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51) SGLT2 저해약의 탄생

당뇨병은 과거 잘 먹지 못했던 시절에는 드물었지만 최근 국내 성인 3~5명 중 한 명이 걸릴 정도로 흔해졌다.

당뇨병 환자가 되는 기준은 과거 1~2개월의 혈당치의 평균을 나타내는 ‘HbA1c’(헤모글로빈 에이원시, 당화혈색소)의 수치다. 이 수치가 보통 7 이상이면 당뇨병이라고 한다.

혈당치가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당은 매우 반응성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단백질과 결합해서 혈관 등의 노화를 촉진한다.

눈의 망막증이 심해져 실명이 되기도 하고, 신부전(腎不全)이나 요독증(尿毒症)으로 신장투석을 해야 하기도 한다. 피부감각이 나빠지고, 발 조직이 괴사(壞死)하는 신경장애가 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의 합병증이 생긴다.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약의 기본적인 목적은 소변에 당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방식이었다. 혈당치를 낮춰주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인슐린의 효과를 좋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바꾼 새로운 치료약이 개발됐다. 이 약은 소변에 당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소변에 당을 배출시켜 혈당치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당뇨병치료약과는 전연 역발상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약이다.

생명체는 여러 가지 물질을 체내로 받아들여 축적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하기도 하는데, 물질을 세포 속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의 하나로써 트랜스포터(transporter, 운반체)라는 단백질이 운반한다.

새로 발견된 약은 이 트랜스포터(SGLT2)의 작용을 이용하는 것인데, 글루코스(glucose,포도당)와 나트륨이 함께 결합해서 세포내로 포도당을 운반한다.

이것이 작용하는 기관은 신장인데, 신장의 사구체에서 혈액이 여과되어 소변이 되는데, 소변에는 노폐물이외에 당 등의 영양분도 섞여있다. 사구체에서 가장 가까운 있는 근위요세관(近位尿細管)에서 당이 재흡수돼 체내로 되돌리는 것이 SGLT2의 역할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당은 SGLT2에 의해 거의 재흡수돼 소변에 당이 섞이지 않는데,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으면 SGLT2가 당을 모두 재흡수하지 못하고 소변에 당이 배설된다.

여기에서 SGLT2의 작용을 방해하면 당이 SGLT2에 결합하지 못해 소변으로 배출돼 결국 혈당치를 내리게 된다. 이런 방해작용을 하는 약을 ‘SGLT2저해약’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약은 현재 일본에서 실제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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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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