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故이민호군 사망 제주공동대책위 출범...이석문 교육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

“수능일인 내일이 민호의 18번째 생일입니다. 교육인으로서, 어른으로서 민호를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제주지역 모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故 이민호(19)군에 대한 추모 물결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성명애(오른쪽)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조직국장이 22일 오후 2시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활동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 군은 지난 9일 오후 1시48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이 군은 현장에서 4분가량 방치되다 함께 실습을 나온 친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군은 열흘만인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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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故 이민호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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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대표가 22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노동당국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사망 소식을 접한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은 유족들과 만나 위로하고 현장실습생 노동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차원의 대책위 구성을 추진했다.

21일 공식 제안후 단 하루만에 제주전교조와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등 21개 단체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출범식 당일에도 합류 의사를 밝힌 단체가 있어 참여 단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책위에 함께한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대표는 “참담한 사태에 학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어른들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교사로서 이런 일을 막지 못해 민호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학생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와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조직국장은 “현장에 직원이 있다는 이유로 현장관리를 했다는 공장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강영주 전국여성농민회제주연합 사무처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망 사고의 원인이 된 파견형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과 노동당국의 현장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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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오른쪽) 전교조 제주지부장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현장실습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 등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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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제주도교육청의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 사무처장은 “현장실습 학생들이 노동법의 시각지대와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지켜내기 위해 대책위가 꾸려졌다”며 “민호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공장측은 망자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은폐 의혹 해소를 위해 유가족과 대책위가 참여하는 현장조사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대책위는 도교육청을 방문해 이석문 교육감에게 ‘대책위와 유가족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서’를 전달했다.

대책위는 요구서에서 2017학년도 현재 도내 모든 현장실습에 대한 전수조사와 동료 현장실습생에 대한 트라우마 심리치료 시행, 사고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이에 “제로베이스에서 이 사태를 점검하고 확인 할 것”이라며 “대책위에서 요구한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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