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행복 신임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기획 전담인력 포함, 조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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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복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 ⓒ제주의소리
제주도 문예회관, 제주도립 무용단 운영을 책임지는 신임 문화예술진흥원장에 현행복(62) 전 (사)동굴소리연구회 대표가 최근 임명됐다. 개방직에게 문호를 연 이후 첫 번째 민간 원장이다. 

문예회관은 내년이면 개관 30년으로 제주 공공 문화예술 시설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만큼의 명성을 잃어버린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현 원장은 1990년 이곳 대극장에서 독창회를 개최했었다. 그는 “문예회관 개관 이후 첫 번째 대극장 독창회가 당시 공연”이라고 기억했다. 시간이 지나 예술행정가로 다시 돌아왔으니 특별한 인연임에 분명하다.

현 원장은 20일 도내 언론사와 가진 첫 번째 인터뷰에서 현재 10%에도 못 미치는 문예회관 기획 공연·전시 비중을 임기 동인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행사 기획자가 전무한 진흥원 조직 역시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제주도가 운영하는 전문예술단체(교향악단, 합창단, 관악단, 무용단)의 효과적인 운영 방법까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현행복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임명을 축하한다. 앞으로 어떤 점에 무게를 두고 운영할 생각인가.

: 내가 진흥원장 공모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복무계획서를 보면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예술단 운영이다. 지금 제주도립 예술단은 무용단, 교향악단, 행정시에 하나씩 있는 합창단과 서귀포관악단까지 다섯 개가 있다. 모두 도립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특별자치도 이전 시·군 체계를 상당수 이어가면서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제는 모든 예술단을 모아 제주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총괄 운영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도 문화정책과는 전문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가 이끄는 진흥원이 중점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예술단을 보면, 별도의 재단법인으로 운영하는 추세이다. 그래야 유기적인 협업 속에 좋은 공연이 탄생한다.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합당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강조점은 문예회관의 위상이다. 초창기에는 공연장이 많지 않아서 대관 위주로 해도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아트센터, 아라뮤즈홀, 한라아트홀, KBS제주방송총국 공개 같은 전용 공연장이 많아졌다. 앞으로 문예회관 자체 기획공연·전시를 늘리겠다. 문예회관 공연장, 전시실 모두 대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꺼번에 늘릴 순 없겠지만 기획과 대관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점진적으로 기획 비중을 높여가겠다. 특히 공연 같은 경우에는 상설무대를 많이 올려 문예회관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 내년은 문예회관 개관 30주년이다. 사람 나이 30세면 이립(而立)이라고 해서 홀로서기 하는 시기다. 특별 기획 공연, 문예회관 30년사 같은 30년에 걸 맞는 계획을 세우겠다.

- 기획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 포부는 어쩌면 당연한 판단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있나? 

: 일단 도립무용단이 선보였던 <홍랑>, <만덕> 같은 공연은 시나리오나 소품 같은 경험이 남아있으니 재공연하는 식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서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겠다. 전시 역시 중견작가 초대전이나 특별한 주제 초청전 같은 방식으로 점차적으로 해나가겠다. 전문적인 인적 자원을 구축하기 위해 기획 업무에 어울리는 인력을 확보하겠다.

- 지금 진흥원에는 기획 전담 인력이 없다. 이 문제를 포함해 진흥원 조직 전체를 보다 문화예술에 특화된 방향으로 개편할 의사는 없나?

: 저는 공연 부문을 전문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전시 파트는 비교적 취약하다. 전담 인력을 전시와 공연을 함께 맡도록 할 것인지, 전시에 집중할 것인지는 조금 더 내부적으로 고민할 생각이다. 진흥원 업무는 엄연히 다른 분야임에도 뭉뚱그려서 나눠진 상태이다. 공연기획과는 공연, 전시로 나눠져야 하지만 지금은 전시 업무가 행정지원과에 속해 있다. 기본에 맞지 않는 구조이다. 진흥원 조직의 문제점을 조속히 파악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 도립무용단 운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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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복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 ⓒ제주의소리
: 제주도립 무용단의 전신은 도립민속예술단이다. 처음 설립 목적이 제주 문화자원을 알리는 문화홍보사절단이었다. 도립무용단은 민간홍보대사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제주도 안에서만 공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밖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추진하겠다. 무엇보다 제주의 혼이 작품에 배어 나와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다.

- 지속가능한 문예회관, 무용단 발전을 위한 포부가 있다면?

: 지금까지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은 정년 앞둔 공무원들이 거쳐 가는 자리였다. 저는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연속성에 유념해서 차기 원장에 누가 오더라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게끔 체계를 구축하겠다. 단발 행사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제주문화를 선도하는 거점으로서 문예회관을 만들겠다. 도민들이 ‘개방형 직위’에 대한 기대가 있는 만큼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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