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29) 제주참여환경연대 생태문화해설가 모임 '올레'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스물아홉 번째 순서는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생태문화해설가 모임인 ‘올레’의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문화해설가모임 올레는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진행했던 '제1회 에코가이드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모여 결성한 모임이다.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송악산 등 휴식년 오름 모니터링을 9년째 진행하고 있다.

자연이 좋아서 시작했던 활동이 어느새 직업이 돼 버렸다. 남들에겐 그저 이름 모를 들꽃이거나 징그럽기만 한 벌레가 이들에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어여쁜 존재’들이다. 겨울에 나는 보리도 몰라봤던 이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자 도감을 펴낼 정도로 척척박사가 됐다. 

이들은 휴식년에 들어간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송악산 등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주목해 왔다. 눈이 와도, 진드기에 물려도 이들은 오름으로 부지런히 내달렸다. 어떤 오름은 자연 상태로 둬도 복원이 되기도 하지만 자연 복원 한계를 뛰어넘어 훼손된 오름들은 복원이 안 된다. 훼손 원인도 다 다르다. 

오름 훼손을 막기 위해 만든 탐방로도 때로는 오름에 위협이 된다. 간섭이 되기 때문이다. 길 하나가 들어서면 그곳에 살던 동물들의 발길이 끊기고 생태계가 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탐방객을 막을 수만은 없다. 인간과 자연의 지속적인 공생은 과연 가능할까? 이들이 쉬지 않고 오름에 오르내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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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선옥(너구리), 김태수(오르미), 박유라(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팀장), 안충희(수선화). ⓒ제주의소리

박유라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팀장 (사회) 
: 돌아가면서 올레 활동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 달라. 

김태수 (오르미)
: 우리가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연을 맺게 된 게 2001년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 해에 생태안내자 교육이 있었다. 거기에 참석을 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그 당시에 함께 했던 여러 이야기도 있지만 정말 제주도내 곳곳을 다니면서 공부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 교육을 들은 선생님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군다나 우리 팀 중에는 생태관광 분야로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독립을 해서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벌써 10년을 넘겼다. 올레 활동을 하면서 이 걸 계기로 관심을 가졌다.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 마을에 마을 목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한 거 같다. 아이들에게 내 나름대로의 역할 물론 환경단체에서도 단체의 역할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학생들에게 자연에 대한 이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나 자연 환경에 대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자연과 친하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박유라 
: 생태안내자 교육 받기 전에는 이렇게 환경이나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나?

김태수 (오르미)
: 그 전에도 식물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였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 팀이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유라
: 오르미는 왜 오르미인가?

김태수 (오르미)
: 제주에선 오름이라고 하지 않나? 거기에서 따 온 것인데 좀 부드럽게 자연이 좋아서 오름이 좋아서 오르미라고, 편하게 불리기 쉽게 한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내 이름은 모르고 오르미라고 편하게 부른다. 

김선옥 (너구리)
: 김선옥이다. 여기 제주참여환경연대에 가입하라는 권유는 예전부터 받았지만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전에는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하러 다녔기 때문에 전혀 여유가 없어서 생각을 못 했었다. 3년 전쯤 애들도 다 컸고 마음의 여유도 갖고 싶어서 그 때야 참여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애들에게도 자주 말을 한다. “나는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100세 인생에 나는 아직 4살 밖에 안되었다”고 말이다. 

박유라
: 교육 받은 건 만족하나?

김선옥 (너구리)
: 여러 선생님이 갈고 닦은 지식을 나는 덤으로 받고 있으니까 옆의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다. 예전에는 길이 없어서 가시덤불을 헤집고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우리들은 그 길을 다 닦아 데로 바로 정상을 오르고 있다.

박유라
: 너구리라는 귀여운 닉네임을 갖고 계시다. 

김선옥 (너구리)
: 애들이 너구리라는 이름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같은 이름의 라면도 있으니까.

홍영철
: 나도 2001년도에 생태 안내자 교육을 같이 받았다. 쑥대낭이란 별명은 누가 옆에서 고민하지 말고 그걸로 하라고 하더라. 애들은 쑥대낭이 뭔지 모르니까 다음에 만났을 때에는 쑥대머리, 쑥대밭이라고 부르더라.

박유라
: 홍영철 대표가 초창기 멤버이라니 몰랐다. 올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홍영철
: 그 당시 이름을 지을 때는 폭낭할까, 올레할까 고민했다. 우리가 생태안내자이고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제주의 그림자와 빛을 보여주자 하면서 올레라고 정했다. 우리 캐릭터로 까마귀로 정했다. 올레 그림에 길 그려진 것은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박유라
: 올레로는 어떤 활동을 했나.

홍영철
: 생태 교육을 주로하고 2003년도에 몇 사람과 함께 제주생태관광을 만들어서 생태관광을 시작했다. 나는 나의 전문 분야를 바다로 정하고 1년반 동안 해안가를 돌면서 생태나 역사 문화에 대해 글도 썼다.

강하춘 (올챙이)
: 나는 올챙이라고 한다. 처음에 내가 이 올레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2010년도에 몸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힐링하고 싶은 치료 목적이 컸다. 교육을 받으면서 어디로 갈까 고민이 많았다. 같이 가는 친구들이 4명이 있었다. 나중엔 나만 남았다. 언젠가 그 3명도 데리고 올 거다. 올챙이란 이름은 이게 처음 이름이 아니었다. 복수초란 이름이었는데 수업할 때 이 이름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주위 선생님이 올챙이를 추천해 주었다. 나도 이 학교에 왔을 때 올챙이이지 않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 올레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요즘 많이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항상 해도 남아 있는 게 30%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언제든지 선생님들이 바로바로 조언을 해주는 든든한 선생님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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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좌명은(물매화), 강하춘(올챙이). ⓒ제주의소리

좌명은 (물매화)
: 나는 좀 장황하다. 1991년 결혼 했을 당시에 아이들 할아버지가 집 근처에 데리고 갔는데 밭이 초록빛이었다. 제주시의 촌년인 나는 이 계절에 잔디가 파랗다고 말할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건 보리였다. 시아버지가 한 10년 동안 밭일을 하나도 안 시키시더라. 작전이 아니다. (웃음)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되었다. 2001년도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생겼다. 그 당시 나의 아이들이 3살 5살이 되었으니 집밖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는데 교육 과정 중 야외로 오름 가는 게 있었다. 아저씨 두 분이서 그 앞에 앉아서 예쁘다 예쁘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두 사람이 너무 궁금했다. 이게 계기다. ‘오름 가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나?’ 그 후로 교육을 받으며 800 종 넘는 식물도감 만들어 냈다. 

안충희 (수선화) 
: 나는 수선화 아파트에 살았었다.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이 누구 엄마라고 부리지 않고 수선화라고 불렀다. 그 교육을 받으러 간 첫 날 별명을 지으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수선화였다. 제주시의 상징 곷이 수선화이다. 

박유라
: 어떻게 올레활동을 하게 되셨나?

수선화 (안충희)
: 제주도의 특이한 문화가 있지 않나? 8월에 벌초를 하러 갔는데 내가 야생에 잘 뛰어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높은 곳에서 뛰었다가 그 자리에서 걷지 못하게 되었다. 집에서 한 달 간 쉬고 있었는데 텔레비전에서 오름 안내 교육에 관한 자막이 나왔다 그 전에 봉사도 하고 싶은데 어디서 할까 하던 차에 접하게 되어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풀이름 나무 이름 잘 안 와 닿았는데 오래 전에 꽃꽂이 강습을 한 적이 있어서 소재 이름과 아는 이름들이 있어서 조금 수월했던 것 같다. 참여환경연대 올레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환경 교육을 처음 받으면서 내가 공부를 해야 애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고 대학원까지 다니게 되었다. 

박유라
: 선생님들에게 궁금한 점이 선생님들은 숲에 가면 나무 붙잡고 풀을 붙잡고 보면서 이게 뭐니 저건 뭐니 얘기 하시면서 찾아보시고 그러는데, 이런 사람들이 오래 남는 건지 아니면 이 일을 오래 하다보면 그런 습성이 생겨서 계속 하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수선화 (안충희)
: 안내자가 되었으면 만약 숲에 가서 묻는 말에 알고 있어야 대답을 할 수 있다. 이 아이의 생태를 잘 알아야 언제 꽃이 피는지 등 이 아이를 잘 알아야 안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조그마한 것들이 예쁘고 신기하기도 하다. 복합적이다.

박유라
: 원래 탐구하시는 성향이신가?

수선화 (안충희)
: 나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학교 다닐 때도 궁금하면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

김태수 (오르미)
: 탐구와는 거리가 멀긴 한데 관심이 많다. 1990년대 말 정도부터 오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오름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아니라 거기에 있는 야생화에 관심을 가졌다. 야생화가 너무 신기했다. 굉장히 작은 것들이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지 그 때부터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오름을 오를 때마다 거기에서 자생하는 여러 식물들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사가 넓어졌다. 아이들 체험활동과 연계하게 되었다. 

박유라
: 다니다보면 관심사가 생기고 찾아보게 되고 교육을 하면 겸사겸사 반복 학습이 되는 것인가?

김태수 (오르미)
: 우리 올레의 장점이 한군데서만 하는 게 아니라 오름, 숲, 바다, 습지를 골고루 다니면서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박유라
: 제주도의 생태안내자의 고충이 제주도는 하나를 알려고 해도 화산섬 스코리아를 전반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어렵다. 이걸 또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공부하실 때 고충이 있지 않았나?

김태수 (오르미)
: 제주도를 알려면 가장 기본적인 게 제주도의 지질 어떻게 제주도가 생겨났는지부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생태안내자 하시는 분들이 지질 전문가들을 초빙을 많이 해서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렇지 않고서 제주 환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질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끝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것들이 나오곤 한다. 

박유라
: 휴식년제 오름 모니터링을 9년 동안 해왔다. 오름이 왜 쉬어야 하는지, 오름 모니터링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얘기해 달라. 

홍영철 
: 우리가 먼저 시작한 건 아니다. 1990년대만 해도 오름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오름을 많이 가면서 훼손된 오름이 많았다. 이유는 많이 탐방을 하면서 풀들이 밟혀서 죽고, 비가 오면 쓸려가면서 훼손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오름을 좀 쉬게 하겠다고 했다. 그냥 놔두면 복원이 제대로 되는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알 수 없어서 우리가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전문적인 모니터링 기반도 없었고 우리 생각에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을 해서 훼손 지역을 선정하고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식물이 들어오고 사라지는 지를 보았다. 그리고 오름이 훼손되는 것은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왔기 때문인데, 무의미하게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탐방해서 훼손하게 만드는 것 보다 탐방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여기서 프로그램을 하면서 최대한 이것의 보존가치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이 곳에서 이 시기에 어떤 꽃들이 피고 어떤 동물이 출현하는 지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모니터링을 같은 곳을 지금 물찻오름 같은 경우 9년 째 하다 보니 조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첫해는 그냥 주먹구구로 했는데 자연적으로 복원이 되겠다, 이곳은 안 되겠다 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복원이 안 되는 곳은 물길도 돌려서 훼손되는 것을 막아보기도 하고 흙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장치도 했다. 주변 식물 가져다 이식도 해 보고. 오름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어떤 오름은 자연 상태로 둬도 복원이 되기도 하지만 자연 복원 한계를 뛰어넘어 훼손된 오름들은 복원이 안 된다. 훼손 원인도 다 다르다. 작년부터는 송악산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박유라
: 오늘 물찻오름에 다녀왔다. 훼손이 심각한데 복구가 많이 된 건가 아니면 물찻오름 같은 경우는 훼손이 너무 심해서 사람의 출입을 막아야 하는 건가?

수선화 (안충희)
: 지금 현재 상태는 개방하기 어려운 것 같다. 우리가 옮겨 심었던 나무가 자란 것도 있고 죽은 곳도 있다. 계속 막아만 놓는 것은 아닌 것 같은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탐방객 제한이 가장 좋은 대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영철
: 인원 제한을 했던 게 거문오름이 첫 번째이다. 인원을 제한하고 예약제 탐방, 가이드 동반을 맨 처음 제안 했을 때 반발이 심했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말도 많았다. 당시 나이 든 남자들은 ‘이게 너희 것이냐’는 말씀도 많이 했다. 그 때도 정말 어려웠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 제안들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름에 대해 제한을 하는 것은 물찻오름이 상당히 빼어난 오름이고 주변의 걷는 길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다. 개방을 해도 사람들이 그동안 오랫동안 제한을 했기 때문에 많은 탐방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곳이 바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제한을 해서 탐방을 하는 게 또다시 훼손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다시는 훼손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오름 모니터링을 하면서 탐방로 훼손뿐 아니라 거기에 간섭을 주게 되면 거기 사는 동물들에게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면 서식처에 소음을 주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가 오름을 바라보는 점들은 탐방로가 훼손이 되느냐 가지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생태가 간섭받지 않도록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 설사 탐방로가 시멘트나 데크가 놓이면 탐방로는 훼손되지 않을 진 몰라도 거기에 있는 동물이 살지 않으면 식물도 단순화되고 병충해에 약해진다. 그런 부분들 생태계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그런 부분들까지도 우리가 넓게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유라
: 모니터링 다니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이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열지 않긴 않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들이 들었을 것이다. 모니터링 다니시면서 고충은 없었나? 힘든 점들을 말을 해 달라.

파랑
: 눈 많이 올 때 차가 빠져 버렸다. 내려올 때 겨우겨우 내려온 경우도 있다. 도너리오름 같은 경우는 작년 태풍 왔을 때 비가 엄청 올 때 올라가다가 내려온 적도 있다. 도너리오름은 진드기의 천국이다. 온 몸에 풀이 스치니까 온 몸에 다 진드기가 붙을 정도이다. 특히 수선화 (안충희) 옷 선생님은 고생이 심했다.

수선화 (안충희)
: 다른 곳은 한 번도 거의 안 빠지고 매일 가고 싶은데 도너리오름은 정말 가기 싫다. 진드기 물리면 가려움증이 일 년은 간다. 

박유라
: 가셔서 어떤 식으로 모티너링 하시나? 

좌명은(물매화) 
: 5년간 쉬었다가 다시 투입이 되었다. 모니터링을 계속 해오면서 한계점에 다다랐다. 혹시 우리가 기계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자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더 우리 스스로 업그레이드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하거나 전문 자료나 서적들을 찾아보자 하면서 기존의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되 약간의 구체성을 더 가미하자고 했다. 방형구 조사 지역 설정부터 의문을 가지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확실히 방형구의 특징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조사구역의 틀도 규격화 시키고 그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도록 통계분석이 가능하게끔 해보자고 우리가 스스로 재기를 했다고 할까? 방형구 내에 기록하는 사람과 기록하기 위해 무엇이 있는 지 없는 지는 그 날 같이 동행한 회원 모두가 참여해서 찾았다. 어떤 풀이 있고 어떤 나무가 있고 새로이 유입된 풀과 주변의 환경과 변화된 것을 모두가 다 관찰을 했다. 한 사람이 기록을 맡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게 했다. 그리고 그날에 관찰한 내용들과 사진과 기록들을 카페에 업로드해서 이게 일 년 동안 축적이 되면 모니터링한 자료를 최종 보고서로 만들었다. 

박유라
: 그럼 지금까지 내 놓은 자료와 보고서가 엄청날 것 같다. 

수선화 (안충희)
: 일 년에 한 번씩은 보고서가 항상 나왔으니까 여덟 개의 보고서가 나왔다. 그 보고서를 가지고 도에서 참고해서 연장 심사를 한다. 관계있는 사람들과 같이 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여기에서 마치면 안 될 것 같고 모니터링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오름이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다른 오름으로 연장될지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시작했으니 끝까지 우리가 맡아서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물찻오름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내년에는 도너리오름의 이야기가 나올 거다. 한꺼번에 다 내기엔 우리 여력이 부족하다.

좌명은 (물매화)
: 내년이면 십년을 맞는다. 조사 보고서는 따로 있는데 이것은 오름에 대한 이야기고 오름에 대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9년 동안 이것을 기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 사람들이 했던 것들이 그 이야기들은 결과 보고서에는 적지 않는다. 차가 빠져서 못 갔고 진드기가 물려서 못 갔다는 이야기들은 결과 보고서에는 적을 수 없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게 너무 아쉬웠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왜 없어야 하는 거냐? 그날 콧물이 나서도 간 사람들도 있는데 노루를 만난 경험도 있을 테고 이런 우리들의 경험이 너무 아쉬워서 그 것을 해 보고 싶었다. 매해마다 했던 일들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써 내려가고 있는데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들을 못하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

수선화 (안충희)
: 그런 것들을 일지에 적지 않았던 게 너무 아쉽다.

박유라
: 이런 활동을 해서 내게 생긴 생활 속 직업병은?

수선화 (안충희)
: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는 날씨가 좋으면 산에 가야지 이런 생각 안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좋으면 혹은 이런 날이면 어느 산에 가면 좋을 텐데 어디 가면 무슨 꽃이 굉장히 많이 피었을 텐데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좌명은(물매화)
: 처음엔 이름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이름 알기 시작하면 이 아이의 생리나 생태나 특징이나 이 아이와 관련된 주변 환경으로 점점 더 넓어진다. 오늘 같은 경우도 다 알고 있는 나무고 다 알고 있는 잎이고 얘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다 알고 있는데 오늘 처음 발견한 기분이 든다. 떨어진 낙엽의 뒷면이 하얗고 맥이 너무나 뚜렷한 거다.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처음에 시작해서 차근차근 우리는 뭔가가 더 많아지고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있어지고 있지만 오늘 처음 본 것 같은 뜨악함이 있다. 그러니 늘 초심을 유지하자, 늘 공부해야 하고 서로가 공부하자고 다독일 수 있는 분위기이다. 

박유라
: 선생님들께도 휴식 달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수선화 (안충희)
: 예전엔 아파트 화단에 검질 메고 그랬는데 꽃을 관찰하면서 이것이 꽃이 되어 버리니까 멜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정말 아이러니 하다. 

좌명은(물매화)
: 곤충을 알면 여기에 알을 낳은 애들이 있는데 하면서 이 꽃은 멜 수가 없게 된다.

김예환
: 정말 그렇다. 선생님들과 어디 가서 내가 뒷걸음질 쳤는데 누가 나를 탁 치는 거다. 거미줄 건드리지 말라고. 거미집 깨졌다고. 그런 게 있다. 

수선화 (안충희)
: 이제는 도가 터서 얘는 메도 괜찮아 했는데, 처음엔 얘를 메야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파랑
: 우영에 검질을 메다가 주름조개풀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는 걸 발견해서 카메라를 가져 왔는데 초점이 너무 안 맞더라. 삼십분을 엎드려서 아주 낮은 자세로 있는데 시어머니가 “너 거기에서 검질 메다 잠시냐(너 거기서 잡초 뽑다가 잠들었냐)” 내 마음가짐도 보는 눈도 진짜 많이 달라졌다. 

빨간스카프
: 색깔도 모양도 비슷한 데 꽃 이름이 다 다르다. 자연이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자연 색깔을 만들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하다. 

수선화 (안충희)
: 얼마 전에 소나무 비단벌레를 밖에서 발견해서 너무 예쁘다고 손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사람들은 바퀴벌레라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다. 

김예환
: 이거 징그럽다. 무섭게 생겼다. 

수선화 (안충희)
: 아니다. 예쁘다. 

박유라
: 이것이 직업병이다. 

김태수 (오르미)
: 우리가 겉에서만 들여다보니까 그런 거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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