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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제주칼호텔에서 제7회 제주4.3평화포럼이 열렸다.
[제주4.3평화포럼]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 기조강연서 "이제는 용서할 시기"

인도네시아 식민지배로부터 동티모르 독립을 이끌어내 노벨평화상을 받은 호세 라모스 오르타(Jose Ramos Horta)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제주4.3과 관련해 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한 무고한 제주도민의 인명피해와 고통, 억울한 누명을 쓴 무고한 희생" 등 표현을 인용하며, 4.3에 대한 역사인식을 강조했다. 

또한 과거사 극복을 위한 전제로 ‘치유와 화합’을 강조했다. 이는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주4.3의 미래와 궤를 같이한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9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제주4.3평화포럼’ 기조강연에서 "오직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미래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용서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수천년간 인류는 전쟁을 해왔고, 인도네시아 지배를 받았던 동티모르 상황을 전했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UN에서 사무차장, 사무총장 특별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UN 사무총장 산하 고위급 중재 이사회, UN총회장 외부 고문을 맡고 있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동티모르인 약 98%가 카톨릭을 믿는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가 많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인들을 고문하고 죽였다. 이후 독립했지만, 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는 분쟁이 끝났다는 것을 축복해 화합하기로 했다. 2002년 독립한 동티모르인들은 누군가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존중하고, 용서했다. 독립과 자유만으로 정의가 구현됐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외부인이기 때문에 제주4.3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한국 국민들에게 예민한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1948년 발생한 대규모 학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고 얘기했다.

그의 조국 티모르는 1600년대부터 포르투갈이 지배했다. 그러다가 1749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간 전쟁이 벌어졌고, 동티모르는 포르투갈, 서티모르는 네덜란드가 각각 분할 지배했다. 1975년 11월 독립한 동티모르는 기뻐할 새도 없이 그해 12월 인도네시아의 침략으로 다시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1999년 동티모르 국민 대상 독립 찬·반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78.5%가 독립에 찬성했다. 결국 UN 신탁통치로 이어졌고, 3년이 흐른 2002년 정부 수립과 함께 샤나나 구스망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구스망 초대 대통령에 이어 2대 오르타 대통령이 당선, 지난 2012년 퇴임했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이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4.3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모반폭동이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무고한 희생자가 많다.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4.3에 대한 인식이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사회에 대한 치유와 화해의 길을 선택했다. 치유의 길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본질을 흐리지 않고, 미화하지 않고, 사실 관계를 바꾸지 않은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또 정치인과 시민사회, 역사학자들의 정직하고 용기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과거사 해결을 위해서는 ‘역사적 진실’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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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제주칼호텔에서 제7회 제주4.3평화포럼에서 기조강연하는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
그는 “진심을 담은 회한과 사과의 말을 듣지 못했는데 용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용서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태어난 오르타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침공하자 해외로 망명해 동티모르의 어두운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동티모르인의 국제 목소리’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1996년 티모르 카를로스 시멘스 벨루(Carlos Ximenes Belo) 주교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02년 동티모르가 독립하면서 외교·내무·국방장관과 함께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2007년부터 5년간 2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연세대학교 인간평화와 치유연구센터가 주관한 4.3평화포럼은 오는 11일까지 3일간 제주칼호텔에서 열린다.

오는 10일에는 최초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4.3 인식조사' 결과를 김경돈 코리아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이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국민 1000명 대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8.1%가 '4.3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발생 시기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라고 응답한 사람이 49%로, 한국전쟁 전으로 정확힌 답한 응답자는 29.3%에 불과했다.

또한 이날 1세션 ‘제주4.3과 세계화해의 지평’에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김헌준 교수 ‘70년의 진실 찾기 : 성찰과 전망’ △김성례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제주 4.3학상의 포스트-메모리:유해, 영령, 친족관계의 의례적 재구성’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과 교수 ‘화해의 마음, 철학, 경로-4.3과 세계’ 발표가 예정돼 있다.

같은 날, 2세션 '세계의 학살과 화해-경로와 비교'에서는 △제랄딘 스미스 북아일랜드 트리니티컬리지 교수 ‘북아일랜드의 평화구축:화해를 향한 세 차원의 도전’ △헨렌 스캘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교 정의와 번혁 프로그램 의장 ‘이러지는 무지개?:남아공 진실 정의 그리고 화해’ △제라드 프루니에 대서양협의회 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 ‘르완다 학살:대규모 폭력과 어려운 치유’ △다니엘 페어스타인 트레스드페브레로국립대학 제노사이드센터 소장 ‘아르헨티나, 정의로의 뒤틀린 여정:이행기 정의 고찰 및 미처벌 저항에 대한 성찰’ 발표가 예정됐다.

3세션은 한국소설가협회 주최 ‘한국 소설문학에 나타난 제주4.3사건’ 주제 △고시홍 소설가 ‘한국 소설문학에 나타난 제주4.3사건:4.3소설의 전개양상과 과제 △노순자 소설가 ’한국 소설문학에 나타난 제주4.3사건:왜 화산도인가?' 등이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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