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㊽ 건강한 기름 고르는 법

식용유가 널리 쓰이기 전 가정에서는 주로 식재료를 삶거나 구워서 먹었고 기름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다. 참기름으로 고소한 맛을 내게 하는게 고작이었다.

암 예방 차원에서 보면 우리들의 식사방식을 전통적인 한식으로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름을 이용한 먹거리에 익숙해진 입에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많은 기름 가운데 어떤 기름을 골라서 쓰면 좋을까? 간단히 답을 하면 무색투명한 기름보다 유색(有色)의 기름을 사용해야 된다. 원래 곧 짜낸 기름은 갈색, 암녹색, 황금색등 여러 가지의 색을 띄고, 각각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이 기름을 수증기로 처리하고 유기용매로 추출, 그 다음에 활성탄으로 여과하면 무색투명한 기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판하고 있는 식용유다.

이 과정에서 기름속의 불순물이 제거되는데, 이 속에 카로틴(carotene),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폴리페놀(polyphenol)등 항산화물질이 포함돼 있다. 식용유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씨(종자)를 짜서 만드는 것이다. 종자는 기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칼로리가 높으며, DNA(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름과 함께 항산화 성분이 듬뿍 들어있다. 올리브유중에서도 고급품인 엑스트러 버진 올리브유(extra virgin olive oil)는 매우 짙은 색을 띄고 있다. 이 짙은 색은 항산화 성분에 의한 것이다.

반면 시판되는 식용유에는 항산화 성분이 없으며, 가열하거나 자외선이 닿으면 간단히 산화해서 지질라디칼(지난 글에 설명)이 생성된다. 산화된 기름을 사용해서 조리한 음식물은 강력한 활성산소에 의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색의 기름보다 투명한 기름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감이야말로 우리몸을 암화(癌化)쪽으로 가게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암 예방의 관점에서 보면 앞서 말한 버진 올리브유나 덜 정제된 기름을 사용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기름 중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기름으로는 오메가3지방산을 함유한 아마인유(아마씨 기름)나 들깨기름이 있다.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일상적으로 무색투명한 기름을 사용하더라도, 적어도 오래된 기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정제한 기름은 산소나 수분 등에 의해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무색투명한 기름을 정제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다. 포도껍질과 씨를 충분히 건조시킨 후 기름에 넣는다. 2리터 기름이면 포도껍질과 씨 100~200g을 넣으면 충분하다. 가정에서는 먹고 난 포도껍질이나 씨, 또는 믹서에서 포도쥬스를 만들고 난 후의 찌꺼기를 사용하면 좋다.

씨를 같이 부셔서 넣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포도씨에는 암 예방에 효과가 좋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도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토마토를 대용해도 좋다. 토마토로 쥬스를 짜고난 후 찌꺼기를 건조시켜 기름량의 3%정도를 넣으면 된다. 1~2주정도 담그어 두면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licopene)등의 항산화 물질이 거의 기름에 빠져나온다.

자주 토마토를 먹는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결국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이 암을 예방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생토마토보다 오븐 등에서 가열 조리한 토마토를 먹으면 혈액 중에 리코펜이 증가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건조시킨 포도나 토마토를 기름에 넣어두면 안 넣은 것과 비교해 산화되는 정도가 몇 배나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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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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