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부문에 한국화 김진수, 서예·문인화 부문은 한글 김희열 수상

43회째를 맞는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에서 김진수·김희열 작가가 각각 미술 부문, 서예·문인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미술대전 주관 기관인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지회장 강민석, 이하 제주미협)는 올해부터 작품 공모부터 심사, 수상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앞으로의 변화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주미협은 11월 1일 ‘제43회 제주도미술대전’ 시상식 겸 개막식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미술(평면·입체), 서예·문인화 부문으로 나뉜 가운데, 미술 대상은 한국화 <2017탐라전도>를 출품한 김진수(44) 작가, 서예·문인화 대상은 정철의 ‘관동별곡’을 한글 서예로 쓴 김희열(58) 작가가 영광을 안았다. 

#미술(평면·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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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미술 부문 대상 수상자 김진수 작가. ⓒ제주의소리
2015년 제주도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김진수 작가는 2년 만에 미술 전체 대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는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이 선정하는 우수 청년작가에도 선정된 바 있어, 미술작가로서 가능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신작 <2017탐라전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돌하르방, 오름 등 땅 위의 제주 자연 풍경을 강 위에 띄워놓는 이색 작품이다. 마치 제주판 진경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노란색, 붉은색이 한국화 특유의 짙은 색감으로 펼쳐진 자연 화폭 위에는 침몰하는 세월호, 난개발 제주 풍경 등이 함께 그려져 있다.

미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연주 큐레이터(문화공간 양)는 “대상 작품은 제주도의 현재를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존 풍경화와는 차별화된 표현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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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작품인 김진수 작가의 <2017탐라전도>.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번 작품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아보고 싶었다. 자연 풍경에 인간의 감정을 실었다”면서 “<2017탐라전도>를 작업하면서 한국화를 더욱 다양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기작으로 아주 현대적인 한국화를 작업하는 중이다. 특정 장르나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인 미술 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술 부문은 총 42명이 출품한 가운데 대상 1명, 우수작가 2명, 선정작가상 12명이 선정됐다. 장르로는 평면 32명, 입체 10명이다. 우수상은 손유진 작가의 <진리>, 김현성 작가의 <SEEDS>가 수상했다. 선정작가상은 김은지, 현덕식, 김미성, 김수연, 고혜령, 신민정, 김현수, 박동현, 최선영, 이역, 손호남, 이은비 등 12명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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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작품인 손유진 작가의 <진리>.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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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작품인 김현성 작가의 <SEEDS>.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대상은 1000만원(작품매입비 포함), 우수상은 300만원, 선정작가상은 50만원을 받는다. 

김연주 심사위원장은 “우수상은 목공의 전통적인 맛을 현대적 감각으로 잘 풀어냈고, 다른 우수상은 사회적 문제를 적절하게 담아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다”면서 “제주도미술대전이 이번부터 큰 변화를 갖는다.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가 더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예·문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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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서예, 문인화 부문 대상 수상자 김희열 작가. ⓒ제주의소리
지난해 제주도미술대전에 처음 도전해 특선을 수상한 김희열 작가는 1년 만에 서예·문인화 부문 전체 대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서예에 입문한지는 20년 째.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면서 취미를 찾다가 서예를 시작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알고 싶은 서예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제주도미술대전 대상까지 왔다. 한글서예묵연회에서 활동 중이며, 스승은 한곬 현병찬 선생이다.

김희열 작가는 16세기 조선시대 문인 정철(鄭澈)이 쓴 가사 <관동별곡>의 일부를 한글로 옮겨 적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판본체로 정갈하면서 묵직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글씨는, 보는 이에게 한글 서예의 매력을 한껏 선사한다. 

서예·문인화 부문 심사위원장 권인호 이사(한국미술협회)는 “이번 제주도미술대전에 출품한 한글서예의 경우, 궁체와 판본 모두 전통을 깊숙이 연찬해서 표현한 작품으로 묵직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몇 작품은 필력과 조형성 면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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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작품인 김희열 작가의 <관동별곡>.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상 기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냈는데 대상 소식에 처음엔 어리둥절했다”며 “관동별곡을 정해서 쓰기 까지 여러가지 글을 수천 번 보고 고민했다. 처음에는 시간 보내기로 서예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붓이 흐르는 대로 쓰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 10년 뒤에 상을 하나 더 받고, 20년 뒤에는 나만의 서체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예·문인화 부문은 총 292점이 출품한 가운데 대상 1점, 우수상 3점, 특선 15점, 입선 71점이 선정됐다. 장르로는 한문 108점, 한글 107점, 문인화 77점이다.

우수상은 오승희(한문)의 <도중>, 강경애(한글)의 <일동장유가>, 현양옥(문인화)의 <파초와 등나무>가 수상했다. 특선은 정순임 외 14명, 입선은 양달빈 외 70명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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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작품인 오승희 작가의 <도중>.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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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작품인 강경애 작가의 <일동장유가>.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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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작품인 현양옥 작가의 <파초와 등나무>. 사진=제주미협. ⓒ제주의소리

대상은 상금 500만원, 우수상은 200만원, 특선과 입선은 상장을 받는다.

권인호 심사위원장은 “이번 미술대전부터 입상자 수가 대폭 줄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선에 들 수 없도록 변화했다. 앞으로 미술대전의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총평

이번 미술대전은 강민석 회장 취임 이후 열린 첫 번째 미술대전이다. 신임 지도부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찌감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고,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인 변화를 꼽아보면 출품 부분을 8개에서 2개(미술, 서예-문인화)로 간소화했으며, 1·2차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미술과 서예·문인화를 별도의 미술대전으로 분리하는 것을 목표로, 공모 과정부터 각자 진행하는 실험적인 시도에 나섰다.

미술 분야의 경우 수상 작품을 15명 내외로 축소해 수상의 질을 높였고, 포트폴리오(미발표작 1점, 기발표작 2점) 심사 제도를 처음 시도했다. 대상 작가에게는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개인전까지 개최하도록 지원하면서 ‘인큐베이팅(육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서예·문인화 역시 특선 이상은 현장 휘호 과정을 도입했으며, 수상 작품도 출품 수의 30% 내외로 낮췄다. 이런 조건 때문인지 전체 출품작 수는 지난해 409점에 비해 줄어든 334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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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열린 제주미술대전 미술 부문 1차 심사 현장. 심사위원들이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며 심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물론 이런 혁신 시도가 당장 만족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는 보긴 어렵다. 최신 미술 경향을 잘 보여주는 영상·설치·사진 분야는 참여가 크게 저조했고, 전국 공모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다른 지역 작가들의 참여는 소수에 불과하다. 수상작도 신진 작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나아가 키운다는 본래 취지를 보다 선명하게 다듬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높다. 제주미협은 미술대전에서 본격적으로 불지핀 개혁의 동력을 내년 5월로 앞둔 제주미술제까지 이끌고 간다는 구상이다.

강민석 회장은 “제주도미술대전을 혁신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은 크게 수상자 수, 심사제도, 수상자 혜택이다. 수상비율을 대폭 조정해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한 차례 현장심사가 아닌 1·2차 심사 제도로 보다 정교하게 옥석을 가렸다. 수상 혜택 역시 단기 혜택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케어(Care)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앞으로 전체 행사를 미술대전, 서예·문인화 대전으로 분리하면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겠다. 제주미술제 역시 미술대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이전과는 다른 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전시한다. 1일부터 7일까지는 미술 부문, 8일부터 14일까지는 서예·문인화 부문 수상작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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