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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내년 예산을 부결시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재단 "출연금 보류 부당", 도의회 "타당성 설득 부족"...제주도 역할 의견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예산을 둘러싸고 도의회와 재단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재단의 내년 예산을 보류한 끝에 부결시킨 도의회는 “인력 충원을 비롯한 예산 증액에 대해 제주도와 재단의 설득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단은 “의회가 사실이 아닌 잘못된 내용을 지적하면서 예산을 부결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여기에 제주도가 도의회를 설득하는데 소홀했다는 후문(?)까지 불거지면서 본격적인 예산 심사를 앞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예고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 이하 문광위)는 지난 10월 30일 제355회 임시회 3차 회의를 열고,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학연구센터 출연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재단은 이번 임시회에서 내년 예산 42억원(운영비 32억원, 기금 10억원) 계획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문광위는 앞서 10월 25일 재단 예산을 심사하지 않고 보류했으며, 5일 뒤에는 아예 예산 계획을 부결시키는 결정을 내린다.

만약 도의회가 도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출연기관의 예산을 부결시키면, 기관 운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 경우는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단이 일찌감치 요청한 예산을 도의회가 한 차례 심사를 미루고 결국 부결까지 시킨 상황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도의회는 크게 두 가지를 문제 삼았다. 인력 충원을 위해 예산을 늘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판단 여부, 그리고 전반적으로 의회 설득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재단은 경영진단을 통해 현재 정원 25명을 최대 47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따라, 단계적으로 내년에 8명을 채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와 현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도 부합하도록 정규직(25명)보다 많은 비정규직(29명)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입장인 것.

여기에 재단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이하 유산본부)와 올해 문화재 업무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 동안 유산본부를 대신해 ‘문화재 돌봄 사업’을 진행한다. 문화재 돌범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전국 문화재를 현장까지 세세하게 관리하는 사업이다.

문광위 의원들은 30일 회의에서 문화재 관리 업무를 맡는 본부와 재단 역할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문화재 업무로 인력을 채용했는데, 재단·유산본부 간 업무협약이 3년 뒤에 끝나면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더했다.

그러나 재단은 유산본부와 문화재 업무가 엄연히 구분되며, 도의회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재단 예산을 지적한다고 반박한다. 

유산본부는 제주지역 문화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고, 재단의 문화재 업무는 현장을 발로 뛰면서 처리하는 업무라 서로 같지 않다는 것. 특히나 문화재 돌봄 사업의 경우, 재단이 아니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통해 민간에게 재위탁 될 수밖에 없어 효율성이나 행정과의 연계에서도 재단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220% 증가했다는 문광위 일부 의원의 지적도 있는데, 적립 기금 10억원까지 포함한 분명히 잘못된 계산이다. 실제로는 78%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재단 기금으로 10억원, 운영비로 10억원을 지원했다. 재단은 자체 잉여금 13억원을 더해 33억원을 사용했다. 올해 계획한 재단 예산은 기금 10억원에 잉여금 없는 제주도 지원 운영비 32억원을 합쳐 42억원이다. 9억원(78.57%) 가량 증가한 셈이다.

또 “인력 채용도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재 인력을 뽑았는데 나중에 문화재 업무가 없어진다는 우려는 기우다. 공무원을 뽑아서 처음 발령받은 부서에서만 일하는 경우가 있느냐. 업무와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인사를 배치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단 잉여금이 남아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지난해 문광위 권고에 따라 남아있던 잉여금 13억원을 올해 전부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입장을 반영해 의회를 설득해야 할 제주도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의회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통상적으로 예산 반영을 위해서는 집행부가 의원들을 수시로 만나 설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에 대해서는 간부 공무원 전화 한 두 번이 전부였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 30일 제주도 문화정책과를 대상으로 한 의회 질의 과정에서, 이런 뉘앙스가 느껴지는 장면이 여러번 연출됐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문광위의 부결 결정은 일종의 '괘씸죄'에 해당된다.

재단 예산은 연말까지 예정된 내년 제주도 본예산 심사 시기에 맞춰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업무에 따른 합당한 예산 책정이라는 재단의 입장과,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도의회, 나아가 어정쩡한 제주도의 입장까지, 불거진 논란에 대해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번 논란이 어떤 접점을 찾을지 도내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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