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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회-70주년 기념사업위, 공식 건의...후보자 4명 "아직은" "학문적 토대부터" 비슷비슷  

제주대학교에 4.3 관련 학과를 개설해달라는 건의가 공식 접수됐다. 그러나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총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 4명은 하나같이 학과 개설에 앞서 학문적 토대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20일 제10대 제주대 총장 선거 후보들에게 4.3 관련 학과 개설을 공식 건의했다.

두 단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4.3은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침묵의 시대를 지나 진실의 터널을 지나온 것은 4.3 유족회와 관련 단체, 대학 교수, 학생들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4.3 관련 과목이 개설돼 교양과목으로 운영된 적이 있으며, 4.3 문학 등 제주대 차원의 학술세미나가 간간히 열리고 있다”며 “(그러나)국립 제주대에 4.3 관련 학과 부재는 지역사회와 단절은 물론 향후 4.3 전국화,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산적한 현실 속에 어울리지 않다”고 지적했다.

4.3유족회와 기념사업위는 “국립 전남대도 5.18연구소를 설립해 진실을 밝혀내는 이론·학술적 토대를 만들어 광주를 인권 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다. 4.3을 제주 역사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미국, 세계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학문적 영역에서도 역사학 문제로만 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대에 4.3 관련 학과 개설을 요청한다. 지역의 중심 대학으로서 책무와 함께 앞으로도 이뤄져야할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학문적, 이론적 토대를 구축해야할 책무가 제주대에 있다고 본다”고 당위성을 피력했다.

두 단체는 “미래세대를 책임질 인재 양성을 위해 4.3 학과 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4.3 교육을 통해 내일을 위한 평화와 인권의 기억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대 미래를 열어갈 총장 후보자에게 4.3 학과 개설을 정중히 요청한다. 적극적으로 화답해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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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대 제주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강성하, 이남호, 송석언, 김철수 교수.(기호순)

이같은 요청에 총장 후보자 4명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건의 접수 후 <제주의소리>가 각 후보자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당장 4.3 관련 학과 개설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기호 1번 강성하 교수는 “제주대에 4.3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등이 없다. 곧바로 4.3 관련 학과를 개설하기에 앞서 4.3 관련 연구소를 마련해야 한다. 4.3 연구가 활성화되면 이후 4.3 관련 학과나 연구센터 등 설립도 꾀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4.3에 대한 제주대의 역할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이남호 교수는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 서 4.3 관련 학과를 당장 개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4.3 관련 학과 개설보다는 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 과정 운영이 더 나아 보인다. 또 연구소 등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송석언 교수는 “(나는)제주학 연구 활성화를 공약했다. (여기에는)4.3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4.3 관련 학과를 개설하려면 담당 교수도 있어야 한다. 결국 학문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4.3 관련 전문학자 양성이 우선되지 않으면 껍데기 뿐인 학과로 남을 수 있다.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4번 김철수 교수는 “국립대학에 학과를 총장 마음대로 개설할 수 없다. 학생 정원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 하지만, (나는)제주학과 지역학 육성을 공약했다. 4.3을 포함한 제주학 연구를 활성화하겠다. 당장 4.3 관련 학과 개설이 어렵더라도 제주학과 지역학으로 연구기능을 우선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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