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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치열한 공방 끝에 다음 회의로...최종 결정 쉽지 않을 듯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15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여부에 대해 심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위원들은 국내 의료법인의 녹지병원 우회투자 등 사실상 국내 자본에 의한 영리병원이라는 의혹에 대한 신빙성있는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몇몇 위원은 녹지병원이 100% 외국자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혹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이 넘는 토론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이달 내에 다시 회의를 갖기로 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다음 심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회의를 갖기로 하고, 심의를 끝냈다. 오늘(15일)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녹지그룹은 약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녹지병원을 설립했다.

진료 분야는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으로, 이미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인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남은 것은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와 심의 결과에 따른 원희룡 지사의 판단이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의료법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들은 수익을 직원 급여 등 복지와 함께 병원 관련 부대사업이나 시설 확충 등에만 쓸 수 있다.

영리병원의 정확한 명칭은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를 넘으면 국제자유도시인 제주와,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설립할 수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 자본을 유치해 설립된 병원이다. 투자 지분에 따라 병원 수익금을 일반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다. 시민사회와 의료계 일부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12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의료법인 미래의료재단이 녹지병원에 우회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녹지병원 총괄대표가 미래의료재단 이사로 등기됐고,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의료기구 및 투자관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리드림의료그룹 미래메디컬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회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제주도 외국인영리병원 - 국내자본 이동’이란 글귀가 쓰여있고, 미래의료재단 관계자들이 녹지병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의료재단 측은 자신들은 녹지병원에 대한 자문 역할만 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정면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그럼에도 이날 심의에서 관련 의혹은 또 제기됐다. 일부 위원들은 '우회 투자'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고는 허가를 내줘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철저하게 부동산 위주 업체인 녹지그룹이 병원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도 있었다. 우회 투자 의혹을 극구 부인하는 미래의료재단 주장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던졌다. 재단 관계자들이 녹지국제병원의 요직을 맡기로 돼 있어 재단을 단순 컨설팅 기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내에서도 녹지병원에 대한 시각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최종 결정은 쉽게 내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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