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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신산공원서 개최...찬반 행진과정서 실랑이 ‘충돌없이 종료’

성소수자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혐오문화를 깨기 위한 퀴어문화축제가 제주에서 처음 열렸다. ‘동성애 반대’를 내세운 단체의 맞불집회까지 열리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8일 오전 11시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퀴어옵써예 Please com, Queer’를 주제로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차별과 혐오의 문화를 극복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주에서 성소수자 관련 공식 축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1970년 6월28일 미국 뉴욕에서 첫 퀴어 퍼레이드(parade)가 열렸다. 국내에서는 2000년 서울 연세대에서 처음 퀴어 축제가 열렸고, 대구와 부산에 이어 제주는 4번째다.

이날 현장에는 20여개 부스가 설치돼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단체와 모임별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내걸고 홍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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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에서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 참가자들이 직접 나서 “사회의 무지로 일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혐오와 편견에 대해 우려했다.

부모 모임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오늘은 여러분이 주인공인 축제의 장이다. 여러분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지지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행사장 곳곳에서는 일부 반대측 인사들이 ‘동성애 반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주 출입구 주변에서는 동성애를 반대는 단체의 노래공연도 펼쳐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과 사복경찰, 의경 등 300여명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다. 일부 반대측 인사들이 행사장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주최측 설명대로 행사가 문화축제 형식으로 이뤄지면서 불법행위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스 역시 차별 반대와 관련한 홍보가 다수여서 참가자들이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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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측은 이에 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피켓과 현수막을 대거 설치해 선전전에 나섰다.

오후 3시30분 주최측과 반대측이 신산공원에서 제주시청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도로를 마주하고 양쪽이 동시에 거리행진에 나서면서 도로 통제에 나선 경찰은 진땀을 흘렸다.

이 과정에서 반대측이 행사 개최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동부경찰서는 이날 박혁진 서장을 비롯해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교통통제와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일부 반대측 관계자는 주최측 퍼레이드를 가로막고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한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을 횡단보도 한가운데 세워 주최측 행진을 막으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양측이 동시에 퍼레이드에 나서면서 제주시청 앞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거리행진에 중앙차로제 공사까지 더해지면서 광양로터리 주변은 30분 넘게 지체현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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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첫 퀴어축제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8월28일 제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으로 축제 개최 소식을 알렸다.

한달뒤인 9월29일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신산공원을 축제장으로 사용하겠다는 사용협조 공문을 제주시에 접수했다. 제주시는 바로 다음날 사용 승낙을 통보했다.

이후 일부 단체에서 행사 반대 민원이 잇따르자 10월17일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신산공원 사용 승낙 취소를 결정했다. 이튿날 제주시는 조직위에 사용승낙 취소를 최종 통보했다. 

조직위에 이에 맞서 19일 제주시를 상대로 공원사용허가거부처분에 따른 집행정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7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부스 사용 취소에 대한 집행을 정지시켰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기 위한 첫발걸음”이라며 “성소수자를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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