’고 말씀했다. 4.3은 여전히 각자의 삶에 깊이 박혀 있다는 걸 느꼈다”며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그림들은 박재형 선생님이 쓴 글을 옮긴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온전히 내가 고민하면서 4.3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다짐이 생겼다. 비록 마음에 씨앗을 심은 수준이지만 언젠가 도민들에게 4.3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많은 관람객들의 당부처럼,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전을 이 기회로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는 작은 소망도 덧붙였다.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는 김 씨는 <일곱살>(2002), <달빛 프로젝트>(2004), <갯벌아 갯벌아>(2008) 등 아이, 자연 생태, 제주도 이야기를 소재로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한다. 영화 <품행제로>, <메이킹 패밀리> 타이틀 작업을 비롯해 박물관 전시 영상, TV광고, 글쓰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거처는 서울에 두고 있지만 부모님이 남아있는 고향 제주에 수시로 찾아 감성을 충전하는 예술가이다.

현재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물아기>를 제작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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