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길 시인이 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에 참가해 2017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활동을 벌였다. 이번 봉사활동은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을 함께 한 양영길 시인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 8. 아픈 4.3역사 현장이 클로즈업 돼 먹먹해진 가슴

26일, 우리 단원들은 무크라 추모공원(MUMEDI OFFICE : Mukura Memorial Development Initiative)을 찾았다. 아이수 존 미카엘(AISU JOHN MICHAEL) 위원장을 비롯하여 위원회 임원들이 맞아 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비석에 'In Loving Memory of our Sons Who Died on 11th July 1989'라는 타이틀과 그 아래 희생자 이름이 새겨 있었다. 다른 나라 단체에서도 헌화하고 남긴 메시지가 비석 앞에 놓여 있었다. 우리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간 조화를 헌화하고 평화 메시지를 읽고 비석 옆면에 부착하여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묵념을 올렸다. 

추모위원회에서는 우리 단원들의 방문에 맞춰 따로 보고서를 만들기까지 했다. 한국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보고서는 “우리는 무크라 추모사업을 SACCO로 개발하고 있으며 추진한 지 4개월 되었습니다”로 시작한다.

▲ 무크라 추모 공원. 정면 나무 있는 건물에 추모비가 있고 왼쪽은 사무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무크리 추모위워회 관계자들이 우리 봉사단 방문을 맞아 무크라추모공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제주에서 가져온 조화를 헌화하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내용에는 '1986년 우간다는 군사정부가 서게 되었는데, 이곳 테소(Teso) 지역에 반란이 일어나자 국가측 진압군이 테소 지역에 주둔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대량 살상 후 한꺼번에 매장해 버린 사건, 이른바 1989년 7월 11일 Mukura 집단 매장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설명돼 있다. 이어 억울하게 죽임 당한 사태에 대한 상세 설명이 이어졌다.

"무쿠라 기동부대가 테소지역의 무고한 양민들을 체포하여 그들 중 일부를 화물열차(wagon) 속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식민지 시대 때 목화 사탕수수 커피를 실어 나르다가 영국이 떠나면서 20년 넘게 방치해 두었던 열차였습니다. 정부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질식하여 죽은 후였으며, 희생자 69명을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한 무덤 속에 묻어버렸습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뒤늦게 정부가 나서서 사망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재매장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정부가 그 희생자와 기적의 화물열차 생존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전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함께 해주신 NGO 단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추모위원회는 2011년 발족했는데,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도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임원단의 비협조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다가 1년 전 투표를 통해 새로운 위원회가 발족되어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정부에 의해서 진행 중인 사업은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에게 지원금 지급, 합동 안치소 건립, 도서관 건립, 진료소 건립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상자와 생존자들을 추모하고 희생자 가족 학생들이 무료교육을 받을 수 있는 무크라 추모 중등학교(Memorial Secondary School)가 건립되었으나 아직 개교 전이라고 했다.

추가로 희생자 가족과 모든 생존자들에게 배상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치료를 위한 병원 건립, 추모 중등학교 버스 운행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 있다”고 호소했다. 소규모 공기구(지역 농산물을 1차 가공할 수 있는 분쇄기, 주스 짜는 기계 등), 예초기(풀 자르는 기계), 관리 운송 장비(오토바이, 자전거, 미니버스 등), 그리고 건강센터 등이다.

우리 단원들은 69명을 아무렇게나 한 무덤에 묻어버렸다는 이야기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화물열차에 빽빽하게 갇혀 비지땀을 흘리며 아우성치는 모습, 짐짝처럼 취급되는 시체들, 구덩이 속으로 던져지는 시체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어른거렸다. 제주도의 ‘섯알오름 학살터와 백조일손지묘’, 그리고 4.3 당시 집단 처형을 하고 암매장해버린 어두운 역사 현장들이 클로즈업되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답답한 가슴을 좀 진정하고, 이곳 사람들이 하루 빨리 통한의 역사를 극복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우리 단원들 모두는 기원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데, 미카엘 위원장이 'The Mukura Massacre of 1989-Justice & Reconciliation Project(1989년 무크라 대량학살-정의와 화해 프로젝트)' 파일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A4용지 5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였다. 그 어떤 무엇이 내 어깨를 눌러 왔다. ‘어두운 역사’를 그냥 묻어 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이제 두려워서 숨기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악수였다. 밝은 곳으로 내놓아 희생자의 명예를 되찾아 주어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읽을 수 있었다.  

▲ 현지인들이 무크라 집단 암매장과 무크라 위원회 활동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정의와 화해 프로젝트. A4용지 50페이지 분량의 내용이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진실, 용서, 화해, 자비, 상생, 미래를 아우르는 아프리카 말 '우분투(ubuntu)'

정의와 화해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들고 오면서 우분투가 생각났다. 진실, 용서, 화해, 자비, 상생,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인간됨의 본질, ‘I am because you are’로 번역되는 우분투. 

어떤 사람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Yu, u nobuntu"(이봐, 000에게 우분투가 있어)라고 한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사용했던 아프리카 정신 우분투. 

'용서 없이 미래 없다'고 밝힌 데스몬드 투투는 아프리카 우분투의 정신을 바탕으로 불화의 치유, 불균형의 시정, 깨진 관계의 회복, 희생자와 범죄자 모두의 복권을 역설하기도 했다. 가해자나 범죄자도 상처 입은 공동체 치유를 위해 필요한 대상이라고 인식했다. 범죄는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이며 그 결과를 관계의 파괴로 본다. 이런 인간적 접근을 통해 회복의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유, 용서, 화해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돌아오는 차창 너머 손 흔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내 기억의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세계, 우리는 어린이, 우리는 밝은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 

1984년 에티오피아 대가뭄으로 인한 살인적인 기아 사태를 돕기 위한 자선 음악이 차창 너머 30여 년 전의 시간을 건너 달려오는 듯했다.

▲ 제주평화봉사단이 무크라추모위원회에 보내는 평화 메시지.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양영길 시인은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으며, 최근 청소년 시집 『궁금 바이러스』가 출판되기도 했다. 

누군가 어디선가  
양영길

우리는 세계, 우리는 어린이
우리는 밝은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밝은 날은 ‘우분투 ubuntu’
진실 용서 화해 자비 상생으로
미래를 향한 밝은 날
밝은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은 최고의 선 '숨뭄 보눔 summum bonum'
당신을 향한 찬사는 ‘유, 우 노분투 Yu, u nobuntu’
당신은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
‘나는 속하고 참여하고 나누기 때문에 인간이다’는 
데스몬드 투투의 이야기를 
뜨거운 가슴으로 가득 안고

누군가 어디선가 
나와 당신이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는 세계, 우리는 어린이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 We Are the World: 1984년 에티오피아 대가뭄으로 인한 기아 사태를 돕기 위해 미국 뮤지션들이 중심이 돼서 발표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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