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 아동학대 실태조사...정서적 학대 심각, 부모 5명중 1명은 "자녀 잘 몰라" 

[기사 수정 : 오후 5시25분] 제주지역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훈육 차원을 넘어 흉기로 위협하거나 마구 때리는 경우도 적지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이은희)은 14일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주도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전성호),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제주지회(지회장 홍만기)와 공동으로 연 제10회 아동학대 예방 세미나에서 제주지역 아동학대 실태 조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세 기관은 도내 11개 초등학교 5·6학년 626명을 대상으로 학대 등의 피해 실태를 조사했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비롯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신·성적 폭력, 가혹행위, 아동 유기, 방임 등도 포함된다. 

조사 결과 여러 항목에서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보호자 등 성인이 자신에게 '사정 없이 마구 때리는 행위'가 있다고 응답한 아동이 19명(3%)에 달했다.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가 있다는 응답도 38명(6%)에 이르렀다. 

특히 4명은 '칼이나 흉기로 위협하는 행위'가 가끔 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재떨이나 책·그릇 등 물건을 던지는 행위'가 있다는 응답은 45명(7.2%), '벨트나 막대기, 빗자루 등 회초리 외 물건으로 엉덩이 외 부분을 때리는 행위'는 무려 99명(15.8%)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는 더 심각했다. 

626명 중 3명은 '다락, 골방, 창고 등 어두운 곳에 가두는 행위'를 경험했고, 29명(4.6%)은 '나가 죽어라'는 말을 들었으며, 48명(7.7%)은 '학교 그만 두고 일이나 해라' 또는 '돈이나 벌어라'는 악담을 들어야 했다. 

성적 학대 피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른이 성기를 만지거나, 싫다고 해도 몸을 만지는 행위를 겪은 어린이가 각각 14명으로 조사됐다. 

아동에 대한 조사 결과와 맞물려 부모들의 양육태도 또한 많은 가정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10대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 500명에게 '나는 우리 아이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질문 항목을 던졌더니 109명(21.8%)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부모 5명 중 1명은 자녀의 일상을 잘 모른다는 얘기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127명(25.4%)이나 됐다. 

신체적 체벌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170명(34%)이 필요성을 인정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아동학대 예방·개선 교육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확대와 인력 충원 △아동학대 예방교육 의무화 △지역 체감형 정책 △학교 현장 진단 검사 도입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적 시스템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