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차방제 1000여그루 제거 700여그루 또 감염...본토와 1.5km 유입경로 ‘오리무중’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비양봉 탐방로에 들어서자 나무 계단 너머로 붉은 소나무 한 그루가 먼저 눈에 띄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능선을 따르자 이미 잘려나간 소나무 밑동들이 여럿 보였다. 시선을 해안으로 돌리자 가파른 절벽에 힘겹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줄줄이 죽어가고 있었다.

탐방로 주변 소나무에는 재선충병 감염을 알리는 빨간, 노란색 띠가 둘러져 있었다. 해발 114m 하얀 등대가 있는 정상에 오르자 붉은 색을 내며 죽은 소나무 수백그루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주 숲 지도를 바꿔놓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한라산 고지대는 물론 바다 건너 비양도까지 습격하면서 문화재 구역의 생태 환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비양도에 재선충병이 처음 확인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소나무 몇 그루가 고사하자 재선충병으로 판단해 처음으로 방제 작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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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잠잠하던 재선충병이 지난해 급격히 확산됐다. 감염 속도가 빨라지자 제주시는 작업반을 투입해 지난해 4차 방제기간에만 고사목 914그루를 잘라냈다.

장비 진입이 어렵고 정상 부근에 제주도 기념물 제48호인 비양나무 군락지가 위치해 있어 소나무를 자르고 토막 내 인력으로 끌어내야 했다.

제주 본섬으로 옮기기 위해 바지선까지 투입했다. 덤프트럭에 고사목을 적재하고 빼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물량만 200t을 훌쩍 넘겼다.

나무기둥은 전량 파쇄하고 19ha에 이르는 부지 내 소나무에 나무주사를 놓는 등 확산 방지에 주력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고사목이 등장했다.

제주시가 지난10월 예찰 목적으로 비양봉 일대를 확인한 결과 소나무 472그루가 추가로 고사하거나 고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지역인 비양봉 정상 4만5918㎡에 대해서는 세계유산본부가 별도로 예찰 조사를 진행중이다. 세계유산본부는 분화구에 최소 200여 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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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본부는 이미 올해 3월 분화구에서 감염목 317그루를 잘라냈다. 지난해에 비해 감염목이 다소 줄었지만 두 기관에서 추가로 제거해야 할 물량은 최소 670그루에 이른다.

현장을 찾은 관광객 박수미(32.여.인천)씨는 “아이가 붉은 소나무를 보고 왜 빨간색이냐고 물어보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며 “비양도 섬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될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바람에 날려 비양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할 뿐 뚜렷한 감염 경로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솔수염하늘소의 이동범위를 최대 3~4km로 보고 있다. 비양도는 한림 읍 협재리에서 직선으로 1.5km 떨어져 있다.

관광객 이낭규(65.서울 영등포구)씨는 “정상에 올랐는데 소나무가 황폐화한 모습에 놀랐다”며 “이렇게 방치할 거라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정상 부근이 문화재 지역에 포함돼 방제를 세계유산본부와 따로 할 수 밖에 없다”며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내년 초 방제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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