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27) 엄문희 강정마을 주민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 스물일곱 번째 순서는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서귀포의 강정마을을 걸으며 진행됐다. 

강정마을에서 미술관 ‘문’을 운영하는 엄문희 씨가 14일 오전 10시30분 강정해군기지 정문에서부터 멧부리 끝까지 걸으며 ‘잘 알려진 강정마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엄문희 씨는 제주해군기지 준공 직후 강정마을에 와서 살고 있는 새로운 이주민이다. 지난 봄에 살롱드 문 (salon de moon)이라는 작은 미술관을 열고 해군기지반대투쟁에 관한 마을의 이야기를 어떻게 사회적 기억으로 끌어 낼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엄 씨는 그 동안 기사로만 접하던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마을에 살게 되면서 비어있던 내용에 주목하게 됐다. 뉴스 매체에서 다뤄지는 거시적인 이야기가 아닌 마을 곳곳에 깃들어 있는 미시적인 이야기들이다. 

물이 많아 ‘강정(江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예부터 제주에 흔치 않은 논농사가 지어질 정도로 비옥한 마을이었다. 서귀포 주민들의 식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물이 맑고 많기로 소문났던 악근천이 올해는 말라서 풀이 자랐다. 당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변화이지만 생태계를 관장하던 한 축이 바뀌어버리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미처 알 수 없다.

해군기지 공사 과정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펜스는 처음엔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용납되지 않던 벽이었다가 공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벽 너머의 공사 소음을 가려주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상상할 수 없든 것들을 가려주는 막(膜)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마을 곳곳에 놓여있던 것들이 의미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렇기에 강정마을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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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순담 스물일곱 번째 순서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걸으며 진행됐다. 엄문희 씨가 마을을 안내하며 '잘 알려진 강정마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주의소리

엄문희 (강정마을 미술관 ‘문’ 운영)

나는 강정에 살러 왔다. 살면서 비어있던 부분에 발견을 한 거 같다. 뉴스로 전해 들었던 위치에서 왔고 보고 살고 하면서 직접 확인하는 것들이 있다. 반대투쟁과 관련한 결의 문제를 떠나서 다른 문제이다. 그 부분이 중요한 것이 팩트, 무엇이 무엇이라는 그 가운데 있는 부분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있으면서 확인하는 그 힘이 다른 동기를 추동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나가겠다. 미시의 이야기, 작은 이야기, 작은 시점, 일상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1991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내용이 <산파 일기>라는 1800년대 미국 독립운동 시기에 여성 산파의 일기를 논문으로 쓴 사람이 받았다. 뭐가 대단하기에 상을 받았을까? 읽어봤는데 산파는 특별한 직업도 아니고 정치,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 일기는 오늘 누구네 집에 가서 아이를 받았는데, 누구의 옷을 어떻게 입혀줬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독립운동사에는 큰 이야기로만 있는 데서 거기에서 제외됐던 여성사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뉴스 또한 일상의 시점, 여성의 시점이다. 거기에 많은 진실이 있다. 분량이 27년분이다. 그 부분이 감동스러웠다. 그 이후에 마을을 다니면서 마을을 안내할 때에도 받은 자료로 확인된 것 이외에 경험한 것과 있었던 일을 나누고 그 자리가 생동감이 있어졌다. 얼마 전에 알뜨르에 다녀왔다. 과거완료형의 공간이면 좋겠지만 과거진행형이다. 여기는 현재진행형으로 같은 맥락의 공간이 아닐까? 가치판단은 유보하더라도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마을 안에 있는 풍경 말고 바깥의 강정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자연 환경을 볼 것이다. 해군기지 반대투쟁 미사 천막을 자연스럽게 거쳐 가게 될 것이다. 여기 해군기지에서 출발한다.

(문정현 신부 미사천막 앞)

2011년도부터 문정현 신부께서 매일 11시에 생명평화미사를 하고 있다. 어느 날에는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랄 만큼 어디선가 오기도 하고 우리 마을 식구들이 서넛 앉아서 할 때도 있다. 강정마을을 처음 찾는 통로이자 장소이다. 매일 그 시간에 가면 누군가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미사를 시작하기 전에 문정현 신부가 노래를 부른다. 앞부분을 들으면서 천천히 강정천과 멧부리로 이동하겠다. 벽을 보면 많은 언어가 적혀있다. 오늘이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한 지 3803일째 되는 날이다. 2007년 4월에 마을 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 의결을 하고 5월 14일에는 제주도정에서 해군기지 건설 동의를 발표한다. 마을주민들이 집결해서 2007년 5월 18일 해군기지 반대대책위를 시작한다. 그 날을 기점으로 시간이 지났다. 마을 중간마다 이런 사인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있었던 자리를, 우리가 단순히 기억하는 게 아니라 물화하고 체화시켜서 현장을 보존하는 형식이다. 지나가면서 마주치게 되고 목격하게 된다. 그 날을 다시 보게 된다. 이 자리에서 강동균 전 회장이 체포됐던 자리다. 저기엔 한 친구가 추락해서 크게 추락한 일이 있다. 일부러 하진 않았지만 강압적으로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곳곳에 이런 기둥이 있고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준다. 

강정은 이름 자체가 강 강(江)에 물가 정(汀)이다. 말 그대로 물이다. 제주가 화산 섬 특성으로 지표수가 없고 시냇물 냇가가 존재하지 않고 내창이라고 해서 내의 형태만 이루고 있다가 비로 많이 유입되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다. 몇 군데 사시사철 흐르는 물을 가진 곳이 있다. 많지 않은 곳 중에 강정천은 그 중에서 많은, 맑은 수량을 자랑한다. 강정천의 수원을 올라가면 냇기리소라고 용천샘이 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상류 건천상태의 내천이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넘쳐서 냇기리소로 떨어져서 여기로 온다. 예전에 동네라고 하는 말이 한 동이의 물을 나눠마신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제주는 용천샘이 중요해서 샘의 크기에 따라 취락 형태가 바뀌고 달라진다고 하더라. 일강정이라는 말은 물 때문에 나온 말인데, 제주는 논농사가 적합하지 않은 곳인데 제주는 남쪽에 세 군데가 된다. 강정이 일강정이라는 게 물이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구럼비 안에도 논농사를 지었던 곳도 있었다. 할망물 등 많은 물이 있었다. 마을 안에도 있었다. 물이 많으니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생활수준도 높았을 것이다. 마을의 자부심이 담긴 이름인데, 마을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조선시대 어느 기록에 나와 있다. 제주어로 곤밥이 쌀밥이다. ‘강정 아이들은 곤밥 주면 울고, 조밥 주면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들어 보니 한 때 자생단체가 200개 정도 됐다고 한다. 모임이 굉장히 많았다.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해군기지가 들어온 이후로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강정천 입구) 

멧부리에는 ‘바당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바당이라는 말도 바다와는 다르다. 바당이라는 말은 모든 걸 합하는 말인 거 같다. 어업을 하고 채취를 하고 삶의 기반이자 놀이터이기도 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뜻한 말이다. 삶의 식구로 받아들이는 말인 거 같다. 그래서 바당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겠다. 이번에 강정에서 마을안내지를 냈다. 상업 용도는 아니다. 이 마을은에는 강정향토사라는 책이 있다. 450여 년의 역사를 망라해서 강정이 가진 자연과 취락 문화 역사 구성원들의 특성까지 망라한 책이다. 강정은 이미 해군기지 일로 알려지기 전에도 이런 일을 해냈던 특별한 힘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말할 것이 있는 마을,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마을이 되었다. 이 마을에는 여느 마을처럼 식구들을 만나러 오거나 일 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별한 이유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만들었다. 강정향토지에 있는 강정을 소개한 첫머리 글을 옮겨 놨다.  

<강정으로 마을 이름이 표현된 것은 물이 너무 많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누구도 다 이해할 만큼 참으로 귀한 천연수가 지금 이시간에도 쉬지 않고 용출하고 있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제주의 어느 곳을 가 보아도 이렇게 맑고 맛있는 용천수가 많이 나는 곳은 없다. 서귀포 시민이 이용하는 급수원의 80% 이상을 용출하는 강정천이 있는 강정마을에 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조상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귀한 자나 천한 자, 가난한 자나 부한 자 육축이든지 식물이든지 모든 이에게 또 주고 주어도 넘쳐흐르는 강정천은 오늘도 넘쳐흘러 바다로 떨어진다. 강정에는 3대 용천수가 있는데 강정천의 수원을 이루는 냇기리소와 악근천의 수원인 소왕물, 그리고 수도가 설치되기 전 주민들이 가장 많은 식수원으로 이용했던 큰 장정물이 있다.>

강정향토지에 마을을 소개하는 데 물 이야기부터 하고 있다. 용천수가 빗물 등이 지하로 들어가서 물이 흐르는 길을 흐르다가 압력차로 지표를 뚫고 나오는 물이지 않은가? 용천샘이 많은 지역의 땅 아래는 미지의 영역이어서 최근에도 축사에서 분뇨를 숨골로 방출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주도는 한 그릇의 물을 같이 나눠먹는 형태인데 물 관리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군기지 반대하는 큰 이유가 물이 많이 나는 마을이었고 미지의 영역인 용천샘 때문이다. 환경적 변화 때문에 악근천의 수원이 올해 처음으로 말라서 풀이 자랐다. 전반적으로 용천수 문제가 잇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더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주민들이 몸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먼 데 시가지에서 수돗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두려움을 목격하고 있다. 냇기리소도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둘레를 쳐 놨는데 인근에 가면 바깥에서 물이 찰랑찰랑 보였다. 최근엔 보이지 않다. 가는 길에 신당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물이 줄었고 탁도도 심해졌다. 빨리 관리하고 살펴야 할 것 같다. 서귀포의 70~80% 상수원이 이곳인데, 서귀포도 급격하게 도심화됐다. 나는 그 당시엔 없었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해군기지 구럼비 발파 소리가 여기서보다 중산간에서 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것으로 볼 때 지금 당장은 변화가 목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세한 축 하나가 어떤 것을 관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제주는 건설 행위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여기에 와서 많이 느꼈다. 

(멧부리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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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순담 스물일곱 번째 순서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걸으며 진행됐다. 엄문희 씨가 마을을 안내하며 '잘 알려진 강정마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주의소리
보고 있는 이것은 펜스다. 해군기지 공사하던 중간에 있었던 펜스다. 공사를 한다고 펜스를 치는데 얼마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이 큰 장벽처럼 느꼈겠나. 이걸 넘어서고 싶어서 그 애를 썼던 것인데.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시간과 일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는 게, 처음에는 용납되지 않던 벽이었다가 나중에는 벽 너머의 무수한 공사 소음을 가려주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상상할 수 없든 것들을 가려주는 막이었다고 한다. 안전한 보호막, 피부의 겉껍질 같은 역할이다가 나중엔 친구들이 염원하는 것들을 시를 쓰기도 했다. 발언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가 2011년 3월 7일 구럼비가 발파된 날 9월 2일 펜스가 쳐진 날을 기억하고 있는데. 구럼비가 물결 흐르듯 부드러운 바위였다. 그나마 구럼비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와서 담벼락 아래서, 춤을 추고 그런 기록들이 남아있다. 문이 하나 그려진 게 있었다. 마을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열 수 없는 문, 열어도 들어갈 수 없는 물,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그 문이 있다. 큰 상징이었고 정말 많이 애틋했다. 처연해졌다. 마을 안에 여러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 있는데 미술관 이름이 ‘문’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좁은 오솔길 끝에는 초소가 있다. 해군에서는 시설 보호의 이유로 사람들이 오는 걸 반기지 않았다. 2015년 여름만 하더라도 사진을 찍으면 초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과 함께 쓰는 공유수면마저 들어오면 어려우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림을 막 그리고 인간 띠잇기를 하고 포토 존을 만들었다. 우리가 돌을 가져다가 길을 만들었다. 길이라는 것이 인문학적으로 인간만이 만드는 것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목적을 위해 길을 만들고 따라가고 길이 나는 것이지 않은가. 두려움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올레꾼들도 왔다가 다니고, 길이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는 걸 여기에 와서 느꼈다. 그 길을 같이 걸어보겠다. 

그렇게 막고자 했던 펜스를, 떨어지는 날 달려와서 대신 치워준다고 하고 받아왔다. 반대한다고 막다가 철거한다고 가져와 쌓아놨다. 마음이 짠하다. 저기 보이는 게 범섬이고 그 옆에 서건도이다. 그 중간에 바다에 산호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곳이 있다. 구럼비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절대보전지역이라고 해서 국책사업이 불가한 지역이었는데 2011년도 당시 한나라당 도의원들 위주로 폐지가 됐다. 보전구역으로만 남았고 필요시에 따라서 공사가 가능한 지역이다. 이 곳에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가 오랫동안 야적돼 있었다. 2015년도 1월 기사만 보더라도 주민들이 공사가 끝났으니 정리를 해 달라고 호소하는 기사가 있다. 멧부리가 제단이 있다. 설촌 450년 됐는데 그게 그때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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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순담 스물일곱 번째 순서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걸으며 진행됐다. 엄문희 씨가 마을을 안내하며 '잘 알려진 강정마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주의소리

마을에서 1년에 한 번 포제라고 해서 마을에 가장 큰 제사를 지낸다. 1월 1일 12시를 기해서, 해가 넘어간다고 카운트다운을 할 때다. 2017년도 제사할 때 같이 있었는데  칠흑 같은 캄캄한 밤에 제를 지낸다. 12시를 기해 저기 리조트에서는 음악이 나오고 폭죽이 나오는데 우리는 조상들에게 자연에게 지키지 못해서 파헤쳐지는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제문을 읽었다. 사람들이 군사기지를 반대했던 이유 중에 연산호 군락도 있었다. 멸종 위기종 9종이 이 일대에 서식하고 있었다. 소프트 코랄이라고 해서 다른 코랄과 다르다고 한다. 친구들이 해마다 바다에 들어가서 보고서도 <강정앞바다 연산호 훼손 실태보고서>를 냈다. 우리가 단편적 주장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증거를 찾고 있다. 국가 안보와 바다의 연산호 중에 어느 것이 우위에 있냐고 물으면 이건 가치관의 문제가 있겠지만... 산호를 기반으로 깃대층이라는 용어가 있다. 다른 생태계의 기점이 된다. 그 생태계가 25~35%이내다. 그렇다고 하면 굉장한 것이다. 안보 논란은 생략하고 넘어가겠지만 어쨌든 구럼비에 대해서 조사했을 때 여느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산암 암석지대 변별력이 없다고 했다. 가치라는 게 지질학적이라고만 설명될 수 있는가?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사람과 바다가 만나라는 대목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공간 이상의 공간 마을 주민의 삶이 깃대 있는 문화적 다른 가치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같이 깃들어 사는 생명체도 말할 수 없이 많았다. 미지의 영역이라고 표현했던 훼손하거나 건드는 걸 두려움을 가져야하는 물의 문제 이런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기지가 들어와서 기지랑 같이 사는 마을인데, 말 그대로 요새는 유행어처럼 상생이라고 하는데 상생의 가치를 고민해 보고 싶다.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바닥에 나무들이 펼쳐져 있는 걸 보면 이게 숨비기 꽃이라고 한다. 10월이 돼서 꽃은 거의 볼 수 없지만 보라색 꽃이 핀다. 가을엔 삼춘들이 까만 씨앗을 채취해서 베개에 넣고 자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게 숨비기꽃인 이유가 해녀가 제주에 많은데, 해녀들이 물에서 나와서 뿜는 숨을 숨비라고 하는데 해녀들은 직업병처럼 일반적이 아닌 두통을 갖고 있다고 한다. 머리 아픈데 특효가 있다고 해서 달여 마셨다고 한다. 나도 감기나 아플 때 약을 기어이 안 먹고 참는데 크게 아플 때 이것만 미지근하게 우려내 마셨다. 여기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게, 어떤 식물은 꽃은 독이고 잎은 해독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같이 있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오면 하필 해녀들이 많은 제주의 바닷가에 숨비가 있다는 게 그게 좋다. 제주에서 살거나 숨비를 일찍이 알고 있는 분들에겐 알릴 필요가 없겠지만 처음 강정에 오는 분들에겐 꼭 이야기를 해준다. 비가 오는 중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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