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능력 부족 문인 쏟아져, 치열한 문학정신 필요성 강조

제주 출신 극작가 겸 소설가 강용준 작가가 한국·제주 문단을 향해 작심하고 ‘돌직구’를 던졌다. 치열한 문학정신을 다시 되찾아야 문학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가 모인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3일 동안 모두 다섯 가지 세션 ▲한국문학,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인문학의 위기, 문학의 미래 ▲항구와 문학, 그리고 삶 ▲스마트시대의 한국문학의 향방 ▲향토문학의 저력과 발전방향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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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에서 발표 중인 강용준 작가. ⓒ제주의소리
13일 오후 3시 40분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인문학의 위기, 문학의 미래’에서 강용준 작가는 국내 문학계 문제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는 “3만 명에 달하는 문인의 수, 각종 단체나 기관의 문예 강좌, 수 백 종에 달하는 문예지 신인등단제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인들, 수많은 문학상과 시낭송 대회 등 외형상으로는 풍요롭다. 이런 외형적 풍요 속에, 한국문인협회는 그 많은 문인 중 원하는 사람 다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 좋은 신인 작가를 선별하는데 무슨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강 작가는 한국 문학의 문제를 내·외적인 구조로 접근했다. 

내적 문제는 “다수의 독자들에게 녹아들지 못하면 한 때의 유행이고 실험으로 끝나게 된다. 문예사조의 흐름을 보더라도 초현실주의, 부조리 문학, 다다이즘 등 전위 문학이 한 때 세계를 풍미했지만 사라지고 말았다”며 “요즘도 나르시즘적 자폐성에 갇혀 암호화된 언어들을 나열하면서 소통을 거부 또는 외면하는 작품을 쓰는 문인도 있지만 독자는 냉철하다. 단지 이를 비호하는 평론가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외적 문제에 대해서는 “문학잡지의 횡포 및 브로커의 농간을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엄격한 정부의 지원제도를 통해 걸러낼 수 밖에 없다. 블랙리스트니 화이트리스트니 등의 말이 나오지 않게 객관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면서 “소위 브로치 문인, 아호 문인의 득세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강 작가는 “문학적 이력이 일천한 사람들이 시인, 수필가라는 명칭을 이름 앞에 달고 신문사에 칼럼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문학단체장의 명함을 들고 다닌다. 특정 문예지 출신 문인들이 출신 문예지의 수익경영이나, 출신 동인의 세력 확장을 위해서 지역 별로 작가협회장을 맡아 수준 미달의 사람들 등단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문인으로서의 양심의 문제”라며 “그들을 어찌 문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들을 도태시키고 정화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작가는 문학의 위기 원인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학교의 제도교육 등 사회적 분위기도 지목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차원에서 문학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문협·작가회의 등 법인 단체가 일자리 문제와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모바일세대에 맞게 웹이나 단말기 보급 등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치열한 문학정신 장착 ▲꾸준한 내적 성찰을 통해 작가의식 정비 ▲우수 작품 걸러내는 문학단체 내 여과 장치 ▲회원 수가 아닌 게재 작품 선별에 신중 ▲문인 대상 재교육 등을 더했다.

강 작가는 “쉽게 등단한 문인들이 등단을 하고 나서는 선배나 동료 문인의 작품이나 세계 명작들을 외면하는 데서 문학의 위기는 온다고 본다. 그 많은 등단 문인들이 문학 서적을 사서 읽는다면 책이 안 팔린다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라며 “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문학단체, 협회의 존재 가치나 사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987년 월간문학 ‘방울소리’로 등단한 강용준 작가는 40편이 넘는 희곡, 소설을 발표했다. 제21회 삼성문학상(1992), 제16회 한국희곡문학상(1996), 제주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으며, 극단 이어도 대표,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 한국희곡작가협회 감사,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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