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석

“예산과 정책의 기본원칙은 인간과 노동의 가치 존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그 간의 의정칼럼을 통해 주장했던 핵심 메시지였다. 이러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소위 ‘일자리 추경’이라 했음에도 결국 일시적이고 한시적이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 예산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온-오프라인에서 도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는데, 참으로 고마운 마음과 함께 기본과 정도(正道)가 갖는 힘을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됐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을 기대하시던 분, 하루하루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배움을 놓치지 않던 분, 불합리한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목소리 높여 말씀하시던 분, 그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들으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 했다.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원은 그들의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책무를 가진다. 필자 또한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들의 말씀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에 고민의 끝이 닿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떠오른 말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는 존 롤스의 정의 철학에 근간을 두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정치철학자로 평가받는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사회정의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모든 이에게 자유를 완벽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첫째 원칙이고,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하여 우선 배려해야한다는 것이 정의의 둘째 원칙이고, 결과의 불평등은 존재하되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정의의 세 번째 원칙이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가진 고민의 답은 이 ‘정의’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 편성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립하는 정책과 편성하는 예산은 도민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도민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길은 ‘정의로운 예산 편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별적 지원, 탈빈곤을 위한 일자리 지원과 실업, 질병, 노령으로 인한 빈곤층으로의 추락하는 것을 막는 현실적인 정책이 강구되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일자리 확대의 성과를 창출하는 서울, 새 정부의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 된 광주, 청년구직지원금, 청년통장 등 청년과 중소기업을 동시에 지원하는 경기, 노사협력담당관 신설 및 학교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는 서울시교육청 등 타 지방자치단체들은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정과 교육행정은 무소식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예산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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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석. ⓒ제주의소리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은 공염불이 되기 싶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도민의 삶과 연계되지 않은 정책은 정의롭지 못하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심성 예산은 사회정의에 위배된다. 원희룡 도정과 의회는 지금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책무를 지닌다. 특권과 이기심을 제어하지 못한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경계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구체적인 첫 걸음은 2018년 본예산 편성에 정의로움을 구현하는 것이다. 시장자유주의자인 애덤스미스조차 <도덕감정론>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자비심이 없어도 사회가 존속할 수 있지만, 정의가 없다면 사회는 붕괴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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