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전경. 기흥호수 왼쪽으로 기흥레시피아 공원과 국내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놀이터 전경이 펼져진다. 사진 왼쪽 상단의 축구장 아래 하수처리 총인시설이 들어서있다. / 사진 = 용인시   ⓒ제주의소리

제주 도두동 주민들이 하수처리시설을 놓고 ‘제주도정’을 겨냥한 모의 장례식 발인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심상치 않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가 기존 단계별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혀 가까스로 장례식 퍼포먼스는 잠정 보류됐다. 연일 기준치를 넘는 하수방류, 잦은 악취, 하수처리 비전문성 등을 해소해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터져 나온 지 1년이다. 그러나 도두마을은 여전히 하수처리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오폐수 평균 유입량은 현재 처리용량인 12만2000톤의 턱 밑인 94% 수준까지 차올랐다. 원희룡 도정이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현대화사업 타당성 용역과 주민공청회, 전문가 검토 등의 결과를 뒤집고 최근 발표했던 ‘4만톤 우선 증설 후, 18만톤 증설’이라는 ‘단계별 현대화 계획’은 제주도가 추진해온 용역결과를 뒤집어 도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과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주의소리>가 하수처리현대화사업을 추진해 운영 중인 전국의 다양한 사례를 현장 취재했다. 오염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주민친화형 처리시설을 조성해 소위 ‘님비(NIMBY)’ 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제주하수처리 현대화사업의 시사점을 조명해봤다. <편집자> 

[기획-하수처리 현대화시설 현장을 가다]① 경기 용인시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127번지 일원. 시민들은 이 일대를 ‘기흥 레스피아 호수공원’이라 불렀다. 어디에도 하수처리장이란 명칭은 찾아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물론 하수처리에 따른 악취나 기흥저수지 오염행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는 동선에는 기흥저수지를 따라 잘 가꾸어진 조경과 자전거도로, 그리고 산책로, 주·야간 상시 이용 가능한 축구장(2면) 등은 흡사 대규모 시민공원을 연상케 했다. 테니스장(5면), 농구장, 씨름장 조류관찰대, 그리고 원형 야외무대에 이르기까지 잘 가꾸어진 시민공원 그대로였다.  

특히 기흥구 하갈동 기흥호수공원 내 유휴공간 4000㎡에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자유롭게 산책하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조성해 지난 4월 정식 개장했다. 기흥호수 반려동물 놀이터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다.

▲ 용인 기흥호수공원의 기흥레스피아 진입로 전경.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127번지 일원에 조성돼 있다. ⓒ제주의소리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시민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시민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사진의 왼쪽 건물은 분뇨처리시설로 산책로와 불과 30cm~1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냄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없이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하수 처리시설을 ‘복개화’함으로서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공간은 시민들이 여가를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주민친화형 처리시설로 조성했다. 하수처리시설은 지하화하고, 그 위에 유지관리실을 설치했다. 그리고 제일 상부에는 체육시설과 공원 등을 조성한 것이다. 

‘기흥레스피아’는 경기 용인도시공사가 용인시에서 위탁 받아 지난 2015년 3월 총인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하루 처리용량 5만톤 규모로, 기흥저수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수질개선 요구에 따라 추진됐다. 

최초의 처리시설 공사는 2002년 5월부터 2005년 7월까지 3년여간 사업비 650억원이 투입돼 이뤄졌다. 이후 총인처리시설은 2013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1년 4개월 걸렸다. 시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주)와 삼풍건설(주)가 맡았다.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의 체육시설 지하에 시설된 하수처리시설 전경. 침전지와 반응조가 이곳에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의 체육시설 지하에 시설된 하수처리시설 전경. 침전지와 반응조가 이곳에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운영팀 이수철 팀장이 하수처리시설로 유입되는 유입수와 처리과정을 거쳐 방출되는 방류수의 수질을 직접 비교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사업방식은 제안형 민간투자사업(BTO)로 진행됐고, 현재 운영은 사업시행자인 용인클린워터(주)가 오는 2030년까지 20년간 운영계약을 맺고 환경관리(주)가 위탁해 총 17명의 전문인력이 주야간 24시간 시설 운영을 맡고 있다.   

이곳 기흥레스피아에서 총인처리시설을 거쳐 처리된 방류수는 그대로 기흥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총인처리시설’이란 하수처리수 내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 현상을 유발하는 질소(N)와 인(P) 중 약품 처리가 용이한 인을 제거하는 시설을 뜻한다.

이같은 기흥저수지에 대한 주민들의 수질개선 요구에 대응해 용인도시공사가 총인(T-P)을 법정 기준치인 2ppm보다 대폭 강화된 0.2ppm이하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총인처리시설은 1차 처리된 방류수에 응집제를 투입해 고형화된 입자를 미세기포로 부상시켜 제거하는 가압부상공법(DAF)이 적용했고, 2013년 말 시설 완공 후 시운전한 결과 총인수치가 애초 계획보다 크게 향상된 평균 0.04ppm으로 나타나는 등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COD(화학적산소요구량) 등 기타 방류수질도 현재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시설 운영팀의 설명이다.  
▲ 용인 기흥레스피아의 올해 8월 평균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질 기준에 따른 대장균 군이 3000개/㎖ 이내가 법적기준이나 30개 /㎖ 이내,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도 법적기준 10ppm 이하인 0.7ppm,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역시 법적기준인 40ppm에 훨씬 못미친 5.0ppm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시설 관계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처리과정을 거친 방류수가 기흥저수지로 힘차게 흘러 들어가고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지상에 조성된 축구장에 시민들이 체육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축구장은 주,야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축구동호인들이 야간에 축구경기를 즐기는 모습 ⓒ제주의소리

레스피아 단지 내 분뇨처리시설과 1m도 채 안되는 사이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평일 낮 시간에도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처리과정을 거친 방류수도 산책로 아래에 위치한 방류구를 통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으며 기흥저수지로 흘러가는 모습을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공개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흥레스피아의 올해 8월 평균 수질 데이터를 보면,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질 기준과 비교할 경우 대장균 군이 3000개/㎖ 이내가 법적기준이나 30개 /㎖ 이내,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도 법적기준 10ppm 이하인 0.7ppm,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역시 법적기준인 40ppm에 훨씬 못미친 5.0ppm 수준이다. 방류수를 노출할 만큼 수질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기흥레스피아 이수철 운영팀장은 “과거부터 민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기흥저수지 수질오염 원인을 하수처리시설로 지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현대화처리시설 후, 보시는 대로 분뇨처리시설과 산책로 사이가 불과 30cm 안팎이거나, 방류수를 그대로 공개할 만큼 악취나 오염에 대한 민원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기흥역 인근에 살고 있는 시민 안정문 씨(47)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이곳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자주 즐기고 있다”며 “레스피아 호수공원을 하수처리시설로 인식하는 시민들보다 시민공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쾌적하게 가꾸어놓아 시간 날 때 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용인 기흥호수공원 기흥레스피아 운영을 맡고 있는 환경관리(주) 박병용 소장 ⓒ제주의소리
실제 기흥레스피아 측은 주말과 평일 가릴 것 없이 축구장, 테니스장, 반려견 놀이터 등의 공원시설을 1일 200~300명이 족히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까지는 집계할 수 없을만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흥레스피아 시설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환경관리(주) 용인사업소 박병용 소장은 “이 시설 주변으로 흐르는 기흥저수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중점관리 저수지여서 수질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며 “민자사업이지만 이 일대 환경단체 등과도 끊임없는 정보교환과 교류를 통해 호수와 저수지를 청정 상태로 유지 관리함으로서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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