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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첫 날 행사장인 오리엔탈호텔 행사장. ⓒ제주의소리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재일제주인 문학, 오키나와 문학과 유사한 억압 역사 공유

일본어로 쓴 한국인(조선인), 혹은 제주인들의 문학. 재일동포 문학, 재일한국인(조선인) 문학, 재일제주인 문학, 혹은 일본어문학으로 불린다. 재일동포 문학은 제국주의에 글로 맞서는 고유한 ‘항전’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재일제주인 문학을 이제라도 제주에서부터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가 모인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3일 동안 모두 다섯 가지 세션 ▲한국문학,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인문학의 위기, 문학의 미래 ▲항구와 문학, 그리고 삶 ▲스마트시대의 한국문학의 향방 ▲향토문학의 저력과 발전방향을 진행한다.

13일 오후 2시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문학,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세션은 재일한국인·제주인 문학의 성격을 조명하는 자리가 됐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김길호 소설가, 곽형덕 카이스트 교수, 김동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조은애 문학평론가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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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동현, 곽형덕, 김길호, 조은애. ⓒ제주의소리

현재까지 알려진 재일제주인 문인은 세상을 떠난 3명을 포함해 17명이다. 김석범, 양석일, 원수일, 김길호, 김유정, 김창생, 김중명, 김마스미, 현월, 카네시로 카즈키, 故 김태생, 이양지(이하 소설), 김시종, 정인, 故 종추월(이하 시), 고찬유(논픽션), 고정자(아동문학) 씨를 포함한다. 

이들의 작품은 마이니치 예술상(수상자 김석범·수상작 《화산도》), 아쿠다가와상(현월 《그늘의 집》·이양지 《유희》), 오사라기 지로상(김시종, 《조선과 일본에 살다》), 나오키상(카네시로 카즈키 《GO》), 야마모토 슈고로오상(김태생 《나의 일본지도》·양석일 《피와 뼈》), 해외한국문학상(김길호 《이쿠노아리랑》)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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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인 김길호 소설가. ⓒ제주의소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한글'로 작품을 쓰는 김길호 씨는 “17명은 재일동포 문인들 전체에서 31% 비중을 차지하면서, 재일동포 인구 비율로 볼 때 아주 높은 숫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재일동포 문학은 미국, 캐나다, 남미 등에서 나타난 이민문학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일동포의 경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일본과 차별의 동포사회, 그리고 조국이라는 세 갈래의 애매모호함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조감도처럼 직시하면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창작의 원점 속에는 식민지 종주국에 대한 주박들이 옹이처럼 박혀 있다. 내가 쓸 때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이러한 재일동포 문학을 식민지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식민지문학의 잔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일동포의 숙명적인 이 명제를 앞으로 재일동포 문인들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형덕 씨는 “재일조선인문학과 비교할 수 있는 일본어문학은 영어권이나 중국어권 출신자의 문학이 아니라, 현재는 일본의 한 지방으로 인식되는 오키나와문학이라 할 수 있다. 재일조선인문학과 오키나와문학은 식민주의라는 슬픈 억압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민족을 단위로 해서 일본의 내셔널리즘과 맞서며 새로운 공생적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절호의 비교 대상”이라고 평했다.

특히 “일본어문학은 단순히 어학적 접근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는 제국주의가 내핵에 자리 잡고 있다”며 “김시종이나 김석범 등의 재일조선인문학자가 펼친 일본어와의 ‘혈전시대’에 쓰인 일본어문학을 분석하는 작업은 그것을 일본문학으로서가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에서 펼쳐진 제국주의적 억압에 대한 문학적 항전과 연결시키는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씨는 “한국사회, 제주사회가 오랫동안 재일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냈음에도 재일을 호명하는 이유는 산업화 시기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1960년대 이후 벌어졌던 재일제주인들의 경제교류는 다분히 국가 기획의 근대화 목표를 벗어날 수 없었다”며 “재일제주인 문학을 이야기할 때 그들과의 유대감 이전에 내부적으로 검열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들이 재일제주인 문학을 평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화산도》를 비롯해서 재일제주인 문학을 한국에 알릴 때, 왜 제주에서 먼저 나서서 하지 못했는지 깊이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고향 제주사회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재일제주인 문학을 조명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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