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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마라톤 조직위에 아나바다 장터를 통해 모은 성금을 전달한 종달초 학생들.

[아름다운마라톤] 종달초 '아나바다 성금', 삼형제 돼지저금통, 참가자 즉석성금 등 '기부 열전' 

'코 묻은 돈'에서부터 저금통, 우승 상금, 대회 참가자들의 즉석 기부까지...

지난 21일 성황리에 끝난 제10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마치 '기부 열전'을 방불케 했다. 앞다퉈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기부와 나눔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감동의 여운은 대회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대회 뒷정리에 여념이 없던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최근 짐 정리를 하다가 고이 접힌 종이 한장을 발견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아나바다 장터를 통해 모은 성금을 어디에 기부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구좌읍 해안도로에서 열리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성금은 대회 현장에서 건네받았지만, 이처럼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지는 뒤늦게 안 것이다.   

펼쳐본 종이에선 어린이들의 대견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종달초등학교 학생들입니다.
저희 학교는 지난 2016년도에 학생들이 자신의 물건을 사고파는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25만원을 모았습니다. 종달초 학생들이 이 수익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디에 기부할까 생각하다가 구좌읍 해안도로에서 열리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기부금 25만원이 불우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잘 사용되기를 부탁드립니다. -종달초 학생들 편지 원문-


전교생이 60명 정도에 불과한 종달초. 그러나 이들이 아나바다 장터 행사를 치러 모은  25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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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프유스 제주의 캄보디아 봉사활동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회 조직위는 종달초 학생들의 이같은 온정을 어디에 전할까 고민하다 제주 청소년들로 구성된 순수 민간 봉사단체 ‘랭프(Language Friend)유스 제주’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종달초 학생들이 원하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아이’, ‘어려운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아름다운마라톤 기부금은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와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그리고 랭프봉사단에 전달됐다.

특히 랭프봉사단은 아름다운마라톤 기부금으로 캄보디아 타판초등학교에 영어도서관 설립을 추진한다.

또 학교 급식실과 그네, 미끄럼틀 등 운동장 놀이기구도 설치하고, 영어책 약 400권과 학생들의 학용품, 사서 고용에 필요한 임금도 기부된다.

마라톤 당일 기부금을 전달한 종달초 김형규(13) 어린이회장은 “우리가 모은 돈이 어려운 곳에 기부될 수 있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종달초 말고도 온정을 보탠 이들은 줄을 이었다.  

지난해 대회에서 클럽대항전 우승을 차지하고, 풀코스 우승자까지 배출했던 한라마라톤클럽은 “우승한 기쁨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며 30만원을 조직위에 기부했다.

또 김도운(8)·성엽(6)·범준(4) 삼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년간 열심히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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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김병심 시인은 “지난해 대회에 참가했었는데, 저금통 기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꼭 해보고 싶었다”며 1년간 모은 저금통을 전달했다. 

매해 행사장을 찾아 1년간 모은 저금통을 기부해온 일명 ‘조랑말 부부’ 양전국·허정회씨는 올해도 저금통 2개를 내놨다.

올해 저금통 5개에서 모인 금액은 21만6170원.

아름다운마라톤 홍보대사인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은 현장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저서 ‘아내의 빈자리’ 사인회를 열고 판매금액을 전액 기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고재완)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주최측에 전달했다.

3년 연속 풀코스 준우승에 머물다 올해 여자부 10km 우승을 차지한 김희선(46.달리기제주인)씨는 역대 우승 누적상금과 올해 상금까지 더해 총 100만원을 기부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10km 남자부 5위를 차지한 참가자는 대회 상금을 받지도 않고, 조직위에 기부했다.

이렇게 한푼두푼 모인 성금과, <제주의소리>가 기부한 금액을 합치면 올해 총 기부금은 2776만6170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는 아름다운마라톤 10년동안 누적 기부금은 2억1000원을 훌쩍 넘겼다.

대회 조직위는 “대회 참가만으로 모두가 아름다운 기부자가 되는데, 추가로 정성을 보태는 참가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회 취지처럼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는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나눔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와 제주도육상연맹이 주최·주관한 제10회 2017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지난 21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구좌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뽑힌 김녕 해안도로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에는 사전 등록자 4200여명과 현장 참가자, 자원봉사자 등 5000여명이 함께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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