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투어리스트피케이션 심화에 ‘관광객 총량제’ 다시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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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0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실린 관광지 인접지 주민 설문 결과.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인 인식보다 훨씬 높았다.

특정 지역이 관광지화 되면서 거주환경이 악화되는 현상인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fication)이 제주에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수 제한은 물론 현지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공정여행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원대 김영국 부교수, 부경대 우은주 조교수와 공동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제주시 연동, 월정리, 동문시장 등 주요 관광지 인근 10곳에 거주하는 주민 200명 대상 설문을 바탕으로 관광지화와 삶의 질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다.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삶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정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관광객들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관광객들이 부동산가격에 부동산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47.6%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 18.3%보다 더 높았다. 지역 자연환경과 안전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답변이 나왔으며, ‘관광객들이 지역 범죄율이나 교통사고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62.3%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16.8%에 불과했다.

이런 부정적 인식에도 관광개발을 지지하는 비중은 41.9%로 반대 비중(21.5%)을 상회했다.

연구진은 특히 자연훼손, 소음, 생활공간 침해 등 정서적 만족도의 감소가 경제적, 건강·안전적 요소보다 더 크게 삶의 질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적 분야에서는 관광지 개발에 따른 이익이 제주도민에게 원활하게 재분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많았고, 관광산업 발전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제주도민 체감 소득이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건강·안전 만족도 역시 관광객 급증에 따라 하락했는데 범죄위험과 환경상황에 대한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최근 4년 사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 수 제한 △관광이익 공정 분배 비즈니스 모델 발굴 △정서적 만족도 증가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공정여행 캠페인 시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무제한적 관광객의 입도를 허용하기보다는 제주가 수용가능한 관광객 수를 책정해 이에 맞게 관광객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방문지역의 역사, 환경, 경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공정여행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분별한 관광객들의 지역방문은 환경파괴, 천혜의 자연자원 유실, 소음, 쓰레기 증가라는 부정적 요소를 발생시키는 만큼 쾌적한 삶의 터전을 유지하고 자연환경을 지키는 길은 결국 관광객 총량제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궁극적인 삶의 질 향성을 위해 관광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광지화로 줄어드는 주민들의 여기 공간과 시간을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여가시설과 프로그램, 전문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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