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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갈치잡이 어민들이 제주해역에서의 갈치어획량 감소와 일본 어업협정 난항 등으로 갈치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어선주협회 등 민간 대표단 대만 측과 협상…‘민간어업협의회 정례화’ 추진 

한일어업협정이 잇단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제주어민들의 해외 갈치어장 개척이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대만 해역에서의 제주 갈치잡이 어선 조업을 위한 정례적 민간어업협상이라는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어선주협회(회장 김상문)와 해양수산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대만 현지에서 갈치 신어장 개척을 위한 ‘제1차 민간어업협의회’를 개최, 한국수산회와 대만전국어회가 주관하는 한국과 대만 간 ‘민간어업협의회 정례화’ 추진에 합의했다. 

제주도어선주협회(회장 김상문)를 중심으로 한 민간주도의 이번 방문단에는 김상문 회장을 단장으로 해수부·제주도·도 어선주협회 관계자등 12명이 대만을 방문해 대만해역에서의 제주연승어선들의 갈치조업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지난해 6월 한·일 어업협정 결렬로 제주 연승어선 150척은 1년 반이 넘도록 일본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갈치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표단은 이번 협상에서 대만 측에 크게 다섯 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어획할당량은 3000톤 미만으로 하고, 조업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로 제한하며, 조업척수는 100척, 조업수역은 대만 북서부 해역의 A구역(약 2906㎢)과 B구역(2057㎢) 중 한곳으로 정하는 안이다. 

대만 측도 이번 협상에 앞서 ▷한국의 갈치 어획 및 소비량 ▷대만 수산물의 한국 수출 가능성 ▷한국의 수산물 검역·통관 절차 등의 자료를 사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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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협상에서 우리 대표단은 대만 측에 어획할당량 3000톤, 조업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 조업척수 100척, 조업수역은 대만 북서부 해역(그림)의 A구역(약 2906㎢)과 B구역(2057㎢) 중 한곳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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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정이 잇단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제주어민들이 대만 해역에서의 갈치어장 개척에 직접 팔을 걷어붙여 주목된다. 사진은 제주 갈치잡이 연승어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갈치를 즐겨 먹지 않는 대만 국민들의 식탁문화 때문에 대만 어민들은 갈치조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꽁치와 오징어 등 다른 어종을 조업하는 과정에서 함께 잡혀 올라오는 갈치가 무려 연간 2000여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측이 이번 협상에 앞서 한국의 갈치소비량과 수출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것은 자국의 갈치어장을 열어주는 대신, 대만의 수산물을 한국 측이 수입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당장 대만 해역에서의 갈치조업이 성사되진 않았다. 

대표단이 조업구역으로 요청한 대만 북서부해역은 대만과 중국 어선들이 활발히 조업하는 구역으로, 여기에 한국 어선들까지 진출하는 것에 대한 대만어민들의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장의 조업허가보다 정기적인 교류를 통한 우호관계를 지속하면서 해법을 찾자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이 갈치조업 해역을 열어줄 경우, 현재 연간 1만톤 정도의 꽁치를 수입해가는 제주어민들이 대만산 꽁치 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고, 대만 산 수산물의 한국 수출 가능성 등도 이번 협상에서 충분히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협상은 대만이 우리나라와 수교 국가가 아니어서 정부 간 협상이 아닌 제주선주협회 등 민간과 대만 대표부 사이에 이뤄지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7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어업협정 결렬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일본 수역에서의 조업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만 해역에서 조업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는 등 제주어민들의 대만해역 갈치 조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첫 번째 만남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민간 주도의 교류임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며 “한국수산회와 대만전국어회가 주관하는 양국 민간어업인협의회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양국 어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찾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수산회와 대만전국어회가 주관하는 양국 민간어업인협의회는 이르면 내년 초 제주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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