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 "부모의 기대감은 곧 아이들의 부담감"

최근 ‘극핵가족’이란 말이 나올 만큼 가구당 세대원이 적다. 1인 가구가 늘었고,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정도 있다. 자녀가 있다 하더라도 1~2명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몇 없는 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 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 마음처럼 행동하지 않고, 어긋나려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이해 부족’을 꼽았다. 

제주도교육청(이석문 교육감)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나침반 교실 : 2017 부모아카데미’가 1일 오후 7시 제주시 오름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IMG_5434.JPG
▲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1일 제주시 오름중학교에서 부모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자녀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강연자는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로, 그는 성장학교 별 교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여성가족부 청소년 보호위원회 위원, 교육부 학교폭력대책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공수상처’, ‘중2병의 비밀’, ‘무기력의 비밀’ 등이 있으며, 지난 2004년 청소년보호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고픔 보다는 외로움이 더 큰 고통이라는 아이들-내가 모르는 우리 시대의 아이들 함께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전문의는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모습부터 소개했다.

TV를 많이 보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각종 동영상을 챙겨본다. 스마트폰을 목숨처럼 아껴 자신 말고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학교 학생회장보다 유명 아이돌 팬클럽 회장이 더 영향력을 갖는다. 복잡한 게임, 인터넷 용어는 알아도 간단한 시사적 용어는 모른다. 성인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IMG_5422.JPG
▲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1일 제주시 오름중학교에서 부모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자녀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김 전문의는 이런 모습을 ‘세대 차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살아온 시대가 다르다는 의미로, 누구나 지금 시대 청소년이라면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취한다는 의미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이다.

또 많은 청소년들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 전문의는 사회 현상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월급은 거의 그대로며, 일자리 창출도 적다. 김 전문의는 우리나라 사람 그 누구도 이런 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온다. 똑똑한 로봇의 출현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새롭게 생겨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

불평등이 심화됐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처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요즘에는 ‘금수저’란 말이 나올 만큼 '열심히 해봤자 잘 사는 사람만 잘 산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청소년들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문의는 요즘 청소년들이 변한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과 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엄마’.

그는 “요즘 엄마들은 자녀의 교육을 총괄 기획하고 있다. 자녀가 성공하는 것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자녀 성적과 관련된 정보라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모자일체(母子一體)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한 몸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IMG_5440.JPG
▲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1일 제주시 오름중학교에서 부모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자녀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이어 “부모의 기대는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절반이 어버이날 부모에게 주고 싶은 선물로 ‘전교 1등 성적표’를 꼽겠나”라며 “부모 기대에 부담을 느낀 청소년들이 부모가 기대감을 갖지 않았으면 해 비뚤어진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문의는 “요즘 청소년들 특징이 신체는 조숙한데, 지적 능력은 높다. 그런데 사회성은 유치원생 수준이다. 부모들이 자신의 기대감 때문에 아이들을 황태자처럼 키우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전문의는 “아이들을 이해해야 소통할 수 있다. 가족회의를 추천하고 싶다. 자녀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 모두가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엄마가 해결하려 하고,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아빠를 호출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가족회의로 협상하면서 부모와 자녀는 서로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협상력을 키우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성장”이라며 “스마트폰의 경우 집에 바구니를 만들어 일정 시간 이후에는 가족 모두가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김 전문의는 “스마트폰을 바구니에 보관하는 시간도 가족회의로 정해야 한다.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바구니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방 안에 스마트폰을 가져가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먼저 다가가 ‘힘들지?’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 부모아카데미' 모든 강좌는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www.jejusori.net ) 소리TV에서 생중계된다.

바쁜 일정으로 강연장을 찾지 못한 부모는 소리TV를 비롯해 제주도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 http://hakbumo.jje.go.kr )에서도 ‘다시보기’할 수 있다.

부모아카데미 일정과 관련 내용은 네이버 밴드 ‘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밴드에 강연 후기나 관련 의견을 제시한 부모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이 주어진다.

상품은 부모아카데미 취지에 공감한 카멜리아힐과 플레이 케이팝 등 도내 유명 관광지에서 지원한 입장권이다.

참가 신청 문의 = 부모아카데미 사무국(제주의소리) 064-711-7021.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