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㊼ 산화된 기름은 ‘건강의 적’

식용유는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공기 중 산소에 의해 산화한다. 이를 보통 ‘산패’라고 부르고 있다. 산패가 되면 기름의 품질과 냄새가 나빠진다. 그래서 옛날부터 기름병은 공기가 안 들어가도록 마개를 잘 해두었다.

기름이 산화했을 때 생성된 지질(脂質) 라디칼(radical, 화학변화가 일어날 때 분해되지 않고 다른 분자로 바뀌는 것)은 강력하게 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활성산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해롭다. 또 일반적인 활성산소와 비교해 수명이 수십배 길다. 수명이 길다는 것은 방사선 물질과 같이 몸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무는 시간이 긴만큼 위험성이 높다. 체내에서 수명이 길어질 수 있는 것은 체내에 들어간 후 비교적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질 라디칼이 기름에 둘러싸여 입을 통해 장(腸)에서 흡수돼, 기름을 처리하는 간(肝) 이외에 담낭, 췌장, 유선(乳腺) 등에 머물게 된다. 최근 췌장암, 유방암이 증가하고 있는데, 식용유와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되고 있다.

산화된 기름과 적색을 띄는 고기를 함께 먹는 것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질이 산화되는 과정에서 지질 라디칼이 생기는데, 여기에 촉매가 존재하면 간단히 지질 라디칼이 생기고 만다. 촉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철(鐵)이다.

적색 고기에는 철분(적혈구에 존재)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이 철분과 과산화지질이 반응해 지질라디칼이 생성된다. 따라서 적색고기를 산화된 기름으로 조리해서 먹으면 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많은 연구자들이 행한 역학(疫學)조사의 데이터에서 적색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은 장(腸) 암이나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높았다고 나타났다.

암 예방의 관점에서 보면 철분은 일종의 위험물질이지만, 철분을 강화한 우유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를 마셔도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임산부나 빈혈이 있는 사람 정도이겠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계속 먹는 사람이 대장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도 대장의 S자결장에 머무는 대변 속에서 과산화지질이 철분과 반응해서 대장 세포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산화한 기름은 암을 예방하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적(敵)이다. 시중에는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지만, 반복해서 사용한 기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산화한다. 기름을 여러 번 반복해 사용하는가를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싸고 편리하다고 마냥 사먹었다가는 장래 비싼 희생을 치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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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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